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시설관리,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나

2012. 8. 26. 23:57이래서야/4대강 난도질

 

 

4대강 시설관리,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나
[금강] 친수구역 관리공무원 1~2명에 예산지원도 주먹구구
12.08.20 14:35

 

 

 

<오마이뉴스>가 우기를 맞아 4대강(금강)에 집중합니다. 환경단체인 '대전충남녹색연합'과 지역 언론사인 <금강일보>와 함께 검증대에 올라선 4대강(금강) 사업의 허와 실을 하나 하나 헤집어 볼 예정입니다. 지난 25일부터 9월 5일까지 매주 취재기자는 물론 시민기자이자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심현정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 김종술 시민기자), 전문가(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학과 교수, 허재영 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로 구성된 특별기획팀의 현장취재를 통해 금강사업 현장의 현황과 주요 문제, 우기 피해 등을 발 빠르고 꼼꼼하게 보도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  세종시 요트장 진입로. 잡초 때문에 찾아가기도 어려운데,

이런 곳까지 요트를 가지고 진입할 수 있을까. 
ⓒ 김종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금강) 살리기 사업이 준공됐다. 그러나 완공이 됐지만 4대강 친수구역 시설물 유지관리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의 입장이 조율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친수 시설이 국토부로부터 지방자치단체(지자체)로 이관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넘겨받은 지자체는 행정인력 부족과 넓은 친수 구역으로 인한 관리비 산출도 주먹구구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4대강추진본부에서도 처음이라 예산을 가늠하기 어렵고, 요구하는 우리도 어려워하고 있다"며 "워낙 면적이 넓다 보니 일단 대략적인 면적으로 예산을 배정받고 부족하면 추가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관리 면적과 국비지원금을 확인한 결과,

부여군(면적: 약 11.54㎢·지원금 : 상반기 20억9천만 원),

논산시(면적: 파악 못 함, 지원금 : 1차 2억7천5백만 원),

공주시(면적: 파악 못 함, 지원금 : 4억 2천만 원+시비 5억 원),

세종시(면적: 318만㎡·양안 44km, 지원금 : 10억7천6백만 원),

금산군(면적: 파악 못 함, 지원금 : 4억1천4백만 원),

청양군(면적 : 12㎢, 지원금 : 3억3천만 원),

서천군(면적: 파악 못 함, 지원금 : 2억6천8백만 원) 등으로 제각각이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들은 대부분 정확한 면적과 관리비 산출도 하지 못한 채 '이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추정으로 예산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재정자립도 16.2%에 불과한 공주시, 5억을 친수구역관리비로 책정

 

▲  세종시 대교천 보행교 아래에 설치한 하상보호공. 비만 내리면 떠내려간다.

지난 7월 25일 중장비를 이용한 보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김종술 
 

재정자립도가 16.2%에 불과한 공주시는 시비로 5억 원을 책정해 놓기도 할 정도로 뚜렷한 기준이 없이 국민의 세금을 마음대로 책정·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준원 공주시장은 지난 민선 5기 상반기 결산 하반기 운영방안 기자 간담회에서 4대강 친수시설 관리에 대해 "관리권 문제를 두고 국토해양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적을 경우, 너무 적으면 받지 않겠다"며 "관리비만큼은 넉넉하게 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공주시 재난관리과의 한 공무원은 "올해 초 친수 시설 관리비로 5억 원을 책정했다"며 "지난해 국토부와의 논의 과정에서 유지관리비용은 '국비 대 지방비의 비율을 50:50으로 맞춘다'다는 계획에 의해 예산 확보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준원 공주시장의 발언과 반대되는 말이다.

 

하지만 국토부 담당자의 의견은 공주시와 달랐다. 지자체별로 예산지원금이 다른 이유에 대해 이 담당자는 "친수 구역 내 시설물을 설치하는 물량에 따라 예산 배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처음 논의 과정에서 (50:50과 같은) 그런 얘기가 있을 수 있었는데, 결국은 100% 교부금 명목으로 국비가 지급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담당자는 "부여군의 경우, 길이도 길고 물량도 많아서 지원금이 많았다"며 "(상·하반기 예산에 대해) 수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보유한 지원금이 있었으나, 상·하반기 예산을 따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5~6월에 지자체로 넘어가면서 투입된 예산과 2013년 예산은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와 공주시의 의견이 다르고, 공주시가 5억 원가량의 4대강 친수구역관리비를 책정한 것은 담당 공무원의 무책임한 판단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국비 지원이 없으면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없을 정도로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공주시가 이용객도 없는 친수 구역에 잡풀을 제거하는 비용으로 예산을 배정·낭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재정적으로 열악한 공주시가 100%로 지원되는 교부금을 받지 못하고 따로 5억 원을 따로 배정해 4대강 관리비용으로 쓰게 되면 지난 2010년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처럼 부도에 처해 지역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

금강 친수구역 관리비용 300억 원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임

 

▲  부여군 세도면 보행도 아래가 침식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 김종술 
 

수변공원 등 친수 시설을 유지하는 데에는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 대부분 올해 5~6월에서 7~8월에 예산지원을 받은 걸 생각한다면 금강의 1년 유지관리비는 3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아직 관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들은 정확한 비용이나 소요 인력을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유지관리비용이 50~60억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금강권역 7개 지자체의 (관리비용) 예산이 300억 원 정도로 예상되지만 정부가 지자체에 부담을 늘일 경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공무원들 급여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지경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정 인력도 제각각이다. 부여군(공무원 3명·일용직 9명), 논산시(공무원 1명·용역발주), 공주시(공무원 3명·청원경찰 3명·용역발주), 세종시(공무원 2명·청원경찰 1명·기간제 근로자 4명), 금산군(공무원 1명·일용직 작업에 따라 10~30명), 청양군(공무원 1명·하천지킴이 1명), 서천군(공무원 1명) 등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심현정 간사는 "준공 이후 친수 구역이 지자체로 이관됐으나 관리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관리면적당 국비 예산이 지원됐다고는 하지만, 지자체별로 들쑥날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서는 부족한 국비에 자체 예산을 보탤 수도 없는 상황인데, 이런 예산의 부족은 관리 인력의 부족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심 간사는 "부여와 공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1~2명의 인력이 금강구간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하천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을 하나 더 떠맡듯이 맡아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관리가 어렵고, 4대강 사업에 쓰여야 할 국민의 혈세는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가 당장 예산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시설 인수 후 2년은 시공사의 하자보수 기간이라 제초 작업 정도를 빼면 지자체 투입 비용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공 초기 콘크리트 구조물은 하자보수의 윤곽을 가늠할 수 없으며 하자 유무를 어떻게 판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4대강 조감도는 '최고의 휴양지'... 현실은 '귀신 나올 정도'

 

▲  부여군. 농사를 짓던 곳에 4대강 사업으로 친수 구역이 조성됐지만,

찾는 이 없이 잡초만 가득하다. 
ⓒ 김종술
 

이러니 공원의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부여군 세도면의 경우 둔치공원은 잡초가 뒤덮어 성인 남성의 키를 웃돌고 주변 풀숲과의 경계까지 없어졌다. 산책로는 잡초로 뒤덮였다. 이곳의 잡초들은 발목 높이까지 자랐다. 안내판과 자전거 도로, 공원 내의 벤치 등을 제외하면 이곳이 공원임을 알 수 있는 표식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이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도 별로 없었다.

 

결국은 도시 관광객을 불러들여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역 주민을 위한' 공원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공원이 될 수밖에 없다. 도시에서 온갖 현란한 시설을 다 경험한 도시인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그런 공원을 찾아올지도 의문이다.

 

인적이 드물어진 공원이 우범지대로 변하는 것은 세계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실제 일부 구역에서는 야간에 불을 피우고 술병이 널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