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4. 00:44ㆍ이래서야/탈핵
후쿠시마 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Feature Story - 2014-03-11
한국은 원전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에 관한 사항을 원자력손해배상법에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법의 목적이 ‘피해자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원자력사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이라고 규정되어 있듯이 한국에서 대형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국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후쿠시마에 살다가 하루 아침에 강제적 혹은 자발적으로 다른 곳에 피난 가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여전히 임시주택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배상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말입니다. 그 동안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원전이 파괴적인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셨던 분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원전사고가 평범한 일반 사람들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을 다시 봐야 할 때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일으킨 주범이 원전제조사와 운영업체임은 이미 자명한 사실입니다. 애초에 후쿠시마 원전 운영자인 도쿄전력은 사고 발생 5년 전에 13.5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발생하면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보강하는 작업에 250억 원이 소요된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결과, 사고가 가져온 피해들을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만 향후 10년 간 250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순히 재산, 토지, 폐로 비용 등만 추산한 결과만으로도 애초에 대비할 수 있었던 비용의 1만 배가 드는 셈입니다. 피해자들의 인생을 뒤바꾼 고통의 정도는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조차 없습니다.
그런데 피해배상금도 원전제조사의 부담은 전혀 없고, 운영업체의 부담도 거의 미미합니다.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원전을 보유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와 원전업계가 담합해 수립한 원자력 손해배상체계는 대기업(특히 원전 제조사)의 이익 보호를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그린피스가 이번에 발표한 “원자력발전 업계의 책임 회피 실태 고발” 보고서에는 이런 사실을 다양한 국가의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원전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한국의 현 원전손해배상체계는 국민의 삶과 재산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입니다.
한국은 원전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에 관한 사항을 원자력손해배상법에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법의 목적이 ‘피해자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원자력사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이라고 규정되었듯, 한국에서 대형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국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즉, 원전에서 사고가 나도 원자력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극히 일부분만 책임을 지고, 설계를 담당한 한국전력기술, 원전 주요설비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 원전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한전KPS,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 주요 건설사들(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삼성물산, SK건설, 두산건설)은 원전 산업에 참여하여 막대한 이득을 거둘뿐, 손해배상금은 단 한 푼도 내지 않게 됩니다.
집에 있는 냉장고가 결함으로 터지면 당연히 냉장고 제조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고, 자동차가 급발진으로 사고가 나면 자동차 제조회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입니다. 원자력발전소는 이러한 상식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면책특권이 없으면 원전 산업에 참여하는 대기업들은 원전사고 시 거액의 배상 청구를 우려하여 원전 산업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고, 23기의 원전이 한국에 세워지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한국에서 사고가 나면 체르노빌, 후쿠시마는 비교도 안 될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부산 인근 고리원전에 사고가 났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후쿠시마 사고로 피난을 떠난 원전 인근 30km 주민은 30만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고리원전의 경우 30km 인근에서 살고 있는 주민 수가 그 열 배가 넘는 343만명입니다. 따라서, 제2의 인구 도시일 뿐만 아니라 수출입의 중심이며 경제 도시인 부산에서 사고가 나면 IMF사태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막대한 피해가 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23기의 원전으로도 전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도를 가진 세계 4위의 원전 운영국입니다. 이에 더해 정부는 2035년까지 최소 16기 이상의 원전을 더 늘려 39기의 원전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같이 좁은 국토에서 후쿠시마 급의 대형 원전 사고가 부산 인근 고리원전이든, 광주 인근 한빛원전이든, 경주 인근 월성원전이든, 울진원전이든 전국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국민들도 결코 대기를 통한 방사능 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식품을 통해 내부 피폭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원자력발전의 경제성은 다른 대안(천연가스 발전,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에 비해 이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원전업계가 태생적으로 지닌 사고 위험비용을 포함한 재정적 리스크를 국민들이 전부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닌 국가에서는 이미 경제성을 이유로 신규원전이 더 이상 지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원전사고 시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국민이 고스란히 받게 되고, 그 비용 또한 국민이 지게 되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구조가 있기 때문에 원전산업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후쿠시마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탈핵’을 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원전 사고는 당장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설계 결함이나 고장을 은폐하고, 시험 성적서를 위조하고, 짝퉁 부품을 납품한 회사들은 그 책임으로부터 합법적으로 도망을 가고 우리가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고 그에 따른 배상이나 복구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우게 될 것입니다.
탈핵만이 해답입니다.
출처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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