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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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김현승
가을 /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 네 노래를 고르더니 ..
2019.10.23 -
가을이 오는 날 / 김현승
가을이 오는 날 / 김현승 9월에 처음 만나는 네게서는 나프탈렌 냄새가 풍긴다. 비록 묵은 네 양복이긴 하지만 청을 아는 너의 넥타인 이 달의 하늘처럼 고웁다. 그리하여 9월은 가을의 첫 입술을 서늘한 이마에 받는 달. 그리고 생각하는 혼(魂)이 처음으로 네 육체 안에 들었을 때와 같이 ..
2014.09.01 -
부활절에 / 김현승
부활절에 / 김현승 당신의 핏자욱에선 꽃이 피어 - 사랑 꽃이 피어, 땅 끝에서 땅 끝에서 당신의 못자욱은 우리를 더욱 당신에게 열매 맺게 합니다. 당신은 지금 무덤 밖 온 천하에 계십니다 - 두루 계십니다 당신은 당신의 손으로 로마를 정복하지 않았으나, 당신은 그 손의 피로 로마를 ..
2012.04.08 -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
201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