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안 됐는데 퇴직통보".. 현대차에선 무슨 일이?

2013. 12. 4. 13:01이래서야/더불어살기위하여

 

 

"정년 안 됐는데 퇴직통보".. 현대차에선 무슨 일이?
현대차, 간부노조 조합원에게 정년퇴직 통보..

"법 어긋난다, 받아들일 수 없어"


13.12.03 15:03 l  박석철(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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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과장급 이상 간부들로 구성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일반직지회' 조합원들에게 징계와 정년 통보가 잇따르자 간부사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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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현행 단체협약(아래 단협)상 직원들의 정년이 만 60세로 돼 있음에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일반직지회(아래 간부노조) 소속 1954년생(만 59세)·1955년생(만 58세) 직원들에게 지난 11월 26일 올해 말로 정년퇴직 통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대차가 간부노조 조합원들을 잇따라 해고 또는 중징계 하고 있어 간부노조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현대차 단협 정년 조항에는 "본인이 희망할 시 건강상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 만 59세가 되는 해의 년말일까지 연장할 수 있고, 추가로 1년 계약직으로 채용"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정년을 만 60세로 규정한 것. 이와 관련, 현대차노조는 올해 회사 측과의 임·단협에서 현행 만 60세인 정년을 61세로 연장하는 요구안을 냈으나 회사 측이 수용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정년퇴직 통보에 영향을 끼친 것은 '간부사원 취업규칙'이다. 현대차 회사 측은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2004년부터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취업규칙에는 정년이 58세로 규정돼 있다. 또한, '간부사원 취업규칙'에는 '본분에 어긋나면 해고' '월차수당 없음' '연차는 25개 이내' 등의 조항도 포함돼 있다(관련기사: 간부면 뭐하나, 월차·수당 없고 연차도 제한). 이 간부노조 취업규칙은 2004년 이후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

하지만, 간부노조는 정년의 적용범위는 단협에 근거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간부노조는 "조만간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위반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대해 검찰 고발 및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며 "사법부는 법과 원칙에 의해 정당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적인 간부사원 취업규칙 때문에..."

간부노조에 따르면 올해 만 58세가 되는 1955년생인 간부노조 지회장을 포함해 6명이 회사 측으로부터 정년퇴직 해고통보를 받았다.

간부노조는 이같은 정년퇴직 통보가 단협과 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해 보직을 가진 직원(회사 측 직원) 중 만 58세인 사람 모두 정년이 연장이 됐다"며 "하지만 (사측은) 간부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정년퇴직을 통보한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현행 고용노동부의 표준 취업규칙에는 '그 적용범위를 회사의 사업장에 근무하는 사원에게 적용한다' '사원의 복무 및 근로조건에 관하여  법령, 단협, 그 밖에 회사규정에 별도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라고 돼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단협의 준수 조항에는 "취업규칙은 단협에 어긋나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현대차 간부노조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단체협약의 유효기간)에는 '2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며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2004년도 제정된 이후 단 한번의 개정이 없었다는 것은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간부노조는 "회사 측이 이같이 법 조항을 무시하고 간부노조 조합원에게 정년퇴직을 통보한 것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때문"이라며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단협에 의해 제한을 받으므로 간부노조 조합원 정년은 단협과 동일하게 만 60세다, '간부사원 취업규칙'이라는 악 조항을 반드시 폐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있기 전까지 간부사원들은 월차를 사용하고 휴일에 일하면 수당도 받았다. 하지만 현재 현대차에서 일하는 과장급 이상 사원들은 월차가 없다. 회사의 요구로 휴일날 나와 일을 해도 휴일수당이나 특근수당 역시 없었다.

간부사원들은 이같은 불합리한 취업규칙에 맞서 지난 2006년 간부노조를 결성했다. 이후 해고통지서가 든 서류봉투를 당사자에게 건네준 일명 '노란봉투 사건'으로 노조 결성에 앞장섰던 20여 명이 퇴직되면서 노조가 위축됐지만, 지난해 3월 다시 금속노조 가입을 통해 노조를 재건했다.

한편, 간부노조 조합원 정년퇴직 통보 논란과 관련해 현대차 홍보팀은 "우리로서는 잘 알 수 없는 일이다, 인사 쪽에서 하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