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눈(雪) 나무 숲 / 기형도
2010. 3. 1. 19:13ㆍ시,좋은글/詩
겨울 눈(雪) 나무 숲 / 기형도
눈(雪)은
숲을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쌓여 있다.
"자네인가.
서둘지 말아."
쿵, 그가 쓰러진다.
날카로운 날(刃)을 받으며,
나는 나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홀로 잔가지를 치며
나무의 침묵(沈默)을 듣는다.
"나는 여기 있다.
죽음이란
가면(假面)을 벗은 삶인 것.
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 것"
우리는
서로 닮은 아픔을 향(向)하여
불을 지피었다.
창(窓) 너머 숲속의 밤은
더욱 깊은 고요를 위하여 몸을 뒤채인다.
내 청결(淸潔)한 죽음을 확인(確認)할 때까지
나는 부재(不在)할 것이다.
타오르는 그와 아름다운 거리(距離)를 두고
그래, 심장(心臟)을 조금씩 덥혀가면서,
늦겨울 태어나는 아침은
가장 완벽(完璧)한 자연(自然)을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
그 후(後)에
눈 녹아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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