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지하수 교란’ 농경지 침수피해 현실로

2011. 1. 6. 12:52이래서야/4대강 난도질

 

 

4대강 사업 ‘지하수 교란’ 농경지 침수피해 현실로


낙동강 19공구 성산들녘
30㎝만 파도 지하수 흥건
시설재배 농민들 ‘물벼락’ 
한겨레 | 최상원 기자 

 

 

 

» 경남 의령군 지정면 4대강 사업 낙동강 19공구 옆 ‘성산들’ 농경지에 준설공사 때문으로

추정되는 침수 현상이 발생해, 시공업체가 파놓은 구덩이에 지하수가 가득 차올라 있다.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준설공사가 한창인 경남 의령군 지정면 낙동강 19공구 구간 둔치 옆 ‘성산들’ 농경지 33만㎡(10만평) 곳곳에서 지하수가 솟아나는 등 때아닌 침수 현상이 발생해, 겨울농사를 지으려는 농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벌이면 강변지역의 지하수위가 높아져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8일 성산들에선 수박·양상추 재배 등 겨울농사로 바빠야 할 농민들이 “4대강 사업 때문에 들판에 물이 솟아나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일손을 놓고 애꿎은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주민들의 항의를 접한 시공업체 금호건설이 현장을 확인하려고 성산들 10여곳에 파놓은 구덩이에는 지표면 가까이까지 지하수가 가득 차올라 있었다. 일부 농지는 삽으로 여기저기 땅을 헤치기만 해도 30㎝가량 아래에서 어김없이 물이 솟아 늪처럼 질퍽거렸다. 농민 손영교(55)씨는 “가을걷이 무렵 논에서 물을 뺐는데도 땅이 젖어 있었다”며 “요즘 같은 겨울에 장마철처럼 물이 차오르는 것은 살다살다 처음 봤다”고 말했다.

 

성산들은 낙동강과 남강이 합류하는 저지대여서 강둑에 둘러싸여 있는 농지다. 성산리 40여가구 주민들은 가을걷이가 끝나면 비닐집을 짓고 수박·양상추 등을 길러 겨울에만 7억원가량을 벌어왔다.

 

안영식(43) 성산들 피해대책위원장은 “수박은 지하 1m까지 뿌리를 내리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수박이 자랄 수 없다”며 “4대강 사업을 중단하든지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은 겨울농사 수익이 평년보다 적어도 40%는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4대강 사업으로 지하수 흐름이 교란돼 침수 피해를 낼 수 있다는 문제를 처음 제기한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이날 현장을 살펴본 뒤 “둔치에 높게 쌓은 준설토의 침출수가 성산들 지하에까지 배어들고, 침출수 때문에 성산들 지하수가 강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 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준설작업을 하는 동안은 침수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산들 둑 너머 둔치 야적장에는 물기가 덜 빠진 준설토가 2m가량 높이로 둑을 따라 길게 쌓여 있었고, 낙동강 가운데선 준설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에 대해 낙동강 19공구 시행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는 “둔치가 들판보다 높은 지형적 특성에다 배수체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밀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겠으며, 배수로를 정비하고 양수기를 설치해 주민 피해를 막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의령/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4대강탓 농지침수 더이상 못견디겠다”
한겨레 | 입력 2011.01.06 10:50 | 

 

< 낙동강 19공구 성산마을 주민대책위 기자회견 > 


 

 

"주민 고통 외면하는 정부에 배신감" 대책촉구

 

4대강 사업 때문에 농경지 침수 피해 ( < 한겨레 > 12월 9일치 1면) 를 당하고 있는 경남 의령군 낙동강 19공구 인근 지역주민들이 "이대로 더는 견딜 수 없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성산마을 주민대책위원회는 5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농지 침수현상에 대한 정밀조사를 조속히 실시해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또 "성산마을 농지는 인근 낙동강 둔치보다 낮은 지역이어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준설토의 침출수가 스며들어 침수현상이 발생하는 바람에 겨울농사를 망쳤다"며 "국책사업 때문에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데도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끝나면 반대하던 국민들도 찬성하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대책 없이 속도전을 강행한다면 우리 주민들은 정부와 여당을 불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산마을 40여가구 주민들은 33만㎡의 성산들에 해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비닐집을 짓고 수박과 양상추 등을 길러 겨울에만 7억여원을 벌어 왔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들판 곳곳에서 지하수가 솟아나면서 침수현상이 발생해 상당수 농민들이 겨울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인근 낙동강 19공구 현장에 높게 쌓은 준설토의 침출수가 성산들 지하까지 배어 들고, 침출수 때문에 성산들 지하수가 강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낙동강 19공구 시행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미 대학 연구기관에 맡겨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어 이달 말께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조사 결과를 보고 대책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