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0. 12:21ㆍ山情無限/山
택리지 속의 백두대간
(<산수 (山水)>편 중에서)
백두대간이 등장하는 문헌 조사는 산림청에서 자료집을 펴냈고, 그 요약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 글쓴이는 산림청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요약본에 있는 부분을 원본에서 확인해 보려는 욕구와 언제나 원본에서만 얻을 수 있는 보는 감흥이 있기에 먼저 소장하고 있는 『택리지』를 살펴 보았다. 예전에 한 번 훑듯이 본 기억이 있어서 「복거총론」<산수>편 우선 보게 되었다. 보던 중에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대간과 정간 13정맥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산수>편에는 대간(大幹), 청북, 청남이란 『산경표』에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용어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 제주도, 유구국(琉球國 : 현 일본의 오끼나와)까지를 설명해 나가는 과정에 등장하는 산줄기의 흐름이 낯익은 부분이 많았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이 마치 지도를 펴놓고 이 땅을 들여다보면서 설명해 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대동여지전도>에 나와 있는 지명을 확인하고 산줄기의 흐름을 짚어가면서 읽어 나갔다. 결과는 놀랍게도 거의 일치했다. 그 안에는 용어만 안썼지 대간 뿐만 아니라 정간과 12정맥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단지 낙남정맥만이 빠져 있었다.
단순하게 산줄기를 나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명확한 인식아래 서술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인식이란 다름 아닌 『산경표』로 집대성된 백두대간 개념의 이 땅 바라보기였다. 1751년에 쓰여진 『택리지』<산수>편은 백두대간 개념을 갖지 않고는 읽어낼 수 없는 글이었다.
이 글은 전반부에 그 원문(해석) 그 중에서 관련된 부분을 밑 줄로 나타내고, 글의 후반부에 밑 줄 친 부분에 대한 설명과 글쓴이의 견해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백두산에서 함흥까지는 산줄기가 가운데로 내려오다가, (거기서) 동쪽 가지는 두만강 남쪽으로 뻗어가고, 서쪽가지는 압록강 남쪽으로 뻗어갔다. 함흥에서 등마루 산줄기가 동해 바닷가로 바싹 치우쳐서 서쪽 가지는 길게 7~800리나 뻗었지만, 동쪽 가지는 (동해에 막혀) 100리도 못 된다.
②(백두)대간은 끊어지지 않고 옆으로 뻗었는데, 남쪽으로 수천리를 내려가면서 경상도 태백산까지 한 줄기 영(嶺)으로 통해져 있다. 함경도와 강원도의 경계에서는 철령(鐵嶺)이 되었는데, 이 고개가 북도로 통하는 큰 길이다. 그 아래쪽으로는 추지령(湫池嶺), 금강산, 연수령(延壽嶺), 오색령(五色嶺), 설악산, 한계산, 오대산, 대관령, 백봉령(白鳳嶺)이 되었다가, 마지막에는 태백산이 되었다. 모두 험한 산에다 깊은 두메이고, 가파른 봉우리에가 겹쳐진 묏부리이다.
영(嶺)이라고 하는 것은 등마루 산줄기가 조금 나지막해지고 평평해지는 곳을 말한다. 이런 곳에다 길을 내어 영 동쪽(영동)과 통한다. 그 나머지는 모두 산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③평안도는 청천강 남쪽과 북쪽을 막론하고 모두 함흥에서 뻗어온 서쪽가지가 맺혀서 된 산들이다. ④황해도와 개성부는 고원과 문천 사이에서 뻗어온 서쪽 가지가 맺혀서 된 산들이다. ⑤철원과 한양은 안변 철령에서 나온 줄기가 맺혀서 된 산들이며, ⑥강원도는 모두 영(嶺) 서쪽에서 뻗어 나온 산들인데, 서쪽은 용진에서 그쳤으니 우리 나라에서 가장 짧은 산줄기이다. 이곳을 지나면 (산다운) 산이 없다.
⑦태백산에서 등마루가 좌우로 갈라져, 왼쪽 가지는 동해 바닷가를 따라 내려갔다. ⑧오른쪽 가지는 소백산에서 남쪽으로 내려갔는데, 태백산쪽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비록 만첩 산 속이지만 산등성이가 자주 이어졌다 끊어지면서, 큰 영이 넷이나 되고, 작은 영은 일곱이나 되었다.
소백산 아래에선 죽령이 큰 영이며, 그 아래쪽에 천주령과 화원령이 작은 영이다. 주흘산 아래에선 조령(새재)이 큰 영이고, 그 아래쪽에 양산령과 율치령이 작은 영이다. 속리산 아래의 화령과 추풍령, 황악산 남쪽의 무풍령도 작은 영이다. 덕유산 남쪽에 있는 육십치와 팔량치는 큰 영인데, 여기를 지나면 지리산이 된다. (이 영들은) 모두 남북으로 통하는 길이며 통하는 길이며, 작은 영이라고 하는 것들은 평지에서 지나가는 산협이다.
이 가운데서 속리산과 덕유산은 갈라짐이 더욱 심하다. ⑨속리산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바깥쪽으로 되돌아간 산줄기는 기호지방 남북 들판에 뒤섞여 있다. ⑩덕유산의 정기는 서쪽으로 가서 마이산과 추탁산이 되었고, 남쪽에서 지리산이 되었다.
⑪ 마이산 서쪽과 북쪽으로 뻗은 두 가지는 진잠과 만경에서 그쳤는데, ⑫그 가운데 가장 긴 가지는 노령에서 세 가닥으로 갈라져, 서북쪽 두 가지가 부안과 무안을 지난 뒤에 흩어져서 서해 가운데 여러 섬이 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긴 것은 동쪽으로 가서 담양의 추월산과 광주의 무등산이 되었으며, 추월산과 무등산 줄기가 또 서쪽으로 뻗어서 영암의 월출산이 되었다. 월출산 줄기는 또 동쪽으로 가다가 광양의 백운산에서 그쳤는데, 구불구불한 산줄기가 갈짓자(之字) 모양 같다.
월출산 한 줄기가 따로 남쪽으로 뻗어가서 해남현 관두리를 지난 뒤에 남해 한 가운데 여러 섬이 되었고, 바닷길 천리를 건너서 제주도 한라산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한라산 줄기가 또 바다를 건너 유구국(琉球國)이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주 가깝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택리지』(허경진 옮김. 한양출판. 1996. 213 ~ 215쪽) <산수>편의 일부임.
이제 『택리지』<산수>편을 하나하나 분석해 보자. 참고 자료를 이용하면 한결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체 참고 자료 (산경도) : 아래의 참고 자료들은 전체를 필요에 따라 부분만 편집한 것임.))
①백두산에서 함흥까지는 산줄기가 가운데로 내려오다가, (거기서) 동쪽 가지는 두만강 남쪽으로 뻗어가고, 서쪽가지는 압록강 남쪽으로 뻗어갔다.
이 글은 백두산에서 함흥까지는 백두대간, 동쪽 가지는 두만강 남쪽을 달리는 장백정간, 서쪽 가지는 압록강 남쪽으로 달리는 청북정맥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②(백두)대간은 끊어지지 않고 옆으로 뻗었는데, 남쪽으로 수 천리를 내려가면서 경상도 태백산까지 한 줄기 영(嶺)으로 통해져 있다.
이 글과 그 아래 이어지는 설명은 대간이란 용어의 등장과 함께 백두대간의 태백산까지의 구간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③평안도는 청천강 남쪽과 북쪽을 막론하고 모두 함흥에서 뻗어온 서쪽가지가 맺혀서 된 산들이다.
이 글은 함흥의 낭림산에서 뻗어나간 청천강 북쪽의 청북정맥과 남쪽의 청남정맥을 이야기하고 있다. 원문에서는 청북(청북)과 청남(청남)이란 용어가 직접 등장한다. 여기에서의 쓰임은 명사형의 구체적인 명칭으로 볼 수도 있고, 단순 서술형으로 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결국 용어란 것이 서술형으로 이야기되다가 명사형으로 바뀌면서 구체성을 갖는다고 보면 정맥의 이름을 붙이는 원칙(강 중심)의 일단을 여기서 엿볼 수 있다. (참고자료)
④황해도와 개성부는 고원과 문천 사이에서 뻗어온 서쪽 가지가 맺혀서 된 산들이다
이 글은 고원과 문천의 두류산에서 갈라져 서쪽으로 달리다 화개산에서 나뉘어 황해도를 가로 지르는 해서정맥과 개성(송악)으로 뻗어가는 예성강 남쪽, 임진강 북쪽의 임진북예성남정맥의 산줄기와 일치한다. (참고 자료)
⑤철원과 한양은 안변 철령에서 나온 줄기가 맺혀서 된 산들이며,
이 글은 철령에서 갈라져 철원 지역을 지나 한양으로 뻗어가는 한강 북쪽의 한북정맥을 이야기하고 있다. (참고 자료는 ④와 같음)
⑥강원도는 모두 영(嶺) 서쪽에서 뻗어 나온 산들인데, 서쪽은 용진에서 그쳤으니 우리 나라에서 가장 짧은 산줄기이다. 이곳을 지나면 (산다운) 산이 없다.
이 글은 대간의 강원도 오대산에서 갈라져 나와 북한강 남쪽과 남한강 북쪽에 위치하여 용문산을 거쳐 용진에서 끝나는 산줄기로, 특별한 명칭은 없으나 <대동여지도><대동여지전도>에는 그 존재가 뚜렷하다. (참고 자료)
⑦태백산에서 등마루가 좌우로 갈라져, 왼쪽 가지는 동해 바닷가를 따라 내려갔다.
이 글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태백산까지 내려 온 백두대간이 둘로 갈라져 낙동강 동쪽으로 동해안을 끼고 뻗어가는 낙동정맥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 가지'라는 용어는 한양 중심의 세계관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한양에서 보면 낙동정맥은 왼쪽에 위치한다. (참고 자료)
⑧오른쪽 가지는 소백산에서 남쪽으로 내려갔는데, 태백산쪽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비록 만첩 산 속이지만 산등성이가 자주 이어졌다 끊어지면서, 큰 영이 넷이나 되고, 작은 영은 일곱이나 되었다.
이 글은 태백산까지 내려온 대간이 속리산과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큰 영이 셋, 작은 영이 일곱이 됨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이것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가지 역시 한양에서 보았을 때 위치를 말한다.
⑨속리산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바깥쪽으로 되돌아간 산줄기는 기호지방 남북 들판에 뒤섞여 있다.
이 글은 태백산에서 속리산까지 이어지던 대간의 한 줄기가 서북으로 돌아 오르면서 한남금북정맥이 되고 칠현산에서 두 정맥으로 나뉨을 설명하고 있다. 곧 기호지방 북쪽인 경기도 방향은 한강 남쪽을 따라 북상하여 김포까지 이어지는 한남정맥이 되고, 기호지방 남쪽인 충청도를 가로질러 태안반도까지 이어지는 금북정맥을 설명하고 있다. 금북정맥은 이름에 나타나듯이 금강의 북쪽에 위치한다. (참고 자료)
⑩덕유산의 정기는 서쪽으로 가서 마이산과 추탁산이 되었고,
이 글은 덕유산 아래 영취산에서 갈라져 서북으로 돌아오르는 금남호남정맥을 설명하고 있다. (참고 자료)
⑪ 마이산 서쪽과 북쪽으로 뻗은 두 가지는 진잠과 만경에서 그쳤는데,
이 글은 마이산에서 북쪽으로 뻗어 계룡산이 있는 진잠까지 이어지는 금강 남쪽을 감싸는 금남정맥과 만경강과 동진강 사이의 산줄기를 설명하고 있다. (참고 자료는 ⑩과 같음)
⑫그 가운데 가장 긴 가지는 노령에서 세 가닥으로 갈라져, 서북쪽 두 가지가 부안과 무안을 지난 뒤에 흩어져서 서해 가운데 여러 섬이 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긴 것은 동쪽으로 가서 담양의 추월산과 광주의 무등산이 되었으며, 추월산과 무등산 줄기가 또 서쪽으로 뻗어서 영암의 월출산이 되었다. 월출산 줄기는 또 동쪽으로 가다가 광양의 백운산에서 그쳤는데, 구불구불한 산줄기가 갈짓자(之字) 모양 같다.
이 글은 내용이 조금 길지만 결국은 호남정맥의 흐름과 일치한다. 중간에 영암 월출산으로 뻗어가는 산줄기가 있지만 정해진 이름은 없다. 나머지 무등산을 지나 남해안을 따라 동으로 뻗어 광양의 백운산까지는 호남정맥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구불구불한 산줄기가 갈짓자 모양으로 생겼다는 표현은 실제 지도를 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참고 자료는 ⑩과 같음 )
대략 위의 글을 정리해보면,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내려오는 방향으로 백두대간, 장백정간, 청북정맥, 청남정맥, 해서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 한북정맥, 낙동정맥, 한남금북정맥, 한남정맥, 금북정맥, 금남호남정맥, 금남정맥, 호남정맥을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지 대간에서 갈라지지만 이름이 없는 강원도의 오대산에서 용문산으로 이어져 용진에서 끝나는 산줄기가 설명되고 있고, 그 밖에 각각의 정맥에서 갈려 나간 작은 산줄기들이 몇 군데 덧붙여지고 있다. 이유는 알 수가 없지만 낙남정맥에 관한 설명은 빠져 있다.
성호 이익의 『성호사설』(1744년)에도 백두대간이 등장하고, 이중환이 『택리지』를 1751년에 썼고, 신경준의 『동국문헌비고』중의 「산수고」가 1770년에 쓰여져 나중에 『산경표』의 바탕 자료가 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적어도 18세기 중엽에는 그 이전의 백두대간 인식체계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의 큰 줄기만을 논하던 것에 비해 한 발 더 나아가 대간에서 갈라져 나간 여러 산줄기들에 대한 인식이 뚜렷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 결과 대간 외에 청북, 청남 등의 용어가 구체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백두대간 인식체계가 좀 더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곧 『산경표』가 출현하게 된 것은 단순한 어느 한 개인의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도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이 땅을 이해하는 틀로서 백두대간이 인식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자료 : 백두대간, 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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