山情無限/영남알프스
아! 아리랑 릿지
시나브로@
2009. 4. 15. 00:29
일 시 : 2006. 11. 18(토)
누구와 : 김영진, 김위겸, 우동중, 나
날 씨 : 흐림, 쌀쌀함
* * * * * * *
김 대장이 주말에 아리랑 릿지를 가려는데 함께 가겠느냐 한다.
신불평원을 걸을 때마다 보며 동경하던 그 아리랑 릿지를...
지난번 에베로 릿지를 오르며 그렇게 멋져 보였던 아리랑 릿지를 말이다.
영남알프스를 찾는 많은 산꾼들이 동경은 하지만 쉽게 오를 수 없는 아리랑 릿지...
이런 행운이 이렇게 쉽게 다가오다니!
토요일 아침 8시, 문수고 앞
부랴부랴 시간맞쳐 갔는데 위겸씨와 동중씨만 보이고,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김대장도 보이지 않고...,
혹시, 오늘 취소된 것 아닌가? 그럴리는 없겠지...
잠시 후 김대장 혼자 길을 건너 오더니 오늘 일행은 4명이 전부란다.
갑자기 기대감이 풍선 바람빠지듯 걱정으로 변하는 것은 왜일까!
조그만 연수원 뒤 마지막 집을 지나면 길이 두갈래로 나뉘는데
왼쪽(철책 안쪽)길은 금강폭포 가는 길이고, 아리랑 릿지 가는 길은 곧바로 가면된다.
peak 1도 오르지 않았는데 그 뒤에 서 있는 peak 3가 벌써 기를 죽인다.
"백두대간종주회" 산행대장으로서 수고가 많은데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이 좋다.
등산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다 실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정말 멋있는 산꾼중의 산꾼이다.
중간 소나무 있는 곳까지는 낙석을 조심하면서 오르고
그 윗부분은 거의 직벽에 가깝기는 해도 어렵지는 않지만
차거운 암벽에 바람까지 불어 감각이 없을 정도로 손이 시리다.
자일은 생명줄. 처음으로 안전벨트에 자일을 걸고 올라본 것이다.
또 다른 산행의 묘미, 아리랑 릿지를 오르는 행운을 만나다니.
작은 암봉을 트래버스한 후 크랙을 이용하여 오른다. 생각보다 쉽게 올랐다.
peak 2를 오른 후 다시 바위를 타고 내려와 왼쪽의 크랙을 이용하여 오른다.
크랙에 풋재밍을 하면서 오르니 생각보다 쉽게 오를 수 있었다.
경사도는 80도 정도 되었고 등반거리는 10m 정도 된다.
암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이 아찔하다.
홀더도 제대로 된 것같지 않은데 반동을 이용하여 발을 바꾸어 오른다.
동중씨와 위겸씨는 김대장을 도와 한몫을 한다.
나는 오늘 카메라맨 노릇이나 하면서 제대로 오르기나 하면 되겠다.
이럴때 좀 비슷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끼였으면 좋으련만...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고, 골이 깊은 만큼 비경도 숨겨두고 있으니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영남알프스를 오르며 점점 빠져든다.
울산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운인지.
스리랑릿지는 아리랑 릿지와 150m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자일이 부족한지 진행속도가 그렇게 빠른 것 같지는 않다.
스타트 할 때 마땅한 홀더도 없고 딛을 곳도 없어 힘이 들었다.
처음에는 암벽에 매달려 한참 힘을 빼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넓은 크랙이 있어 재밍으로 무난히 오를 수 있었다.
도중에 간간히 힘을 빼긴 했지만 무사히 일곱 마디까지 올라 올라 이제 두마디만 남았는데...
역시 아리랑 릿지는 초보자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ㅈ"산악회 백두대간 산행대장답게 보행기술만 뛰어난게 아니라
전문적인 훈련도 받지않은것 같은데 암벽 오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스텝이 어중간한 곳이 나오나 바위턱까지 다리가 쉽게 닿아 덕을 본 구간이다.
이전에 나이어린 고참들한테 혼이 나면서 암벽을 좀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제일 후미에서 챙기며 잘 오른다 .
까마득하다. 드디어 오늘 마지막 통과의례를 치뤄야 할 곳이다.
위겸씨와 그동안 계속 부담되었던 배낭과 카메라쌕을 먼저 올려 놓은 다음
맨 몸으로 오르면 그래도 좀 쉽지 않겠나 싶었다.
그 다음 홀더는 겨우 암벽을 잡고 설 정도 밖에 안되고
한 발 딛고나면 다른 발 둘 곳이 없다. 그렇다고 스텝을 옮길 곳도 마땅찮고...
양발을 옮겨 가면서 암벽에 발을 붙혀 보려하지만 힘이 주이지 않는다.
얼마나 매달려 애를 썼든지 그만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을 정도다.
다시 힘을 내어 왼발을 뻗어올라 바위턱에 걸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왠걸 홀더에도 힘이 주이지 않고 다리가 가슴위치에 있으니 올라 설 수가 없다.
자세도 불안하다. 위겸씨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지만 다리에 쥐 까지 났다.
전문가는 달랐다. 자일이 안전벨트에 매여 있어도 불안한데 이런 곳을 맨 몸으로 오르다니...,
할 수 없이 하켄에 슬링을 걸어 발을 딛고 자일을 잡고 올랐다.
아무도 없는 신불산 대피소에 들러 때 늦은 점심을 먹고...
호젓한 굴참나무 숲을 지나면 키 큰 소나무가 숲을 이루는 부드러운 산길이 펼쳐진다.
아직도 다 태우지 못한 정염을 태우려는듯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듯한
단풍이 애잔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우리도 겨울맞을 채비에 바쁘다.
오늘 특별한 산행을 준비하고 수고한 김 대장과
함께한 위겸씨와 동중씨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