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photograph(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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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야경
언제부터 인가 나는 / 마음속에 자를 하나 넣고 다녔습니다.// 나무를 만나면 나무를 재고 / 사람을 만나면 사람을 재었습니다.// 나는 내가 지닌 자가 / 제일 정확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끔 나를 재는 사람을 볼 때마다 / 무관심 한 채 하려고 애썼습니다.// 간혹 귀에 거슬리는 얘기를 듣게 되면 / 틀림없이 그들의 눈금이 / 잘못된 거라고 생각 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 한 번도 내자로 나를 잰 적이 /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 나는 아무 것도 / 재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내 마음 속의 자 / 김남선
2021.12.30 -
천성산 별꽃 친구들..
진정 값진 것들 / 이종문 먼지 한 톨이라도 거미줄 한 가닥이라도, 아즉도 이름이 지워지지 않는 하잘것 없는 풀꽃이라도, 제 엄마의 양수(羊水) 속에 유영(遊泳)하던 때의 가슴으로, 작아지고 작아져서, 실바람에도 바르르 바르르 심장(心臟)을 떨게하던, 그 가슴으로 돌아가서 들꽃을 보..
2020.03.24 -
버들개지, 산수유, 영춘화, 목련, 할미꽃, 벚꽃
버들개지 / 들꽃학습원에서 버들강아지 눈 떴다 봄 아가씨 오신다. 연지 찍고 곤지 찍고 봄 아가씨 오신다. 동요 ‘봄 아가씨’ 새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 버들개지는 버들강아지도 맞는 복수표준어. 지금은 버들강아지로 많이 불리지만 중세에는 ‘버듨가야지’ ‘버듨개야지’라 불리..
2020.03.23 -
얼레지꽃, 천성산
..얼레지꽃이 몸을 감추고 있음이 분명하다.그의 시선은 누구도 향해 있지 않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시선을 내린 저 완고한 외면이 내 형이상학에 닿아 있다고, 꽃대에 손을 대면 금방 자결해 버리는 저 습지식물의 생리, 그 비밀을 아는 노을만이 그의 가계를 보랏빛으로 물들였을 터, 이..
2020.03.23 -
너도나도바람꽃
. . 삼십 년 전의 봄바람이 불어온다 입술 닿은 자리마다 후끈 열꽃이 피어난다 지천명을 넘어서야 속살 깊이 되새기는 변산바람 풍도바람 너도바람 나도바람 만주바람 꿩의바람 홀아비바람 조선남바람 회리바람 태백바람 세바람 들바람 하많은 내 생의 바람꽃들에게 그래, 나쁜 놈이야,..
2020.03.22 -
노루귀
늦은 저녁 산에 귀 대고 자다 달빛 숨소리 부서지는 골짜기로 노루귀꽃 몸을 연다 작은 이 소리 천둥보다 크게 내 귀 속을 울려 아아 산이 깨지고 우주가 깨지고 노루귀꽃 숨소리 / 이성선
2020.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