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의 노래 / 신경림

2009. 12. 10. 13:06시,좋은글/詩


  
가난한 사랑의 노래 
- 신경림 -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이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뽈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그림 / 이수동 화백(달밤)
음악 / 지고이네르바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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