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2. 22:48ㆍ시,좋은글/詩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 한 장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연탄 한 장
노래 : 안치환 ( 안도현 시 / 강종철 곡)
삶이란 나 아닌 다른 이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싸늘해지는 가을 녘에서 이듬해 봄 눈 녹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 그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고있다는 듯이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히 남는게 두려워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려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 갈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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