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 최호일
스위치 / 최호일 어린 나비 한 마리가 바위의 가슴에 앉는 찰나 바위는 금이 갔다 찬란한 생성의 힘 어둠의 몸통이 흰 뼈를 내보이며 망설이고 있다 천년의 침묵은 보람도 없이 쩡 깨져 버린다 금의 틈새에 마악 도착한 햇빛이 묻고 이제 싹 틔울 씨앗 하나 즐겁게 접속된다 꽃이 피고 그것은 언제나 환한 중심이 되었다 꽃의 얼굴은 늘상 개폐의 원리를 따른다 신나게도 그리움의 회로를 타고 와 내 안에 불이 켜지는 그 최호일 시인 충남 서천 출생 2009년 월간 《현대시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 『바나나의 웃음』 문예중앙, 2014
2019.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