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12. 10. 25. 23:01시,좋은글/詩

 

 

 

 

 

 

가을 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훌륭했습니다.
주여, 해시계들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오곡 무르익은 들판에 바람이 불어오게 하소서.

 

주여, 마지막 남은 열매들까지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열매들이 영글도록 재촉하시어
단맛 중의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며들게 하소서.


주여,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외로운 사람은 오래 외로움에 머물게 될 것이고
잠 못 이루고, 글을 읽고, 그리고 긴 편지들을 쓸 것이고
나뭇잎이 바람에 휘날리면,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Herbsttag


Herr: es ist Zeit. Der Sommer war sehr groß.
Leg deinen Schatten auf die Sonnenuhren,
Und auf den Fluren lass die Winde los.


Befiehl den letzten Früchten voll zu sein;
Gib ihnen noch zwei südlichere Tage,
Dränge sie zur Vollendung hin und jage
Die letzte Süße in den schweren Wein.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Wer jetzt allein ist, wird es lange bleiben,
Wird wachen, lesen, lange Briefe schreiben
Und wird in den Alleen hin und her
Unruhig wandern, wenn die Blätter treiben.

 

                         Rainer Maria Rilke, 21.9.1902, Paris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년 12월 4일 ~ 1926년 12월 29일)

 

오스트리아의 시인이자 작가이다.

20세기 최고의 독일어권 시인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보헤미아 왕국의 프라하에서 출생하여 고독한 소년 시절을 보낸 후

1886년부터 1891년까지 육군 유년 학교에서 군인 교육을 받았으나 중퇴하였다.

프라하·뮌헨·베를린 등의 대학에서 공부하였다. 일찍부터 꿈과 동경이 넘치는 섬세한 서정시를 썼다.

본명은 르네 카를 빌헬름 요한 요세프 마리아 릴케(René Karl Wilhelm Johann Josef Maria Rilke)였으나

연인이었던 루 살로메의 조언에 따라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게 되었다.
  
그의 생애는 대략 4기로 나눌 수 있다.
 
제1기는 시집 '가신에게 바치는 제물들', '기수 크리스토프

릴케의 죽음과 사랑의 노래' 등을 발표한 시기이며,
 
제2기는 뮌헨에서 만난 러시아 여자 살로메에게 감화를 받아 러시아 여행을

떠난 후, 러시아의 자연과 소박한 슬라브 농민들 속에서 '나의 축제를 위하여',

'사랑하는 신 이야기', '기도 시집','형상 시집' 등을 발표한 시기로 볼 수 있다.

이 시절에 루 살로메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그녀를 위해 '그대의 축제를 위하여'라는

시집을 써서 혼자서 간직한다. 1902년 이후 파리로 건너가 조각가 로댕의 비서가 되었는데,

그는 로댕의 이념인 모든 사물을 깊이 관찰하고 규명하는 능력을 길렀다.
 
제3기에 그는 조각품처럼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우주와 같은 시를 지으려고 애썼다.

1907년 '신시집', '로댕론'을 발표하고 이어 1909년 파리 시대의 불안과 고독,

 인간의 발전을 아름답게 서술한 '말테의 수기'를 발표하였다.
 
제4기는 1913년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을 때였다.

그 때까지 작품 활동을 중지하고 있던 릴케는 10년간의 침묵 끝에 1923년

스위스의 고성에서 최후를 장식하는'두이노의 비가','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를 발표하였다. 그의 모든 작품들은 인간성을 상실한 이 시대의

가장 순수한 영혼의 부르짖음으로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릴케는 수많은 사람들과 편지로 교류를 하였다.

당시 삶과 예술, 고독, 사랑 등의 문제로 고뇌하던 젊은 청년 프란츠 카푸스에게 보낸

열 통의 편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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