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지도를 보면 당대 역사가 보인다. 학계고지도와 관련한 연구 봇물

2010. 12. 27. 23:06역사/역사

 

 

옛지도를 보면 당대 역사가 보인다 .

학계, 고지도와 관련한 연구 봇물

2010. 11. 22

 

 

 

 

 

 

 

최근 불어닥친 인문지리학 열풍과 함께 학계의 고지도 연구도 활발하다. 지도는 옛사람들의 지성과 세계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점에서, 당대인들의 정치·사회·문화까지를 읽을 수 있는 도구다. 학계에서는 최근 옛 지도와 관련한 연구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 남아 있는 옛 지도의 흔적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은 ‘고지도를 통해 본 서울지명연구’를 발간했다. <여지도>, <사산금표도>, <해동전도> 등 영·정조 시대에 만들어진 고지도들을 통해 서울의 옛 지명을 복원했다.

 

책에 따르면 번동의 벌리(伐里)는 풍수도참설의 “이씨가 삼한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신경 쓴 고려 왕조가 벌리사(伐李使)를 두어 오얏나무를 심었다가 베어낸 데서 유래한다. 서대문구의 남가좌동·북가좌동은 가재가 많은 데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가재울’이라고 불린 데서 유래된 지명이다. 노고산동에 있는 노고산(老姑山)은 한양 서쪽 끝에 있는 산이라 하여 한미산(漢尾山)으로 불리다가 ‘할미산’이 되고, 그 이름이 한자어로 바뀌어 노고산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한자어 지명을 순우리말로 정리하거나 지명의 유래를 찾아내 소개된 옛 지명이 900여개에 이른다. 금위영·육상궁 등 조선왕실과 관련된 지명도 적지 않다.

 

서울학, 혹은 서울역사학 열풍의 정점이라고 할 수도 있을 이 책에는 조선 이전의 한양에 대해서도 상세히 실려 있다. 삼국사기에는 한양을 두고 ‘고구려의 북한산군인데 진흥왕이 주(州)를 삼아 군주(軍主)를 두었다. 경덕왕이 (한양군으로) 개명하였는데 지금의 양주옛터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이 양주옛터는 현재의 경기도 양주시가 아니다. 양주옛터는 양나루(광나루) 부근으로, 한양의 읍치(邑治)가 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에 둘러싸인 지역 일대로 옮아가기 전 한양군의 읍치가 있었던 곳이다. 현재의 광진구 지역이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포함, 조선후기에 제작된 거의 모든 지도에서 고양주면(古楊洲面)이라는 지명이 나온다고 한다.

 

 

* 지도로 보는 옛사람들의 세계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는 중국과 한국, 이슬람 세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까지 그려져 있다. 1402년(태종 3년) 김사형·이회 등이 편찬한 이 지도는 대제국이었던 원나라의 지적 유산을 흡수해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정보를 모두 담아냈다. 원의 지적 총화를 담아낸 것이 조선이었던 셈이다.

 

최근 이 지도를 분석해 <조선이 그린 세계지도>를 펴낸 사람이 일본인 학자라는 점이 흥미롭다.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 미야 노리코 교수는 이 지도를 통해 이방원의 정치적 의도와 함께 세계지도를 제작하고자 했던 원 제국의 야망까지를 짚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지도들과 <혼일강리도>를 비교하고, 고려와 조선 및 일본의 정치 상황까지 연구했다.

 

지도는 치열한 역사분쟁의 논리적 근거 혹은 반박 자료로 쓰이기도 한다. 한국고지도학회는 19일 학술대회를 열고 동래부순절도 탐라순력도 등 고지도들의 제작경위 및 역사적 의미 등을 논의했다.

 

이 날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영남대 독도연구소 김호동 교수의 발표였다. 김 교수는 “일본의 주장과 달리 18∼19세기 일본 지도에 쓰인 ‘일본해’라는 명칭은 동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영향력이 미치는 바다에 광범위하게 쓰인 명칭”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 근거로 1810년 일본 학자 다카하기 가게야스가 펴낸 <신정만국전도> 등 12개의 지도에는 동해가 아닌 태평양 해역을 ‘일본해’ 또는 ‘대일본해’라고 표기했고, <대일본조선지방삼국전도>(1882) 등에는 동해 서쪽을 ‘조선해’, 동해 동쪽을 ‘대일본서해’로 표기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 측 사료를 일본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활용한 것이다.

 

땅과 바다라는 자연적 조건뿐만 아니라 영토를 지도 위에 표시하는 행위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도 속에 담긴 세계는 역사 속에서 점점 진보해온 인류의 문명과 지성 그 자체다.

 


*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4355138&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