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독백 / 오광수

2018. 12. 4. 15:35카테고리 없음







‘Kussharo Lake Tree, Study 6,-Kotan,-Hokkaido,-Japan(2006) / Michael Kenna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내가 당신에게 행복이길』(2005), 전자출판 고이북.





오광수


울산 출생
대한문학세계로 등단
등단문 형설동인
한국기독교 작가협회 정회원
마로니에 샘가 회원


<작품>
시집 "내가 당신에게 행복이길" 전자출판(고이북),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