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1. 20:06ㆍ이래서야/4대강 난도질
[4대강 현장을 가다]
(4) 남한강 팔당상수원 오염
최인진 기자
ㆍ시커먼 침출수 ‘콸콸’…흙탕물 농도 20배 증가
ㆍ오탁방지막 ‘숭숭’…강천보 현장 최악
ㆍ“거대 호수 고인 물 수도권 식수 심각”
“저길 한번 보세요. 시커먼 침출수가 그대로 강물로 흘러가고 있네요. 이러니 남한강의 흙탕물 농도가 20배나 증가할 수밖에요.”(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이달 초 4대강 공사로 3개의 보가 건설 중인 경기 여주군 남한강 일대는 사방이 흙탕물 천지였다. 공사장의 흙탕물과 오염된 침출수는 강물을 따라 하류 쪽 팔당상수원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설치한 ‘오탁방지막’은 있으나마나였다.
4대강 공사 전의 남한강 전경.
“그 맑던 강물이 이렇게 됐다” 지난 3일 박창근 관동대 교수(오른쪽)와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등이 여주군 남한강 준설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김창길 기자
◇ 줄줄 흐르는 오탁방지막 = 남한강 상류에 있는 강천보는 3개 보 공사 현장 중 ‘최악’이었다. 강변을 따라 폭약 발파로 움푹 팬 구덩이들이 방치돼 있었다. 포클레인과 트럭들은 발파 현장에서 나온 흙과 돌덩이를 가물막이 공사를 위해 강에 퍼붓고 있었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강물 위에는 탁수 유출을 막겠다고 오탁방지막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불어난 물에 길이가 짧아져 한쪽 귀퉁이로는 흙탕물이 그대로 흘러내렸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오탁방지막의 탁수 저감률은 30%도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포보·여주보도 사정은 마찬가지. 시커먼 흙탕물이 팔당상수원이 있는 하류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공사장 구덩이에 고인 침출수는 침사지도 거치지 않은 채 펌프로 퍼 올려져 강으로 방류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항진 위원장은 “정부가 팔당상수원 인근에서 4대강 공사를 이유로 수도권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불법 행위를 버젓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돗물 안정성 우려 =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공사 전 남한강의 부유물질 농도는 연평균 11PPM 정도로, 겨울에는 2~5PPM이었다. 그러나 4대강 공사 후 흙탕물 농도가 40PPM을 넘어섰다. 수질이 최고 20배가량 나빠진 것이다. 시기적으로 연중 강물이 가장 적은 갈수기에 공사를 착수, 대규모로 강바닥을 긁어내 강 전체를 흙탕물로 만들면서 수돗물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흙탕물은 이미 수돗물 안전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토사가 유입된 흙탕물의 높은 탁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알루미늄 제제와 같은 응집제를 다량 사용한다. 이 때문에 정수처리 비용 증가와 수돗물 내 알루미늄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해 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가 설치된 뒤부터입니다. 물이 고이면 썩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남한강에 설치 중인 보로 인해 팔당상수원 수질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을 입증하는 사례로 고양시 곡릉천을 들었다. 곡릉천은 보(곡릉보)가 철거되자 6개월 만에 하천 수질이 3급수에서 2급수로 개선됐다. 현재 남한강에 세워지는 3개 보의 저류량은 이포보 1700만t·여주보 1280만t·강천보 1150만t. 대형댐 기준 300만t의 4배가 넘는다. 보가 아니라 거대한 댐인 셈이다.
명호 운하백지화공동연대 사무국장도 “4대강 사업으로 수돗물 불신은 더 깊어지게 됐다”면서 “앞으로 수도권 시민들은 거대한 호수로 변해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억새풀밭 사라져 = 남한강의 생태계도 4대강 공사로 파헤쳐지고 있다. 이 지역 대표 습지이자 천혜의 자연인 ‘바위늪구비’는 서서히 파괴되고 있었다. 213만9000㎡의 넓은 벌판에 지천이던 억새풀밭은 포클레인 삽질에 온데간데 없어졌다. 울창하던 잡목들은 잘려진 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은 몇 달 전만 해도 세계 유일의 희귀식물인 ‘단양쑥부쟁이’를 비롯해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과 삵의 흔적이 발견됐던 곳이다. 문화재 훼손도 우려되고 있다. 광주미사리선사유적(사적 제269호)과 신륵사(보물 제180호)의 경우 보 건설로 물이 지반으로 침투해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종교 유적의 경우 당연히 주변 경관까지 영향권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이런 곳들을 피해 한달반 만에 서둘러 조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 시리즈 끝 >
ⓒ 경향신문 & 경향닷컴
'이래서야 > 4대강 난도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철수 판화가의 4대강 작품들 (0) | 2010.03.28 |
---|---|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_성명서] 4대강 공사는 운하 공사 (0) | 2010.03.26 |
[4대강 현장을 가다] 선진국은 ‘보 철거’ 4대강은 ‘설치’ (0) | 2010.03.10 |
[4대강 현장을 가다] "썩은 하류 놔두고, 왜 멀쩡한 상류 모래만 파내나" (1) | 2010.03.06 |
[4대강 현장을 가다] / (2) 신음하는 낙동강 하류 (0) | 2010.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