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 19:39ㆍ시,좋은글/詩
070418 담쟁이
담쟁이와 기러기 / 안재동
담쟁이는
잘난 잎이나 못난 잎이나, 누가 한번
앞장을 서면 끝까지 앞장을 서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잎이
어깨동무하듯 스크럼을 짜
일사불란하게
그 뒤를 조용히 따라만 간다.
반란 같은 것을 꿈꾸는 일일랑
그들의 세계에선 절대로 없다.
기러기는
서로 잘나고 못나고를 가릴 것 없이
어느 기러기든
무리에 앞장을 서게 되지만
때가 되면 스스로 뒷장으로 물러난다.
일단 물러나면
새로 앞장선 기러기를 따라
무리 속에서 그저 묵묵히 움직인다.
사람은
좋은 일엔 잘난 사람이 앞장서고
궂은 일엔 못난 사람이 앞장서야 할 때가 많다.
좋은 일에 한번 앞장선 사람은
스스로 뒷장으로 잘 물러나려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뒤를 따라
담쟁이나 기러기처럼
헤아릴 수없이 많은 사람이
조직적이면서도 일사불란하게
뒤따르지만은 않는다.
앞장선 사람이, 그 뒤를 따라야할
단 한 사람의 마음조차
이끌어 갈 수 없을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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