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의 미래, 싼먼샤댐과 싼샤댐의 비극

2010. 4. 4. 17:01이래서야/4대강 난도질

 

4대강의 미래, 싼먼샤댐과 싼샤댐의 비극
대홍수와 대지진, 생물 멸종의 원인이 된 대형댐 건설

  등록일: 2010-03-31 22:21:45   

싼먼샤댐과 싼샤댐은 중국의 황허강과 양쯔강에 세워진 댐이다.
두 댐의 공통점이라면 비계획적이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치수와 환경보존’이란 명분으로 댐을 건설했다. 그러나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최대의 건설작품은 세계최악의 환경파괴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의 싼먼사댐, 싼샤댐과 우리나라 4대강 사업은 본류 강에 대한 본격적인 치수가 공통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사회적 합의 없이 국토의 지형이 바뀌는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생명 다양성의 파괴, 역사적 유물․유적의 파괴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 침해 등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준비 시간 없이 진행된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 역시 초기부터 4대강 파괴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친환경, 국토의 계획적인 개발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무리한 개발이라는 시민사회계와 학계, 야당 등의 주장은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매도되었다.
이러한 4대강의 미래, 싼샤댐과 싼먼샤댐의 현재에 대해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싼먼샤댐과 싼샤댐의 비극'이란 칼럼을 썼다. 예측 불가능한 개발을 강행하는 정부. 검증과 이성, 소통이 없는 정부와 여당. 무논리, 무대응, 무계획적인 개발 정부에게 이 칼럼을 선사한다.
칼럼의 요약본을 아래에 붙인다.


 

 

 

▲ 양쯔강에 건설된 세계 최대의 댐 싼샤댐. 4대강 사업처럼 물을 가둬 수량을 확보하겠다던

싼샤댐은 오히려 방류 수량이 줄어들면서 물부족현상이 일어났고, 정체된 물이 오염되면서

양쯔강 전반적인 수질이 악화됐다 ⓒ위키백과

 

 

1954년, 중국에서는 역사적인 토목사업이 시작됐다.
350m의 높이로 황허강에 건설된 쌴먼사댐이다. 중국 정부 주도로 계획된 이 댐은 긴 세월동안 홍수를 가져다준 강이 이득을 주는 강으로 바뀌고 흙탕물이 맑은 물로 흐르는 것과 함께 농업용수의 확보와 댐 하류 뱃길개선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수몰되는 농지와 수몰민에 대한 현황도, 30년 후면 댐 자체가 상류에서 내려온 토사에 묻혀버릴 것이라는 예측도 없었다.


미국 Illinois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1953년부터 칭화(淸華)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수리 전문가 황완리(黃萬里)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장밋빛 미래를 <황허 싼먼샤 저수지의 현행 계획방법에 관한 의견>을 통해 냉철하게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황허강의 치수, 맑은 강의 회복, 90만kw의 발전시설을 주요 효과로 내세웠으나 황완리 교수는 막대한 토사의 유입으로 새로운 침수구역이 발생, 1천평방킬로미터의 농토 유실이 발생할 것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반당, 반사회주의 우파’로 낙인 찍혔다. 1961년 숙청된 황 교수는 베이징 부근 농촌으로 내려가 노동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며, 살 집도 없이 토굴에서 기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는 황완리(黃萬里) 교수를 응원했다. 1962년,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싼먼사댐의 수정계획을 발표했다. 2개의 터널을 뚫고 4개의 파이프를 연결해 토사 퇴적을 해결하려 한 것인데, 아직까지도 완전한 해결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1992년 8월에는 황허강 지류에서 큰 홍수가 나 4백㎢? 이상의 전답이 유실되고 5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다.


만약 중국정부가 황완리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쌴먼샤댐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20여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온갖 고초를 겪은 황완리 교수는 1980년 ‘우파가 아니었다’는 결정문을 받고 복권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시련에도 불구하고 양쯔강에 샨샤댐 계획이 세워지자 또다시 진실을 알리는 활동에 앞장서게 되었다. 

 

 

▲ 싼샤댐 공사 전경. 학자들이 제기한 문제점을 귀담아 듣지 않았던 정부는 결국 싼먼샤댐의

비극을 불러왔으나 이에 대한 교훈 없이 싼샤댐 건설을 강행했다. 이와 같은 비극은 또 다시

반복되어 2008년 발생한 쓰촨성 대지진의 원인이 싼샤댐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준관

 

중국정부는 싼먼사댐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싼샤댐을 계획을 수립했다. 양쯔강 중상류 후베이(湖北)성의 세 협곡을 잇는 쌴샤댐은 길이 2.3㎞, 저수량 390억톤의 세계 최대의 댐이다. 당시 총리였던 리펑이 주도적으로 밀어부쳐 리펑공정이라도 부른다. 싼샤댐 건설 지지자들은 댐 건설로 수력발전, 홍수예방, 하상물류와 고용촉진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완리 교수는 당시로서 싼샤 댐 건설 이후의 강물 흐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며, 모래 퇴적량을 정확히 계산할 방법도 없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강 형태의 변화와 농토의 훼손이 발생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지도층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에게 단 30분의 시간만 주면 이 댐을 건설해선 안되는 이유를 분명하게 밝힐 수 있다고 했지만, 아무도 그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쌴샤댐이 완공된 지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싼샤댐의 문제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수질 오염으로, 댐 건설로 유속이 느려져 강의 자정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오염된 물이 댐 하류로 방출됨에 따라 양쯔강 전반의 수질이 악화되는 ‘싼샤댐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1월 중국 최대의 영자신문인 China Daily는 양쯔강 수위가 14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상하이의 식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싼샤댐에서 양쯔강으로 방출되는 물의 양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였다. 물을 가두어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오히려 물 부족이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와 함께 양쯔강의 수량이 줄어들면서 달팽이가 급속도로 번식해 주혈흡출증(schistomiasis)이라는 병이 지역주민들에게 널리 퍼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달팽이가 배설한 유충이 사람의 피부를 뚫고 체내로 들어가 발생하는 이 병은 발열, 식용감퇴, 근육통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양쯔강돌고래. 민물에 사는 양쯔강돌고래는 싼샤댐 완공 이후

멸종이 선언되었다. 4대강 민물고기 역시 보 건설과 준설이 완료되면

이와 같은 비극을 겪게 될 것이다

 

싼샤댐이 완공되기도 전인 2007년 가을, 일군의 중국 과학자들은 이 댐으로 인해 산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각종 전염병이 퍼지고 있는 사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정부 고위 관리들도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과학자들은 생물다양성의 파괴도 우려했는데, 그들의 우려가 단지 기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싼샤댐 건설은 지구상에서 오직 양쯔강에만 서식하던 민물 돌고래 바이지툰(양쯔강 돌고래)의 멸종을 가져온 것이다. 과학자들은 싼샤댐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몰린 생물의 숫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한다.


싼샤댐이 앞으로 주변의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은 지금 이 단계에서 아무도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없다. 댐 공사를 통해 조성된 거대한 인공호수가 야기할 기후 변화와 생태계 교란이 거의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빚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싼샤댐에 고였다가 흘러나오는 물이 더 많은 모래를 운반하게 됨에 따라 양쯔강의 하상과 물 흐름이 크게 달라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댐이 뜻하지 않은 곳의 홍수 피해를 만들어내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싼샤댐의 위협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규모로 현실화되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4대강사업으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로서 싼먼샤댐과 싼샤댐의 비극에 대한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거대 토목사업을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소신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과정이 서로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나마 거대한 땅 덩어리의 일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 전체에 걸쳐 그런 문제가 발생할 텐데 정말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황허와 양쯔강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댐 건설로 이름을 남기고 싶었던 중국지도자들에게 황완리 교수는 귀찮기만 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마음을 열고 황 교수의 충정을 받아들였다면 오히려 그들의 이름이 부정적으로 오르내리는 일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 똑같은 일이 그대로 반복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일은 자꾸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가 과거의 경험에서 혹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비슷한 상황에서 좀 더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고 따라서 한층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에게 역사 공부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해보라고 간곡하게 권하고 싶다.

 


글 : 안철(환경연합 그린리포터)
담당 : 대안정책국 웹4대강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