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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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갈채를 보낸다 / 유안진
박수 갈채를 보낸다 / 유안진 춘설은 차라리 폭설이었다 겨울은 최후까지 겨울을 완성하느라 최선을 다했다 핏덩이를 쏟아내며 제철을 완성하는 동백꽃도 피다 진다 칼바람 속에서도 겨울과 맞서 매화는 꽃 피었다, 반쯤 넘어 벙글었던 옥매화는 폭설을 못 이겨 가지째 휘어지다 끝내는 부러졌다. 겨울 속에 봄은 왔고 봄속에도 겨울은 있었다 두 시대가 동거해야 하는 불운은 항상 앞선 자의 몫이었다 정작 봄이 무르익었을 때는 매화는 이미 꽃이 아니다 앞서가는 자는 항상 이렇다 불행하지 않으면 선구자(先驅者)가 아니다 지탄 받는 수모 없이 완성되는 시대도 없다 춘설도 동백꽃도 꽃샘추위도 제 시대를 완성하고 죽는 후구자(後驅者) 그 사람들인 것을. 출전 : 『다보탑을 줍다』(창비. 2004) 유안진(柳岸津, 1941. 10..
2019.03.17 -
5 月歌 · 소녀는 여인으로 / 유안진
5 月歌 · 소녀는 여인으로 / 유안진 보랏빛 라일락 진자주 모란의 꽃길 노랫길도 아카시아 들찔레의 숲길로 이어지니 소녀여 어느새 여인이 되었느냐 꽃등(燈) 찬란턴 꽃길이 끝나면 눈물어린 숲길이 열리게 마련인가 내 사랑 오월이여 소녀로 왔다가 여인으로 가는 이여 꽃피 펑펑 쏟던..
2012.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