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馬遷의 史記

2015. 5. 16. 18:32공부방/고전

 

 

史記 / 司馬遷

 

 

 

 

『史記』는 중국인 특히 한족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황제로부터 시작하여 司馬遷의 시대, 즉 漢나라 무제에 이르는 거의 3,000여 년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史記는 제왕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12本紀, 연대기에 해당하는 10表, 각종 제도와 문물의 연혁을 기록한 8書, 제후국들의 권력 승계 및 역사를 기록한 30世家, 역사 속 인물들에 관한 기록인 70列傳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史記』 본기나 세가에는 제왕(천자나 황제)이나 제후(혹은 제후왕)가 아닌 인물들에 관한 기록도 있다. 그러나 이건 분류상 잘못이라기보다는 사마천의 역사를 이해하는 시각이 일정한 형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적이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1. 12本紀

 

본기는 '근본이 되는 기록'이라는 뜻이다. 『史記』 이후의 역사서에는 황제들만이 이 본기에 실릴 자격을 가질 수 있었지만, 사마천은 황제든 왕이든 제후든 상관하지 않고 천하의 주인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라면 누구나 「본기」에 실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서초패왕 항우(항우 본기)'와 유방의 아내인 '여태후(여태후 본기)'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천하의 주인인 천자(황제 혹은 제왕)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실질적으로 천하의 주인 행세를 한 인물들이다. 그러고 보면, 사마천은 허울뿐인 '권좌'보다는 실질적인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더 중시했던 인물인 듯싶다. 이 12본기를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오제본기→하본기→은본기→주본기→진본기→진시황본기→항우본기→고조본기→여태후본기→효문본기→효경본기→효무본기로 되어 있다.

 

 

          

  『史記』 「五帝本紀」              『史記』 「孔子世家」                『史記』 「伯夷列傳」

 


2. 30世家

 

세가는 제왕(천자나 황제)으로부터 영토를 받아 독립적으로 제후국을 이룬 제후 혹은 제후왕의 가계와 그들의 역사에 관한 기록이다. 사마천은 30세가 역시 12본기와 마찬가지로 시대 순서에 따라 배열해 놓았다.

 

이 시대 순서에 따르면 30세가는 크게 7개의 단위로 구분해볼 수 있는데,

 

① 춘추시대 세가(12편) : 오태백세가·제태공세가·노주공세가·연소공세가·관채세가·진기세가·위강숙세가·송미자세가·진세가·초세가·월왕구천세가·정세가 등.
② 전국시대 세가(4편) : 조세가·위세가·한세가·전경중완세가 등.
③ 제후나 제후왕이 아닌 인물의 세가(2편) : 공자세가·진섭세가 등.
④ 漢나라 황제들의 외갓집 세가(1편) : 외척세가
⑤ 漢나라 황실 자제 세가(3편) : 초원왕세가·형연세가·제도혜왕세가 등.
⑥ 漢나라 개국공신 세가(5편) : 소상국세가·조상국세가·유후세가·진승상세가·강후주발세가 등.
⑦ 漢나라 문제·경제·무제 시기 제후왕 세가(3편) : 양효왕세가·오종세가·삼왕세가 등이다.

 

이 구분에서 특이한 건, 제후나 제후왕이 아닌 평민 출신이면서 세가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두 명 있다는 것이다. 그 두 사람은 공자와 진섭이다. 공자야 워낙 유가 사상의 시조로 추앙받던 인물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 제국이었던 진시황의 진나라에 최초로 반기를 든 농민봉기군의 수장인 진섭을 세가에 넣는 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사마천을 통해 직접 듣는 것이 좋을 듯한데, 그는『사기 열전』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태사공자서」에서 "걸왕과 주왕이 왕도를 잃자 탕왕과 무왕이 일어났고, 주나라가 도를 잃자 (공자의) 『춘추』가 지어졌고, 진나라가 정도를 잃자 진섭이 세상에 나타났다"1)고 밝혔다. 진섭을 탕왕과 무왕 그리고 공자의 『춘추』에 비유한 것이다. 즉, 진시황의 진나라에 반기를 든 진섭의 봉기를 폭군을 주살하고 천하를 구한 탕왕과 무왕의 혁명에 버금가는 행동으로 높이 치하한 것이다. 이쯤 되면 사마천의 의중, 즉 진섭이 비록 평민 출신이지만 공자와 더불어 당당하게 30세가에 올린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 70列傳

 

30세가에 농민 반란군의 두목(?)인 진섭의 이름을 당당히 올린 사마천의 행위가 당시 사회에서 얼마나 독특하고 파격적이었을까를 상상해 보라. 이렇듯 독특하고 파격적인 사마천의 행보는 70열전에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먼저 사마천이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 선택했을 70열전의 인물들을 이해하기 쉽게 시대별 혹은 유형별로 구분해 보자.

 

① 춘추시대 인물(7편) : 백이열전·관안열전·노자한비열전·사마양저열전·손자오기열전·오자서열전·중니제자열전.

 

② 전국시대 인물(17편) : 상군열전·소진열전·장의열전·저리자감무열전·양후열전·백기왕전열전·맹자순경열전·맹상군열전·평원군우경열전·위공자열전·춘신군열전·범저채택열전·악의열전·염파인상여열전·전단열전·노중련추양열전·굴원가생열전.

 

③ 진시황이 통일 제국을 세우기 직전과 직후(4편) : 여불위열전·자객열전·이사열전·몽염열전.

 

④ 항우와 유방의 楚漢戰 시기(6편) : 장이진여열전·위표팽월열전·경포열전·회음후열전·한신노관열전·전담열전.

 

⑤ 유방이 통일 제국 漢나라를 건립한 이후 여태후까지(6편) : 번역등관열전·장승상열전·역생육가열전·부근괴성열전·유경숙손통열전·계포난포열전.

 

⑥ 漢나라 황제 효문제와 효경제 시기(7편) : 원앙조착열전·장석지풍당열전·만석장숙열전·전숙열전·편작창공열전·오왕비열전·위기무안후열전.

 

⑦ 사마천의 시대, 즉 한무제 시기(22편) : 한장유열전·이장군열전·흉노열전·위장군표기열전·평진후주보열전·남월열전·동월열전·조선열전·서남이열전·사마상여열전·회남형산열전·순리열전·급정열전·유림열전·혹리열전·대원열전·유협열전·영행열전·골계열전·일자열전·귀책열전·화식열전.

 

⑧ 사마천 자신에 관한 기록(1편) : 太史公自序.

 

말이 70열전이지, 이 열전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수천 명에 달한다. 그리고 이 열전에는 한 나라를 다스렸던 재상에서부터 유림과 협객, 그리고 중국 이외의 오랑캐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총망라되어 등장한다. 또한 사마천의 열전은 높고 고결한 이상과 인품을 지녔거나 역사상 훌륭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에 관한 기록인 '위인전'과는 좀 거리가 멀다. 물론 우리가 상식으로 여겨온 훌륭한 인물들이 「열전」에는 다수 실려 있다. 백이·숙제·맹자·순자·중니제자 등 고결한 이상과 인품을 지닌 사람들도 있고, 상앙·범저·이사·몽염·회음후(한신)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도 있다.

 

그러나 70열전 가운데는 여색이나 남색을 통해 권력에 빌붙어 기생하는 환관과 외척들에 관한 기록(영행열전)도 있고, 보잘것없는 외모를 지녔지만 기지와 해학이 넘쳤던 인물들에 관한 기록(골계열전)도 있고, 포악한 관리들에 관한 기록(혹리열전)도 있다. 또 자객과 유협, 화식 열전 등 정사와는 거리가 먼 야사의 인물들조차 아무 거리낌 없이 다루고 있다. 좀 이해가 빠르게 비유해 보자면, 이순신 장군이나 김구 선생과 대도나 조폭 두목 같은 사람들을 '열전 속 인물'로 함께 다루고 있는 것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요즘 시쳇말로 '말빨' 깨나 앞세우는 지식인이나 논객들도 쉽게 하지 못할 행동을 2000년 전 인물인 사마천은 아무 거리낌 없이 해버린 형국이다. 이렇기 때문에 70열전이야말로 사마천의 역사관·세계관·인간관을 총집결해 놓은 '『史記』의 백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4. 10表

 

표는 世表 1편, 年表 8편, 月表 1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쉽게 연대기로 이해하면 될 듯싶다. 또 일종의 '중국 시대사 구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마천은 여기에서 상고 이후 漢나라 때까지의 역사를 하·은·주 삼대→춘추시대→전국시대→진한교체기→漢 제국의 다섯 시기로 구분하고 있다. 좀 더 알기 쉽게 구분해보면,

 

① 하·은·주 삼대(3대세표 1편) : 전설상의 다섯 황제인 오제(황제·전욱·제곡·요임금·순임금)와 하나라·은나라·주나라 3대에 관한 世表. 여기에서 세표란 기록이 비교적 간단하다는 걸 말한 것인데, 사마천 스스로도 오대와 삼대의 사적 기록은 아주 오래되어 자세히 알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② 춘추시대(12제후연표 1편) : 춘추시대의 제후국인 노나라·제나라·晋나라·秦나라·초나라·송나라·衛나라·陳나라·채나라·조나라·정나라·연나라·오나라에 관한 연대표. 시기로 보면 주나라가 동쪽으로 옮긴 기원전 841년부터 공자가 죽은 기원전 479년까지 모두 366년간의 시간을 연대표로 나타내고 있다. 연표는 말 그대로 연(年) 단위로 표를 기록한 것이다. 편 이름은 12제후연표이나 실제로 다루고 있는 것은 13제후국이다.

 

③ 전국시대(6국연표 1편) : 秦나라를 제외한 전국시대 여섯 강국(6웅)에 관한 연대기로, 주나라 元王부터 통일 제국 秦의 2세 황제 호해 3년까지 270년간의 시간을 연대표로 작성했다. 이름은 6국연표지만, 실제로 연표에는 주나라 왕실과 秦나라를 포함한 전국 7웅을 다루고 있다. 비록 빈 껍데기에 불과했지만 명분상 천하의 주인(천자)인 주나라와 통일 제국을 세운 진나라를 제외하고, 편 이름을 6국연표로 지은 듯하다.

 

④ 진한교체기(진초지제월표 1편) : 통일 제국 진나라가 멸망하고 漢나라 유방이 황제가 되기까지 5년간의 역사를 연표가 아닌 월표로 기록하였다. 5년 동안 진섭에서 항우로, 다시 유방으로 천하의 권력이 숨 가쁘게 이동한 상황을 고려해 연표보다 더 자세하게 기록할 수 있는 월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도했다. 사마천은 이 시기에 대해 "처음에 반란을 일으킨 건 진섭이고, 잔인하고 포악하게 진나라를 멸망시킨 건 항우였다. 그러나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포악한 자를 제거하고 천하를 평정하여 마침내 황제의 자리에 오른 건 한왕 유방이었다. 이 5년간 천하를 호령하는 자가 3번이나 바뀌었는데, 인간의 역사가 생긴 이래 이처럼 빨리 천명을 받은 때는 없었다."2)고 밝혔다.

 

⑤ 漢 제국기(한흥이래제후왕연표·고조공신후자연표·혜경간후자연표·건원이래후자연표·건원이래왕자후자연표·한흥이래장상명신연표. 6편) : 이 6편은 모두 통일 제국 漢나라에 관한 연표이다. 한흥이래제후왕연표는 한나라의 건국에서 기원전 101년까지 106년간의 연대기이다. 황실 자제인 유씨 성의 제후왕 9명과 장사왕(오예)의 제후국에 관한 연표이다. 여태후, 혜제, 문제, 경제, 무제 등이 봉한 제후들도 연표 속에 열거되어 있어서 표의 제목을 '한흥이래제후왕연표'라고 했다고 한다.

 

고조공신후자연표는 한나라 고조 유방을 따라 통일 대업을 도운 개국공신으로 侯에 봉해진 143명에 대한 世系表이다. 혜경간후자연표는 혜제, 여태후, 문제, 경제에 의해 제후로 봉해진 93명에 대한 기록이다. 건원이래후자연표는 무제 때 봉한 공신 73명에 대한 기록인데, 주로 흉노·양월(남월과 동월)·조선·소월씨 등 소위 오랑캐를 정벌한 공이 있거나 그곳에서 귀순한 사람들이다. 건원이래왕자후자연표는 무제 때 봉한 王子侯 162명을 열거하여 기록했다. 한흥이래장상명신연표는 고조 유방 때부터 기원전 20년까지의 명재상과 훌륭한 장군에 관한 기록이다. 기원전 104년 이후의 기록은 사마천이 아닌 후대 사람들이 보충한 것이다. 사마천은 「태사공자서」에서 "나라에 어진 재상과 훌륭한 장수가 있다는 것은 백성의 본보기이다. 한나라가 일어난 후 장군·재상·명신의 연표를 만들어 어진 사람에 대해서는 그 치적을 기록하고, 어질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가 한 일을 분명히 밝혔다."3)고 기록하고 있다.

 

 

    

『史記』 「十表」                             『史記』 「八書」중 '曆書'

 


5. 8書

 

書는 국가의 중요한 제도와 문물을 주제별로 나누어 정리한 것이다. 8서를 내용별로 분류해 보면, 고대 왕조에서 가장 중요시했던 禮樂과 제사의식에 관해서는 예서·악서·봉선서에, 군사 문제에 관해서는 율서에, 국가 대사나 농사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했던 역법과 천문 문제는 역서·천관서에, 고대 중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황하를 중심으로 한 치수 문제는 하거서에, 국가 재정 및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평준서에 서술되어 있다.

 

8서를 읽다 보면, 사마천의 역사와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즉 사마천은 왕조와 개인의 역사나 전기를 기록할 때, 그 당시 사회와 인간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물질과 정신생활'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글을 쓰고 기록을 남긴 것이다. 8서는 중국 고대 국가와 사회의 '물질과 정신생활'의 기초를 이해하는 데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기록이다.

 


각주
1 사마천, 『사기 열전 下』, 김원중 옮김, 을유문화사, 2002. 689쪽.

 

한정주 / 영웅격정사, 2005.11.1,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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