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0. 19:21ㆍ이래서야/4대강 난도질
[4대강 현장을 가다]
선진국은 ‘보 철거’ 4대강은 ‘설치’
최인진 기자
ㆍ‘강폭 넓힌 뒤 생태적 복원’ 세계적 추세
ㆍ국내서도 보 철거후 수질개선 사례 많아
“보를 만들기보다는 강폭을 넓혀야 한다.”
국내에서 4대강 사업을 위해 보로 물길을 막고 준설 공사가 한창인 것과 달리 독일·네덜란드·스위스·일본 등 환경 선진국에선 정반대로 하천의 폭을 넓히는 등 친수공간 확대가 신개념 치수정책으로 정착되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8일 “하폭 확대와 강변 저류지 등을 늘려 하천에 더 많은 친수 공간을 제공하는 신개념 치수정책이 선진국들을 비롯, 전 세계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신개념 치수정책은 하천 복원이 핵심이다. 제방을 신설하거나 높이고 준설하는 방식은 하천중심의 1차원적 치수대책인 반면, 하폭 확대는 2차원적인 유역 차원의 홍수방어 방법인 셈이다. “홍수를 예방하겠다”며 곳곳에 보를 건설하고 강 바닥을 파헤치는 우리의 4대강 사업과는 대조적이다.
독일 뮌헨 하천의 복원 전(왼쪽)과 복원 후. 하천 폭을 크게 늘리고,
낮아진 하상을 오히려 높이는 방법으로 홍수를 예방하고 있다. | 박창근 교수 제공
학계는 신개념 치수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네덜란드의 룸 포 더 리버(Room for the River), 일본의 요도가와(淀川·75㎞) 친환경 치수사업 등을 꼽고 있다. 네덜란드는 라인강의 제방을 계속 높이던 기존 정책을 탈피하고 강의 홍수 수용 공간을 늘리고 있다. 일본 요도가와도 홍수와 산사태가 반복되자 1971년 최대 4m까지 준설하고, 특히 저수로 폭을 120m에서 300m로 크게 늘렸다. 하폭을 오히려 넓히는 방법으로 홍수위를 저하시킨 것이다.
스위스 투르강도 하폭을 넓히고 낮아진 하상을 오히려 높이는 사업을 통해 홍수방어를 하고 있다. 독일 뮌헨 도심지 강도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하천 공간 넓히고 철새도래지 등 생태 공간을 확대했다. 인공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도 치수 안전도를 높였다.
박 교수는 최근 발표한 ‘4대강 사업의 공학적 문제점 분석 보고서’에서 “기능을 상실한 보나 소형 댐 등은 물론이고 기능을 유지하는 댐까지 철거해 하천을 복원시키는 룸 포 더 리버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12년부터 지금까지 총 650개 이상의 보 또는 댐을 철거했다. 이 중 높이가 소규모 댐에 해당하는 높이 15m 이하의 구조물이 338개에 이르고 있다. 일본도 2001년 4월 조사결과 농업용 보 326개를 시설 노후화 등의 이유로 철거했다.
보 철거 후 하천수질이 개선된 사례는 국내에서도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는 지난 4일 개최한 4대강 토론회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환경부에 제출한 ‘기능을 상실한 보철거를 통한 하천생태통로 및 수질개선효과’ 보고서를 인용, “보 철거로 수질이 매우 좋아졌고 하천 생태계도 회복됐다”고 밝혔다. 즉 한탄강 고탄보는 3.6~4.0PPM이었던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가 보 철거 5개월 후 1.4~1.8PPM으로 개선됐다. 또 고양시 곡릉 2보도 보 철거 전 3.4~6.1PPM에서 철거 1년 후 1.6~1.8PPM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이래서야 > 4대강 난도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_성명서] 4대강 공사는 운하 공사 (0) | 2010.03.26 |
---|---|
[4대강 현장을 가다] (4) 남한강 팔당상수원 오염 (0) | 2010.03.11 |
[4대강 현장을 가다] "썩은 하류 놔두고, 왜 멀쩡한 상류 모래만 파내나" (1) | 2010.03.06 |
[4대강 현장을 가다] / (2) 신음하는 낙동강 하류 (0) | 2010.03.06 |
[4대강 현장을 가다] / (1) 수난의 낙동강 상류 (0) | 2010.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