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1. 23:24ㆍGood News/찬양과기도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이어령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를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발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 만 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속 밤하늘에 떠 다닐
반딧불만한 빛 한 점이면 족합니다
좀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 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것을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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