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30. 01:45ㆍ이래서야/탈핵
<공업도시 그림자>
나로부터 시작하는 원전 포기
김연민 울산대 교수
2012-12-27
현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두 가지 문제는 기후 변화와 재앙적 원전 사고이다. 원전은 전 세계에서 2011년 4월 현재 437기가 가동되고 있으며 일차 에너지 소비의 6%를 충당하고 있다. 이것은 원전이 결코 원전 추진론자가 주장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원자로 건설을 추동한 힘은 지난 20년 동안 끊임없이 증가해 온 전력소비량, 즉 전력 식탐의 성장 때문이었다.
“기후변화, 인구 증가, 빈곤의 확대, 자원고갈이라는 상황에 부닥친 인류는 전지구적인 차원의 에너지 수급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과학잡지 네이처는 2007년 10월호에서 “재앙적인 지구온난화를 지금이라도 저지하려 한다면 무엇 때문에 가장 느리고 가장 비싸며 가장 효과가 떨어지고 가장 유연하지 못한, 아울러 가장 위험하기 까지 한 기술을 선택해야 하는가? 1957년에 원자력 에너지를 시도해 본 것은 올바른 것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원자력 에너지는 지속 가능한 전력 수급으로의 이행에 오직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고 말한다.
버몬트 법률대학원의 마크 쿠퍼는 2009년의 경제성 분석에서 원자력은 미국에서 에너지 수급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선택 중에서 비교할 바 없는 최악의 선택지라고 한다.
국가와 에너지 수급 경제가 신성하지 못한 유착관계를 맺은 국가에서만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원자력의 이용과 파멸적 사고는 마치 샴 쌍둥이와도 같이 분명하게 가르는 절대 구분선이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이성적인 국가는 원자력이라는, 현재의 에너지 경제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고위험군 기술의 부활에 의존하지 않으려 한다.
한국의 전력 수급 정책은 파행을 거듭해 왔다. 1980년대에는 과도한 원전 건설로 공급예비율이 55% 에 이르는 설비과잉으로 전력 수요 확대 정책을 펴고, 싼 심야전력 요금을 도입해 난방 에너지조차 전력에 의존하게 했다. 이는 마치 생수로 목욕탕을 운영하는 꼴이 되었다. 이런 결과로 1990년대에 전력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다시 원전설비를 확대하고 에너지 다소비 사회를 고착시켰다. 예를 들면 산업용 전력을 가정용 전력의 67% 정도로 유지하고 에너지 절감이나 효율에 대해 그다지 투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거용이나 사무용 냉난방 체계를 시스템 에어컨에 의존하게 하거나, 김치 냉장고의 매 가구당 보급에도 어떠한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재앙적인 사고에서 자유로운 원자력 발전소는 하나의 공상에 불과하다. 원자력 발전소는 위기 때마다 우리의 원전은 절대 안전하다고 사람들을 계속 우롱해왔지만 공상과 같은 이런 원자력 발전소는 단 한 차례도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기술사학자 요하임 라트카우는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핵 에너지를 이용하려 한다는 것은 대형 참사에 가까운 사고가 발생하여, 핵에너지라는 선택지를 궁극적으로 폐기하게 될 때까지 핵에너지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만용이다.
원전은 불가피한 설계상의 결함, 핵심 설비의 부실한 시공, 짝퉁 부품 등 믿을 수 없는 안전관리, 원전 추진론자의 고도로 민감한 기술에 대한 맹목적 신뢰, 시스템의 기저를 갉아먹는 부정 부패 구조가 원전사고를 불가피하게 한다. 이는 원전의 안전이 결코 원자핵 공학적 안전으로 환원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한편 서구의 원전이 건설 시공 시 엄격한 인증, 검사, 감시 등으로 건설 기간이 수 십 년에 이르는 것도 있지만 한국의 원전건설이 토목 및 설비 기술이 아무리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불과 6년만에 지어지는 것은 시공상의 결함이나 부실을 은폐하게 하는 것으로 작용한다.
우리 세대의 에너지 수급에 대한 퇴행적 결정이 미래 세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우리도 재생가능 에너지 공급 체계 구축에 필요한 구조를 마련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며 에너지 효율 등에 필요한 기술혁신과 발전을 추구하며, 탈원전을 통한 에너지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활용한 기술에 기반을 둔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고준위 핵 폐기물 시설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착륙할 곳도 모른 채 날아오른 핵추진이라는 비행체는 이제 공중을 떠도는 유령선이 되어 인류의 재앙이 되고 있다. 미약하지만 절전을 통해 나부터 원전을 포기하는 것이 그래도 작은 희망을 길을 여는 실마리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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