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26. 22:28ㆍ시,좋은글/좋은글
잠수복과 나비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장 도미니크 보비/ 양영란 옮김
몇 일전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들은
'추억하기'와 '상상하기'로 쓴 '잠수복과 나비'라는 책.
오늘 출장갔다 오는 길 고속버스터미널 서점에서
마침 구입하려던 책을 찾고는 얼마나 기뻤는지...
광주에서 울산까지 4시간 넘게 걸리는 길
읽고 싶었던 책 한 권과 함께 하니...
절망의 순간에도 긍정적인 자세로 '추억하기'와 '상상하기'로
몸은 잠수복에 꼭 조여 꼼짝달싹하지도 못하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정신은 자유로운 나비가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펴며 마지막 정열로
15개월 동안 왼쪽 눈꺼풀을 20만번 이상 깜빡여 쓴 감동적인 글.
단숨에 읽고 나니 저자에게 미안한 생각까지 들었다.
시간내어 한 자, 한 자 다시 읽어 봐야겠다.
작가 / 장 도미니크 보비
장 도미니크 보비는 1952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마오쩌뚱주의 경향을 보였던 파리의 마르셀 푸르스트 고등학교에서
약간의 인본주의를 맛보고, 필리프테슨이라는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였다.
조르주 퐁피두가 사망한 그날 <일간 파리>에서 첫 기자생활을 시작하였다.
그 후 <마탱>지와 <파리마치>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1991년 <엘르>지 편집장이 되었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이며 자상한 아버지,
멋진 생활을 사랑했으며, 똑똑한 대식가,
좋은 말을 골라 쓰는 유머러스한 멋진 남자.
앞서가는 정신의소유자로서 누구보다도 자유를 구가하던 그는,
1995년 12월 8일 금요일 오후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3주 후.
의식을 회복했으나,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왼쪽 눈꺼풀뿐.
그로부터 그의 또 다른 인생,
비록 15개월 남짓에 불과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유일한 의사 소통 수단인 왼쪽 눈꺼풀을 깜박거려
써내려 간 글이 하루에 반쪽 분량,
15개월 동안 20만번 이상 깜박거려 완성한
책의 제목은 <잠수복과 나비>.
마지막 생명력을 쏟아부어 쓴 이 책은,
길지 않은 그의 삶에서 일어났던 일화들을
풍자와 유머로써 진솔하게 묘사하고 있다.
눈물겨우면서도 결코 평정을 잃지 않은 저자의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주며
무한한 감동의 세계로 인도한다.
<잠수복과 나비>는 불과 열흘 만에 17만 부가 판매되는,
프랑스 출판사상 그 유래가 없는 엄청난 베르스 셀러가 되었다.
현재 전 세계 20개국에서 번역 중에 있으며,
출간 즉시 속속 베스트 셀러 대열에 올라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고 한다.
인생의 다른 관점
인생은 아름답고 또 그속에 녹아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것
이 책의 지은이는
유명한 잡지사의 편집장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엘리트이고 그리고 인생의 황금기에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런 사고로 눈꺼풀을 움직이는 이외의
모든 부분이 마비가 되게 되고 만다.
그리고 그후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사랑스런 사람들과의 일들을
결코 진부하거나 슬프거나 가라앉은 것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서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한다.
우선 책의 분량 적어 부담이 없어 좋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감사함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장애와 상관없이 늘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와 재치를 배우고 싶다.
정신은 상상의 나래를 펴는 나비...
육체는 정신을 가두는 무거운 잠수복 일 뿐.
알파벳
나는 내 알파벳표에 적힌 글자들을 좋아한다.
밤이 되어 사방이 캄캄해지고
TV의 빨간 표시등만이 유일한 삶의 흔적처럼
느껴질 때, 알파벳표의 장음과 모음들은
샤를 트레네의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
"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
나는 그리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네......" .
글자들은 손에 손을 잡고 방 안을 가로지른다.
침대 주위를 빙빙 돌고, 창가로 다가가서는 꾸불꾸불
벽을 타올라 문까지 갔다가 다시 방 안을 돈다.
ESARINTULOMDPCFBVHFJQZYXKW
얼핏 보기에는 무질서해 부이는 이 글자 행렬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치밀하고 복잡한 계산의 결과다.
따라서 단순한 알파벳이라고 하기보다는,
프랑스어에서 사용되는 빈도에 따라 철자를 배치한,
이를테면 글자들의 빌보드 차트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자주 쓰이는 E가 제일 앞에 나오고, W는 꼴찌자리라도 감지덕지.
B는 발음이 혼동되기 쉬운 V와 하필이면 이웃하게 되어 뾰로통.
하고 많은 문장에서 제일 앞에 나와 거만해진 J는,
뒤쪽으로 밀린 자기 위치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
H보다 한 자리 뒤로 밀린 뚱뚱보 G는 심술을 부리고,
T와 U는 둘이 붙어있게 되어 기쁜 듯.
나와 직접적으로 의사 소통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천만다행.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ESA...로 된 알파벳표를 내게 펼쳐 보이면,
나는 내가 원하는 글자에서 눈을 깜박인다.
상대방은 그 글자를 받아 적으면 된다.
똑같은 과정을 그 다음 글자에서도 계속 반복한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빠른시간 내에 한 단어를
완성할 수 있고, 뜻이 통하는 문장도 토막토막 이어 맞출 수 있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겁을 먹는 사람들도 있고,
눈치가 굉장히 빠른 사람들도 있다. 내 생각을 옮겨 적는 이 기호
체계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크로스워드나 스크래블 애호가들은 적응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쉽게 익숙해지는 편이다.
자주 사용하다 보면 어떤 여자들은 아예 알파벳표를 외어
버려서, 알파벳 순서와 내가 자주 쓰는 말을 적어놓은
공책 없이도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잠수종과 나비"라는 이름으로
지난 2.14일 국내에서 개봉되기도 하였고...
더 찾아보니
2007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작품으로
2007 부산 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부분 초청작으로
국내영화 팬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잠수복'과 '나비'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단어.
현실의 육체는 잠수복을 입은 것처럼
숨막히는 갑갑함으로 온몸을 옥 죄고 있지만,
그의 영혼은 나비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세상 어느 곳이든 날아가고 머물며
책을 완성하고 몇일 후
정말 나비가 된듯 날아가 버린 그.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열정적인 삶으로 감동을 주고간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주위를 돌아보니 모두가 소중한 것들뿐
욕심과 불평, 불만은 사치
모두가 감사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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