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8. 05:17ㆍ시,좋은글/좋은글
곧게 뻗은 길 위로 모양이 똑같게 생긴 두 대의 자동차가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색깔도 똑같고, 둘 다 짐차인데 똑같이 두꺼운 부대 종이로 싼 것들을 뒤에 잔뜩 싣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똑같은 차가 아니었다. 앞의 차는 밀가루를 실었고, 뒤의 차는 시멘트를 실은 차였다.
그런데 밀가루 차 운전사가 운전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졌다. 그렇지만 운전을 하면서 앉은자리에서 오줌을 눌 수는 없는 일이었으므로 그만 할 수 없이 차를 세우고 길가로 내려섰다. 뒤에 달리던 시멘트 차 운전사는 앞에 가던 차가 길을 막고 섰기 때문에 자기도 차를 멈추었다. 차를 멈추고 밖을 내다보니 앞의 차 운전사가 길가에 서서 막 오줌을 누려고 하는 모양이 보였다. 그러자마자 이 시멘트 차 운전사도 갑자기 오줌이 마려웠다. 그래서 그도 차에서 내려 오줌을 누기로 했다. 두 운전사는,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모자를 쓴 이 두 운전사는 비슷한 장소에서 누런 오줌을 누고는 다시 각기 차에 올랐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뭔가 달라진 게 있는 것 같았다. 시멘트 차 운전사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줄곧 자기 앞을 분명히 어떤 차가 달리고 있었는데 그 차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하게 됐던 것이다. 어디로 갔을까? 그러나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참 귀신 곡하겠네. 금방 눈앞에 있던 차가 그래 잠깐 오줌 누는 사이에 어디로 사라졌단 말이냐?"
밀가루 차 운전사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금 전까지 만 해도 보이지 않던 웬놈의 자동차가 한 대 자기의 앞을 딱 가로막고는 달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참 별놈의 세상 다 보겠네. 저 빌어먹을 차가 언제 나를 따라먹었다더냐 ? 옳지 ! 필경 저놈이 나 오줌 누는 사이에 앞질렀겠구나 ?"
그러나 곧 그들은 무엇이 왜 달라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옳아, 우리가 이거 오줌 누는 바람에 차를 바꿔 탔구나! 쯧쯧……"
그렇지만 그 두 운전사들은 똑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운전만 할뿐이었다.
"에라! 알 게 뭐야! 내 껀가 ?"
시멘트 차 운전사는 한참 가다가 갈림길을 만났다. 그는 왼쪽 길로 들어섰다. 그 길 끝에는 어떤 아이들이 많은 늙은 부자가 자기 집을 크게 짓고 있었다. 운전사는 싣고 온 시멘트를 그 공사장에 내려놓았다. 일꾼들이 달려와 부대를 뜯고는 시멘트 가루를 쏟아 반죽을 했다. 그런데 그 시멘트 가루라는 게 좀 이상했다. 한 일꾼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옆의 친구에게 말했다.
"아니, 무슨 시멘트가 이렇게 하얗고 보들보들하지 ?"
그러자 옆의 친구가 말을 받았다.
"이거 밀가루 아냐?"
그들은 운전사에게로 걸어가서 물었다.
"여보시오, 이거 정말 시멘트요 ?"
운전사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렇소. 분명히 시멘트요."
일꾼들은 다시 일자리로 오면서 중얼거렸다.
"에라, 알 게 뭐야! 내 집인가 ?"
집이 완성되자 제일 좋아한 것은 그 집 아이들이었다. 하녀가 방에 불을 뜨뜻하게 때자 구수한 과자 익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 찼다. 아이들은 과자가 어디 있는가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드디어 굉장히 커다란 과자를 발견하고는 너무나 신이 나서 입이 딱 벌어졌다.
그리고 곧 그 거대한 과자에 덤벼들어 서로 내기라도 하는 듯 마구 갉아먹기 시작했다.
밀가루로 지은 집.
거기에 불을 때니까 과자가 됐던 것뿐이다. 아이들은 키가 작았으므로 모두 기둥뿌리를 비스킷 먹듯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남에게 질세라 먹고 있었다.
한편 밀가루 차 운전사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단골 과자 가게로 갔다. 과자 가게 일꾼들은 밀가루를 받아 과자를 만들었다. 그런데 한 일꾼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옆의 친구에게 속삭였다.
"무슨 밀가루가 이렇지 ? 이렇게 시퍼런 밀가루는 처음 보았는걸 ?"
"아니, 이건 시멘트 아냐 ?"
"운전사에게 물어 보자."
그러나 운전사는 벌써 가고 없었다. 돌아오며 두 일꾼은 중얼거렸다.
"에라, 알 게 뭐야 ! 내가 먹는 건가 ?"
어느 날.
두 개의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집이 무너져 그 밑에 깔린 불쌍한 아이들의 등뼈 부러지는 소리와 과자 가게에서 손님들의 이빨이 부러지는 소리가 한꺼번에 들렸던 것이다.
운전사들은 그후에도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벌어 달나라에 땅을 무지무지하게 샀고, 그래서 나라 땅을 넓힌 공으로 훈장까지 받았다더라.
모든 것에 자신을 활짝 열어둔 채 사랑을 배우며 사랑 그 자체이길 희망하는 이현주 목사는 관옥 또는 이오라고도 불린다. 목사, 동화 작가, 번역 문학가이기도 한 그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글을 쓰면서 대학과 교회 등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1944년 충주에서 태어나 기독교대한감리회 충주제일교회와 남부교회에서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1962년 감리교신학대학에 입학, 윤성범, 유동식 교수 밑에서 기초신학을 공부하다가 무단장기결석으로 3학년 1학기에 제적당하여 1965년 육군 입대, 결핵성 뇌막염으로 의병제대하였다. 1967년 어머니와 두 동생과 무작정 상경, 홍은동 은제교회(이철상 목사) 목사관 방 하나를 빌려 살면서 당시 총리원 총무국 ‘기독교세계’ 편집 간사의 조수로 일하던 중, 1968년 12월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해고당했다. 이듬해인 1969년 2월 감리교신학대학 3학년에 복학, 변선환 교수를 만나 글 읽는 맛을 비로소 알게 되면서 1971년 졸업하였다. 기독교서회, 크리스찬 아카데미, 성서공회 등을 거쳐 삼척지방 죽변교회에 전도사로 부임, 1977년 동부연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그 뒤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교회, 기독교연합기관, 학교, 성공회 본부와 서울대성당, 신문사 등에서 일하다보니 오늘 여기까지 왔으며 지금은 소속된 곳이 따로 없는 신세가 되었다. 요즘은 고향인 충주에서 결혼한 지 35년 된 아내의 도움으로 글도 쓰고 번역도 하고 손님도 맞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저서로 『알게 뭐야』『살구꽃 이야기』『날개 달린 아저씨』등의 동화집과『사람의 길 예수의 길』『이아무개의 장자 산책』『대학 중용 읽기』『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길에서 주운 생각들』『이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이아무개 목사의 로마서 읽기』『이아무개의 마음공부』『예수의 죽음』『지금도 쓸쓸하냐』등이 있으며 역서로『배움의 도』『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간디가 해설한 바가쁑드 기타』『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숨겨진 보물을 찾아서』『예언자들』『세기의 기도』,『아, 그렇군요』등이 있다.
출처 : 알게뭐야, 글/이현주, 그림/주승인, 출판사/효리원, 발행일/2002.12.20
♥
우리시대의 자화상, 우리 무책임과 비양심의 현주소.. 이 사고들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세월호가 뒤집힌 것은 어제냐 오늘이냐의 문제였던 것 같지 않은가! 저런데도 지금까지 떠 있었던게 기적이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똑바로 걸어야겠지만 먼저 나랏님들부터 똑바로 걷는 본을 보여라
개인이 제 아무리 바로 걷고자 해도 태풍앞에서는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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