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도나에서는 그렇게 / 권현수

2013. 2. 23. 00:46시,좋은글/詩

 

 

 

 

 

 

 

 

세도나에서는 그렇게 / 권현수


 

 

달리는 말을 세우고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는 인디언처럼
세도나에서 나도 그렇게
내 영혼을 기다려 본 적이 있다

 

 

헉헉거리며 따라오는 영혼을 기다려본 적이 있다
보이지 않는 그림자에 놀라고
들리지 않는 소리를 좇으며
앞만 보고 달리느라
미처 돌아보지 못한 내 영혼을 기다려본 적이 있다

 

 

간신히 다시 만난 영혼과 함께
붉은 바위기둥에
가쁜 숨길을 내려놓고
계곡을 따라 에돌아가는 강물에
층층이 쌓인 수십 생(生)의 먼지를 털어내며
타는 노을이 애리조나 평원에서 잠들기를
기다려본 적이 있다

 

 

세도나에서 나도 그렇게
내 영혼을 기다려 본 적이 있다.

 

 

-시집 『고비사막 은하수』(문학아카데미,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