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나발루, 동남아 최고봉에 오르다

2015. 3. 19. 00:56山情無限/키나발루

 
 

 


키나발루 트레킹, 동남아 최고봉에 오르다 
()



○ 2015. 3. 7 ~ 11  날씨 : 산행하기 좋은 날씨 (맑음)
○ 말레이시아 사바주, 키나발루국립공원, 코타 키나발루
○ 악남악녀산악회 20명



 

이렇게 부담스럽게 여행을 떠난 적은 없는 것 같다.
키나발루 트레킹은 이미 10년 전부터 가려고 벼렸지만 이상하게
때가 맞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갈 형편이 아니었지만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가게 되었으니.. 아직 학사일정 발표는 안되었지만 학기 초여서 바쁜 일들이
겹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해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와이프의 독촉에 어쩔수 없이
가겠다고 했는데.. 정작 자신은 무릎을 다쳐 병원신세를 지게되어 갈 수 없게 되고, 나 역시
설날부터 앓기 시작한 감기몸살이 2주일 동안이나 낫지않고 진을 빼는 바람에 트레킹은
고사하고, 여행도 힘들 것 같아 취소하려니 이미 와이프가 취소한 산장계약금을 포함하여
이제 물어야 할 위약금이 눈덩이처럼 불어서 취소도 못할 형편이 되고 말았다.
할 수 없이 가는데 까지만 가 보자며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뭐랄까. 고대하고 기다리던 님을 초췌한 몰골로 만나러 나서는 꼴이랄까?
키나발루! 오래 기다렸던 만큼 근사한 모습으로 만나고 싶었는데
이게 뭐람.. 세수도 못하고 누더기 옷 걸치고 절뚝거리며 나서는 격.
여행은 그런 것 같다. 때와 약간의 머니,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 이 세 가지가 잘 맞아야 되는 것.

 

 


(말레이시아 지도)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 있는 연방제 입헌 군주국으로
13개의 주와 3개의 연방 직할구로 구성되어 있고, 남중국해로 나뉜
말레이 반도 지역과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보르네오 섬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르네오 섬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세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다.
4,095.2m의 키나발루 산은 보르네오 섬 사바주(동말레이시아) 중북부에 위치해 있다.
해상국경은 싱가포르와 베트남, 필리핀과 맞대고 있다. 연방정부는
푸트라자야에 있지만, 수도는 쿠알라룸푸르이다.

말레이시아의 역사는 18세기부터 영국의 식민지가 된
말레이 왕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영국의 식민지가 된 곳은
해협식민지로 불리었고, 다른 곳들은 보호령이 되었다. 1946년 말레이 반도의
주들이 연합하여 말라야 연합을 세웠고, 1948년 연합을 재편성하여 말라야 연방이
설립되었다. 1957년 8월 31일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하게 되었으며,
1963년 9월 16일 말라야 연방은 사바, 사라왁, 싱가포르와 연합하면서 Malaya란
이름에 si를 추가해 Malaysia가 되었다. 그러나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1965년, 싱가포르는 정부와의 마찰로 연방에서 탈퇴했다.

경제는 전통적으로 천연 자원에 거의 의존하고 있었으나,
최근에 과학, 관광, 무역, 의료관광 등의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민족과 문화가 다양하고 그 다양성이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국교는 이슬람교이지만, 헌법상 종교의 자유는 인정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는 유라시아의 최남단 지역인 탄중피아이가 있고,
적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열대 기후의 국가이다. 다양한 동식물군이 있어
생물 다양성이 큰 국가이다. ASEAN, 이슬람 회의 기구의 창립멤버이며,
APEC, 영국연방, 비동맹 운동의 회원국이다. 국토의 면적은 329,847km²이며
인구는 27,468,000명(2009년)이며 일인당 GDP는 16,922$,
통화는 링깃(MYR), US달러는 통용되지 않는다.

 

 


(키나발루 트레킹 개념도)

키나발루 국립공원본부 - 팀포혼게이트 - 라반라타산장(1박) -
로우피크 - 라반라타산장 - 팀포혼게이트 - 국립공원본부(원점회귀)

키나발루산 트레킹은 1박 2일 코스로,
첫날은 키나발루 본부에서 자동차로 팀포혼 게이트로 이동하여
팀포혼 게이트에서 라반라타 산장까지 오른 후 산장에서 1박을 한 다음,
이튿날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새벽에 2시반에 산장을 출발,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산장으로 복귀, 아침을 먹고 팀포혼 게이트로 원점회귀하는 일정.
왕복 20㎞도 안되는 거리여서 준족이라면 당일 산행도 가능하겠지만 반드시
하룻밤을 산장에서 지내며 고소적응을 하도록 프로그램이 되어 있다.

보르네오 섬 최북단에 위치한 동말레이지아 사바주에 있는
키나발루 산은 해발 4,095.2m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
크로커 산맥 북쪽 끝 평탄한 평야에서 완만하던 바위 덩어리가 솟아올라
정상부가 800m에 이르는 거대한 산괴를 이룬다. 산 정상은 평평하지만 깊은
협곡이 곳곳에 있는 이 단층지괴는 수백m의 화강암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키나발루는 원주민인 카다잔족의 정신적 고향으로서 원주민들의 명칭인
아키나발루(죽은 자들의 신성한 곳)에서 유래했으며, 사바 주의 문장과
깃발에도 그려져 있다. 1851년 유럽인 휴 로가 투아란 쪽에서 최초로
등정에 성공하면서 정상의 이름이 로우봉이 되었다고 한다.

키나발루 산 트레킹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 10경에
선정된 곳으로 우리나라에서 산꾼들이 즐겨찾는 해외 트레킹 코스.
웅장함과 신비함, 다른 지역의 트레킹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으로
동남아 최고봉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도 매력이어서 무릇
산꾼이라면 한 번은 등정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하는 산.





(항공편을 기다리며..)

울산에서 10시에 출발, 인천공항에서 20시에 탑승이다.
남부 지방에도 제대로된 국제공항 하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현지시간 자정을 넘긴 00:10) 

약 5시간을 날아 00:15 키나발루 공항 도착.

일행중 수화물 통관하면서 문제가 생겨 좀 지체되는
바람에 01:10이 되어서야 호텔로 출발.







(다시, 공항에서 2시간을 달려 03:10 호텔 체크인)

객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밤 안개가 자욱하다.






(첫날 밤을 묵은 파카사 호텔)







(08:30 미니밴을 타고 키나발루국립공원 본부로 이동)

짐 챙기느라 4시경에 잠자리에 들어
7시에 기상, 아침 먹고 키나발루국립공원 본부로 이동하는 길..
강행군은 이미 지난 밤부터 시작되었다.











(호텔에서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KINABALU PARK HEADQUARTERS)

이곳에서 등반 수속을 하여 키나발루산 출입(ID)카드와
도시락을 지급받았다. 동행할 가이드도 만나는데..
등반객 6명당 가이드 1명이 배정되었다.

현재시간 9:38,
습도 81%, 기온 19.6℃
현재고도 1,564m













(출발하기 앞서 키나발루 공원 본부에서에 망중한)

이곳에 도착할 때 차창밖으로 구름이 걷히면서
정상을 잠깐 보여 주었다.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 정상은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하듯 잠시 비쳤다가는
재빨리 숨어 버린다. 정상을 배경으로 한 사진은 못 건졌으나
끈질기게 기다린 덕분에 구름이 비낀 사이 정상을 잡았다.
손에 닿을듯 한데 고도차는 2,500m가 넘는다.
키나발루산은 건강하게 살아있는 생명의 산으로,
항상 구름에 덮여 있어도 그 구름을 탓하지 않는
영혼의 산이라 한다고..





(아이 부끄..)

수줍은 꼬마아가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 미안해라.





(포터에게 맡길 짐은 저울로 무게를 달아..)

키나발루 트레킹은 명성에 걸맞게 시스템이
잘 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가이드 운영 같았다.
등반객 6명까지 현지 가이드 1명을 동행시키는데 우리는 일행이
20명이어서 4명의 가이드가 배정되었다. 이 가이드들은 가이드를 하면서

등반객의 짐을 운반하는 포터역할과 산악감시원 역할도 겸한다.
포터 비용은 배낭을 저울에 달아 확인하는데 1박2일 동안 1Kg당 5달러.

 가이드는 한 번 올라갔다 오면 150링깃(40달러)을 받는다고..
말레이시아화는 링깃인데 1링깃은 대략
한화로 305원, USD로 0.27$





(공원본부에서 트레킹 출발지 팀포혼 게이트로 이동)









(SELAMAT MENDAKI)

팀포혼 게이트 직전의 관문에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환영인사 'SELAMAT MENDAKI'
(안전등반 하세요!)





(팀포혼 게이트에서 산행직전 단체사진 한 장 남기고..)

공원 본부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4.5Km를 이동하니
팀포혼 게이트가 나왔다. 명단을 체크하고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는 곳이다. 메실라우 리조트나 팀포혼 게이트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우리는 해발 1,866m의 팀포혼 게이트에서 출발하여-라양라양 산장-라반라타
산장(1박)-사얏사얏 산장-키나발루 정상(로우봉)을 거쳐, 올라갔던
코스로 원점회귀한다. 1박2일 동안 왕복 18㎞ 가량을 걷는다.
오늘은 6㎞ 지점에 있는 라반라타 산장까지 가면 되는데
보통 4~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10:15 팀포혼게이에서 입산신고서에 사인하고 빨려들듯 입산 )

들머리..
(이상하리만큼 발걸음이 가볍다 느꼈다. 입산할 적에는 몰랐는데
하산할 때 보니 이곳은 상당한 내리막이었던 것.)
키나발루트레킹은 특이하게도 팀포혼 게이트를 출발하여
정상 로우피크까지 계속 오르막의 연속이다. 유이무삼하게
이렇게 짧은 내리막 딱 2곳. 그런데 시작하는 이곳은 내리막인줄도
모르고 처음에 써 먹고(?) 조금 더 가서 만난 내리막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다. 키나발루 트래킹 코스는 내리막과 평지가 없는
오직 오르고 또 올라야 하는 오름길의 연속..





(칼슨 폭포(CARSON FALL))

산행 시작 3분만에 만난 칼슨 폭포,
별로 크지않은 폭포였는데 건기여서 그런지 수량도 많지 않았다.





(키나발루 입산을 환영하는듯..)

시골 새악시같은 키나발루엔시스 물봉선화가
수줍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넨다.







(열대 우림)

심호흡을 하니 상쾌하다. 습도를 우려했으나
습도도 높지않고 기온도 선선하여 산행하기에 알맞았다.
관건은 고도가 더 높아지기 전에 신선한 공기를 많이
 마시고 빨리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것.
공기가 풋풋하고 싱그럽다.







(현지 가이드와 한 컷..)

이름은 물어보지 못했다. 나이는 27살.
키나발루산을 수 백번 올랐다나..













(열대우림, 밀림이다.)

등로밖은 말 그대로 울창한 밀림이다.
밀림과 처음보는 등로 주변의 거목들과 야생식물들을
살피느라 바쁜 마음만큼이나 눈도 분주하다. 키나발루국립공원은
말레이시아에서 최초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이 올랐다.
키나발루산은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완벽한 생태계를 갖춘 곳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자생하는 식물들이 6천여 가지가 넘는
원시 자연이 그대로 건강하게 살아있는 생명의 산이다.















(시간이 많이 걸은 것 같은데..)

1.5km 지점 통과,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등로에는 500m 단위로 서 있는 입간판이 위치를 가늠해 준다.
고소적응을 위해 천천히 걷다보니 거리가 쉽게 줄지는 않는데다
길섶에 피어있는 이름모르는 야생화와 식물들과 눈맞춤하느라
발걸음이 자꾸 멈춰진다. 이 꽃들 이름이 뭐지??









(2.5km 지점 지나 3.5km, 고도는 768m 상승)

앞으로 2.5km 가는동안 고도는 640m를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

지금까지 걸은 시간은 2시간 35분







(라양라양 무인 산장, 점심)

키나발루산은 트레킹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체계가
잡혀있고 운영에도 상당한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
쉼터(Shelter)는 팀포혼 게이트에서 라반라타 산장까지 6km 구간에
7개가 있고, 쉼터마다 비를 피할 수 있고, 음수대와 화장실, 걸터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쉼터마다 쓰레기통이 비치되어 있어
등로에는 쓰레기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점심 도시락도 생각보다 내용이 좋았다.







(날씨가 정말 좋다.)

우기는 2월말까지.. 우기가 막 지났다고는 하는데
산행하기 정말 좋은 날씨다. 날씨가 맑지만 그렇게 덥지도 않다.
밀림의 그늘과 가끔 지나가는 구름이 햇볕을 가려주어 산행하기
안성맞춤이었다. 갑자기 구름이 덮치며 빗방울이 떨어지길래
비를 뿌리려나 했는데 그냥 지나간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걸으면 되지만

당일 산행도 아닌데 등산화에 물이 들어가 질척일 정도면 곤란하지..

이 지역은 구름이 머무는 구간인듯..

















(4.5km 지점 통과)

거리상으로는 오늘 갈 길의 4분의 3 지점인데
어디 산길이 그렇던가? 오를수록 힘이 든다. 천천히 가라는듯
열대우림의 신기한 식물들이 자꾸 발목을 붙잡는다.
갈 길이 멀지만 눈 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구름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조망의 즐거움, 전망좋은 바위에 자리잡고 한 참을 보냈다.)







(구름이 요동치며 하늘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라양라양 산장을 지나면서 정상 봉우리들이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하더니 바로 턱밑에 오니 구름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키나발루산은 3,900m 이상인 봉우리만 8개나 된다고 한다.
멀리서 본 키나발루산이 성루같은 것은 이 봉우리 때문..
오늘 목적지 라반라타 산장이 많이 가까워졌다.











(눈길 가는 곳마다 감탄스런 모습..)

빨간초롱같은 꽃의 자태하며
바람에 날리는 가지에 난 수염같은 뿌리하며
온 산이 눈을 덮어쓴듯 하얀 꽃들하며
폭발하듯 피어 오르는 적도의 구름까지







(보통 고소를 느끼기 시작한다는 3000m를 통과한다)

특별히 고소를 느끼지는 않으나 걸음이 무겁다.
이제 라반라타 산장까지는 1 킬로미터가 남았다.
국립공원 본부에서도 정상이 손에 잡힐듯 했지만 하룻길이다.
턱 밑이긴 해도 아직 갈 길이 남았다.





(내일 새벽 오를 암봉을 배경으로 한 컷..)










 


(식충 식물 네펜데스(Nepenthes)를 만났다)

열대 우림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벌레잡이 통풀과에 속하는
이 녀석은 종류가 600종이나 된다고 한다. 네펜데스는 세상에서 가장 큰 꽃

Rafflesia(바로 위 사진 / 참고자료)와 함께 키나발루 등정증명서에도

등장하는 키나발루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식물이다.







(공생인지 기생인지?)

아마 홀로는 살아갈 수 없나 보다.
어떤 나무는 10여 종의 뒤엉켜 살아가기도 한다.
공생공존이었으면 좋으련만..









(아름답고 탐스러운 꽃을 피운 고산식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키나발루 국립공원은
열대부터 한대까지의 다양한 식물군이 분포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여서
등반객 못지않게 세계의 식물학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고도를 더 할수록 나무도 특이한 모습을..)









(86)











(오르다 쉬다..)

중간의 여성은 4번째 쉼터에서 만났는데 산행속도가
비슷하여 라반라타 산장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올라왔다.
인도네시아에서 왔다고 하여 지난달 발리를 갔다왔다 했더니
무지 반갑게 대하면서 인도네시아 자랑을 늘어 놓는다.
코리아도 아름다운 나라라고 하니 알고 있단다.





(마침내 오른 라반라타 산장)

쉼터마다 쉬고, 전망좋은 곳에서는 한참을 머물다 보니
10시15분 팀포혼 게이트를 출발, 16시45분에 라반라타 산장에 도착했으니
6시간 반이 걸렸다. 몸이 정상이 아니어서 부담스런 산행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올라온 것 같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페이스를 끌어 올려
보려했지만 아직도 몸이 많이 무겁다. 직등구간은 많이 힘들었는데
내일 바위구간을 잘 오를 수 있을려나..







(라반라타 산장(3,273m))

라반라타 산장에 왔지만 우리가 묵을 산장은
여기서 5분 정도 윗쪽에 있는 Gunting Logodon Hut.
라반라타 산장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죽친다.

내일 새벽에는 이 산장으로 내려와 참을 먹고 정상으로
올라가야 하니 조금 불편하다. 5개의 산장중 본부인 라반라타 산장은
식당이 있고 난방과 온수 샤워시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라반라타 산장은 6개월 전에 예약이 끝난다고 한다.











(멋있다. 고생하여 오른만큼 감동도 크다)


구름이 열리면서 검은 빛이 도는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장엄하다. 700m가 넘는 거대한 산 하나가 통째로 바위다.
산위의 산 키나발루산. 적도 바로 위 북위 7도. 보르네오의 북쪽 동말레이시아
사바주에 위치한 키나발루산은 150만 년 전 수백 년 동안 지표 아래에서
식어있던 화강암이 약한 암반을 뚫고 위로 솟아 오른 뒤 폭우와 얼음,
빙하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아직도 매년 5㎜씩
솟아 오르면서 지각운동을 하는 살아있는 산이라고 한다.















(라반라타산장 레스토랑)

산장의 뷔페식당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로 와글와글.
정말 많은 나라 사람들이 키나발루산을 찾는 것을 실감한다.
라반라타 산장에서 오늘 저녁을 먹고, 내일 정상에 오르기 위해
새벽 참을 먹고 정상에서 내려와 아침까지 먹으니 3끼를 먹는다.
3,200m 고소에서 이렇게 잘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식사 질이 좋다.
하긴, 이번 트레킹에서 산장비만 30만원이라고 하니..









(경이롭다! 전율이 느껴진다.)

산장 난간에 자리를 잡았다. 일몰을 담고 싶었다.
발 아래 펼쳐진 구름위로 태양이 떨어지면 금상첨화일듯한데
일몰은 아마 오른쪽 산능선에 가릴 것 같다.
한 마리 새가 된듯.. 발 아래 펼쳐진 풍경이 경이롭다.







(키나발루산 위용)

마음같아서는 멋진 슬랩을 오르고 싶지만..
몸은 산 앞에서 자꾸 작아지니..











(2% 부족한 일몰.. 그래도 이게 어디야..)







(우리 숙소 Gunting Logodon Hut)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오전 1시 반에는
기상을 해야 되기 때문에 9시쯤 잠을 청했는데 숙소가 추워
잠을 잘 수가 없다. 옷을 껴 입고, 양말도 두 켤레 껴 신고서야
겨우 잠이 드는가 했는데 밖이 시끄러워 깨니 1시..
다 낫지않은 감기가 다시 온듯 목까지 아프다.





(02:30 일출을 맞으러 야간산행 출발)

고소증은 아닌데.. 목이 아프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숙소에서 밤새 소금굽는 바람에 다 낫지 않은 감기가 다시 온 것 같다.
몸이 찌부둥하지만 식당으로 내려가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2시30분 이마에 불을 켜고 야간산행을 위해 출발.





(올 것이 왔다)

별들이 쏟아질듯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밤,
헤드랜턴에 의지하여 앞 사람 발굼치만 보고

거칠고 가파른 직벽을 오른다. 정체가 되었다 풀렸다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는데 희박한 산소에 고통스럽게
토해내는 거친 숨소리가 정적을 깬다.

어제부터 나름대로 몸의 상태를 확인하며
페이스를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에 왔는지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암벽구간 직전까지는 그런대로 페이스를
유지했는데 암벽에 붙어 밧줄을 잡으니 다리에 힘이 빠진다.
올라갈까 말까 잠시 갈등을 하다 가는데까지 가 보자며 올라 보지만
걸음은 한 발 한 발 내딛기가 힘들다. 뒤따르던 사람들이 추월해 가기 시작한다.
잠시 쉬어 가야지 했는데 퍼지고 앉는 횟수가 잦아든다.





(5:19, 3,929m 통과.. 기진맥진)

정상까지 고도를 164m만 높이면 되는데..
정상에는 먼저 올라간 등반객들의 불빛이 반짝인다.

정상이 바로 저긴데.. 걸음은 다리에 납덩이를 단듯 천근만근이다.
한 뜸 한 뜸 바느질하듯 정상을 향해 내딛는다.

바위구간 시작부터 정상까지 하얀 로프가 길게
연결되어 있다. 바위 구간은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하는 곳도 있지만
경사가 완만한 곳에도 로프가 쳐져 있는 것은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이다.
고산의 정상부는 기상변화가 심하고 구름이 짙거나 어두울 때
로프만 따라가면 정상에 오를 수도 있고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게 하기위함이다. 로프가 길잡이다.









(5:53, 여명이 밝아 오고 햇귀까지..)

오늘 일출시간은 6:16분경이라고 했다.
일출사진은 일출 전 30분부터 일출 후 15분까지가 골든타임.
일출을 정상에서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 일단 몇 컷을 담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일출을 정상에서 못봐서야.. 다시 걸음을 재촉해 본다.
카메라.. 사실 무게가 제법 나가지만 이율배반적이게도 카메라를 짊어지고는
산을 오를 수 있어도 카메라없이 산을 오르는 것은 더 힘들다.

키나발루산의 일출은 적도 부근이어서
연중 큰 차이없이 오전 6시15분에서 35분 사이에 해가 뜬다고 한다.
6시까지는 정상에 올라야 하는데 늦었다.









(정상(LOW'S PEAK)에서 일출을 맞았다)

일출시간이 6시16분경이라 했는데 18분에 떴다.
정확하게 16분에 정상에 올라 2분을 기다려 만날 수 있었다.

기가막힌 날씨다. 우기가 막 지났다고는 하지만 정상에서 일출을

이렇게 깨끗한 모습으로 만나기는 쉽지않다는데.. 감사하다!

흔히 가이드들이 하는 말, 햇살만 조금 비쳐도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행운'이라는데 우리는 대단한 행운인 것 같다.


아! 찬란하게 떠 오르는 태양이여!
하루도 빠짐없이 새날이 밝아 오지만
오늘은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매일 매일을 이렇게 새롭게 맞을 수 있기를..
무엇이 여기까지 이끌었을까?







(4,095.2m KINABALU LOW'S PEAK에서)

4,000m가 넘는 7개의 봉우리중 최고봉 LOW'S PEAK.
LOW'S PEAK는 초등자인 영국인 HUE LOW(휴 로우)의 이름을 딴 것이라 한다.
정상에서는 모두가 발 아래로 보이며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오를 때의

힘듦과 고통도 사라지고 찐한 감동과 희열을 느낀다. 이 맛에 산을 오르는 것이지.

지금 이 곳은 평지에 비해 공기중 산소가 60%에 불과하다는 4,000m가 넘는 고지.
좁은 정상, 줄 서서 기다리다 인증사진 한 장 찍고는

곧바로 자리를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었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조망, 멋진 풍경)

산에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

봉화처럼, 성곽처럼 둘러쳐진 성요한봉과 당나귀봉,
송곳처럼 솟아오른 사우스 피크로 연결되는 능선 너머로 펼쳐진 운해,
적도의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는 하늘 그 아래는 남중국해이리라.
동남아시아 최고봉 키나발루산에서 보는 조망의 즐거움.

가슴이 터질듯한 감동이 밀려온다.

행복하다! 이대로가 좋다.







(단체사진도 남기고..)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키나발루산을
'영혼의 안식처'로 여긴다고 한다.







(성요한봉과 사우스 피크, 여기까지..)

체력도 바닥나고.. 카메라 배터리도 바닥났다.
어쩜 카메라 배터리가 있었더라면 새 힘이 났을지도 모른다.
더 담고 싶은 장면도 많은데.. 배터리가 충분할 것 같아
스페어 배터리를 가져오지 않았는데 배터리가 없어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없다니..
좋은 풍경 다 놓쳤다.

여기서부터는 일행분들(가을사랑, 총독님)의
작품들을 빌려와 글을 이어갑니다.





(그냥 멋있다는 감탄사밖엔..)

하산하는 모습도 멋있다.
전방에 보이는 뾰족봉은 사우스 피크(South Peak 3,993m).






 








(당나귀봉을 비롯한 기묘한 봉우리들..)

LOW'S PEAK 정상에서 바로 옆에 두번째로 높은
4,091m의 성요한봉을 비롯하여, 동쪽으로 4,032m의 어글리 시스터봉과
4,054m의 당나귀봉, 당나귀봉은 라반라타 산장에서도 보이던 봉우리.
또 서쪽으로는 4,003m의 알렉산드리아봉, 남쪽으로 3,933m의
사우스 피크가 위치해 있고, 구름바다에 떠 있는 산들까지
특별한 조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얏사얏 산장(3,668m))

여기서 정상으로 오르는 등반객을 체크하고,
내려 올 때 또 체크를 한다. 등정확인서를 발급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통과한 사람을 일일히 체크하는 것은 잘 하는 것 같다.







(라반라타 산장이 지척으로 보이지만..)

바위 구간은 시작부터 정상까지 로프가 쳐져 있는데
바위가 화강암이라 많이 미끄럽지는 않지만 로프를 잡아야 하는
구간도 있고, 상당한 체력을 요구하는 만만찮은 코스다.
저 아래 라반라타 산장이 보이건만 아직도 30분 거리란다.
스틱에 의지 거의 무의식적으로 걷는다. 스틱을 가져가기 정말 잘했다.

걷는 모습이 힘들어 보였는지 동행하던 ??님(총무님 부군)이 배낭을 메어

주겠다고 한다. 괜찮다고 해도 배낭을 달라고 하여 신세를 진다. 감사하다.
뭘 먹어야 에너지가 보충될텐데.. 배낭에 먹을 것이 있어도

넘어 가지를 않으니.. 조심조심 산장까지 내려오는 수 밖엔..

10시까지 식사시간이라는데 아침은 생각도 없다.
일단 한 숨 자는게 나을 것 같아 숙소로 직행, 한 숨 자고 나니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었다. 시간맞춰 내려가니 가이드가 아침을
챙겨 

놓았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배낭은 포터에게 맡기고 편하게 하산했다.
사실은 4,000m가 넘는 고산을 무모할 정도 억지춘향격으로 다녀온 것이다.
후배들에게는 산행준비를 철저히 하라면서 정작 자신은 이렇게
대책없이 가다니.. 요즘은 산에 들면서 반성할 일이 더 많아진다.
교육에 왕도가 없듯 산에도 특별한 장사는 없다.

 

 


(정상 등정 증명서)

사라진 꿈은 아니지만.., 한 때는 악우들과 7대륙 최고봉에 대한
꿈을 키웠었다. 그러면서 백두산 종주와 일본 북알프스 종주를 하고,
1년에 1,000m씩 고도를 올리자며 다음으로 잡은 산이 4,000m급의 키나발루였다.
10년 전의 이야기다. 그러던 중 백두대간에 발을 들여놓는 바람에 9정맥까지 

발길이 이어져 꼬박 5년을 보내게 되어 엘부르즈와 킬리만자로는 고사하고
키나발루도 갈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이제사 키나발루에 신고하게 되었는데..
감기몸살로 파김치가 된 몸으로 찾은 바람에 혹독한 신고식을 치루고 왔다.
컨디션이 좋지않으니 빠듯한 일정의 강행군도 부담이 되어
힘들게 했지만 

고군분투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음을 감사드린다. 비록, 망설이고 마음 졸이며

떠났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하여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수고한 운영진과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