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왜 위험한가

2015. 6. 8. 02:05이래서야/탈핵

 

 

<핵 없는 사회> 핵, 왜 위험한가

 

이준택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

 

 

 

 

원자와 원자핵
 
물질의 가장 기본이 되는 구조는 원자(Atom)다. 원자의 크기는 대략 직경 0.1나노미터( 10-10m)다. 그 중심에 직경 10펨토미터(10fm, 10-14m)의 원자핵(Atomic Nucleus, 줄여서 핵)이 있고 전자가 그 주변에 마치 태양의 주변을 도는 행성처럼 운동하고 있다.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돼 있고 그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다시 세 개의 쿼크들(quarks)로 구성돼 있다.
 
원자와 핵을 비교해 보자. 원자가 육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고 핵 또한 그보다 더 작지만(원자에 비해서 지름이 약 만분의 일 정도), 작다고 그 둘을 같이 혼용해선 안 되고 엄연히 구분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에서도 에너지 준위에 관해서는 핵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원자에서보다 십만 배~백만 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우라늄 원자와 우라늄 핵의 크기를 부피의 비로 계산해 보면 원자가 원자핵의 약 6조5000억 배나 크다. 상암월드컵 구장을 집어넣을 정도(직경 약 300m)의 구를 우라늄 원자라고 한다면 6조5000억분의 1의 부피를 갖는 우라늄 원자핵은 지름 16mm(혹은 1.6cm)의 조그만 공이라고 할 수 있다.
 
무려 6조분의 1보다 작은 공간이 원자핵이지만, 원자의 99.9%의 질량이 이 작은 공간에 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돼 있는데 전자의 질량이 양성자 혹은 중성자의 2000분의 1인데다 일반적인 원자의 경우 전자의 개수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기 때문에 원자핵은 전자의 4000~5000배 이상의 질량을 갖는다.

 
원자력이 아니라 핵분열 에너지
 
질량이 큰 핵을 쪼개서(핵분열) 에너지를 얻는 것이 핵분열 에너지고 역으로 질량이 작은 핵을 융합시켜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 핵융합 에너지다. 
반면에 우리가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방법은 탄소원자와 원자(산소분자)의 결합과정을 통해서 열을 얻는 것이다. 

 

 

 

 

 

식 (1)은 우라늄(U)의 원자핵이 중성자(n)에 의해서 바리움(Ba) 핵, 크립톤(Kr) 핵과 두 개의 중성자(n)로 핵변환(분열)이 일어나는 것을 나타낸다. 중성자를 포함한 이 두 핵은 우라늄 핵으로 돌려놓을 수 없다. 반면 식 (2)에서 탄소 원자와 산소분자의 결합은 인류가 일찍이 열(에너지)을 얻는 방법으로 불이 붙는 과정을 나타낸다. 화학적으로는 산화과정으로 결합되면서 탄산가스(CO₂)분자가 만들어지고 열이 발생한다. 핵분열은 핵에서 다른 핵으로 변환하는 것이지만 산화과정은 원자와 분자가 각각 원자들의 고유 형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두 과정은 차이가 있다.
 
원자력 에너지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핵분열 에너지를 원자력이라고 부르는 것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꿰는 것이다. 원자력(원자 사이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산화과정(혹은 탄소를 태우는 과정)이 아닌가? 수백kg 혹은 수십 톤의 거대한 물체를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는 데 강철 케이블을 사용한다면 그 강철 즉 철(Fe) 원자들 사이의 강력한 결합력을 이용하는 것이 원자력(원자 사이의 힘, 혹은 분자 사이의 힘)이라고 해야 한다.
 
핵에너지를 원자력 에너지라고 부를 수는 없다. 원자력이라는 말은 일본이 ‘핵분열(폭탄)=무기’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어린이 만화 ‘아톰’을 끌어들여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미지로 포장해 만든 용어다. 원자가 아닌 원자핵을 분열(핵분열, Nuclear fission)시켜서 얻는 에너지는 원자력이 아니라 핵에너지라고 말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원자력발전소도 잘못된 표현이다. 원전의 영어 표기는 핵발전소(Nuclear power plant)다. 독일도 원자력발전소를 핵발전소(Kernkraftwerk)라고 부른다. 

 

 

핵을 쪼개면 에너지가 나온다
 
1938년 베를린의 달렘(Dalem)에 있는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Kaiser Wilhelm Institut)에서 한(O. Hahn)과 쉬트라스만(F. Strassmann)은 당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우라늄보다 질량이 큰 원소(핵, Trans uranium)를 만들려고 비교적 핵에 쉽게 반응하는 중성자를 우라늄에 때리는 실험을 했다. 그들은 이 실험에서 질량이 우라늄의 절반 정도 되는 바리움(Ba) 핵을 발견했다. 이 바리움 핵은 우라늄 핵의 쪼개진 조각(Fission Fragments) 중의 하나였다.

우라늄 원자핵이 중성자에 의해 분열, 바리움(Ba)과 크립톤(Kr)으로 되면서 몇 개의 중성자가 나온다.

 
양성자(Proton)들과 중성자(Neutron)들이 결합돼 핵을 형성한다. 핵을 구성하는 전하를 띤 양성자들과 전하가 없는 중성자들을 핵자(Nucleon)라고 부른다. 핵을 형성하기 전 핵자들의 질량의 합과 만들어진 핵의 질량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어디로 갔을까? 핵자들이 모여 핵을 구성하면서 작아진 부분이 바로 결합에너지다. 
 
우주에는 다양한 핵(종)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소는 약 100여 종이지만 핵종들은 훨씬 많다. 12C, 13C, 14C 모두 탄소임에는 틀림없지만 중성자가 각각 6, 7, 8개인 동위원소 핵종들처럼 이들 동위원소 모두를 감안하면 무려 2000여 개 이상의 핵종들이 있다. 질량수(양성자와 중성자를 합한 핵자들의 수) 60 부근, 대략 철, 코발트, 니켈 등이 안정된 핵들로 핵자 당 평균 결합에너지가 가장 높다.
 
질량수가 작은 핵종들은 결합해 질량수가 큰 핵으로 전환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핵융합 Nuclear Fusion)하고, 질량수가 큰 핵종들은 질량수가 작은 쪽으로 전환되면서 에너지를 방출(핵분열 Nuclear Fission)하는 경향이 있다. 우라늄-235의 핵자당 결합에너지는 약 7.5 MeV이고 총 235개의 핵자가 있으므로 우라늄-235의 결합에너지는 7.5 MeV x 235다. 반면에 분열된 질량수 90과 140의 결합에너지는 (8.5 MeV x 90)+(8.3 MeV x 140)으로 그 차이는 약 170 MeV이다. 여기서 170 MeV의 에너지는 중성자에 의해서 붕괴돼 즉각적으로 나오는 두 파쇄핵(질량수 90, 140)들의 운동에너지다. 그밖에 핵분열 때 나오는 중성자들의 에너지와 후속으로 일어나는 방사성 붕괴 열을 모두 감안하면 대략 200MeV의 에너지가 단 한 번의 핵분열에서 나온다. 

 
핵분열이 일어날 때 방사능(방사성 붕괴)은 왜 생기나
 
자연은 늘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된 상태로, 포괄적으로 에너지가 큰 상태에서 에너지가 낮은 상태로 전환한다. 중력에 대한 위치에너지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물체가 이동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원자핵도 마찬가지다. 원자핵이 불안정한 경우 핵은 스스로 안정된 상태로 전환한다. 에너지가 큰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에너지가 낮은 상태의 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알파선은 질량수가 충분히 큰 원자핵에서 나오고 작은 핵들에서는 베타선이 방출된다. 감마선은 질량과는 무관하게 핵의 상태에 따라서 방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사성 붕괴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질량수가 작은 핵종들은 거의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가 같고 안정이 되어 있지만, 질량수가 큰 핵종들에서는 양성자보다 중성자가 많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핵분열에 의해서 생성된 핵종들(Fission Fragments)처럼 질량수가 많지 않으면서 중성자가 양성자보다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는 핵이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자발적으로 중성자를 양성자로(간혹 양성자가 많은 경우에 양성자를 중성자로) 변환한다. 이 변환과정에서 전자나 양전자가 방출되는데 이 전자들은 핵에서 나오기 때문에 일반 전자보다 매우 큰 에너지를 갖는 전자(베타선)를 방출한다.

 

핵분열이 일어나기 전 우라늄 핵과 핵분열이 일어난 뒤 만들어지는 핵분열생성물질들(Fission Products)을 비교해 보자. 우라늄(235U)  핵은 양성자 92개와 중성자 143개로 중성자가 양성자에 비해 약 1.5배 많지만 자체 핵의 결합력 때문에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쪼개진 두 개의 핵분열 생성물질들도 중성자가 양성자에 비해 1.5배 정도 많지만 우라늄 핵과는 달리 이들은 남는 중성자들을 양성자들로 급격하게 전환시키면서 베타선을 방출하는 과정을 3~4회 거친다. 두 핵분열생성물질(쪼개진 핵들)이 각각 3~4회 베타선을 내는 베타붕괴를 하는 것이다.

 

 

 

 

핵분열 전후의 방사능의 세기

 

 

원자로(핵발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료물질(우라늄)과 핵분열생성물질 각 1g씩을 비교해 계산하면, 반감기와 연관된 붕괴상수(λ)에 물질의 양(원자핵의 수) N을 곱한 값이 방사능의 세기(A)가 된다.
우라늄-235(235U), 우라늄-238(238U), 토륨-232(232Th) 각 1g이면 방사능의 세기가 각각 2.16마이크로규리(μCi), 0.34μCi와 0.11μCi가 된다. 핵연료 1g이 내는 방사능의 세기가 고작 백만분의 1 Ci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핵이 쪼개질 경우 텔루륨(133Te), 요드(133I), 지르코늄(101Zr) 등 세가지 핵분열생성물질의 방사능 세기는 113메가큐리(MCi), 1.13MCi 와 48.5기가큐리(GCi)가 된다. 백만분의 1Ci의 방사능이 조~경 배로 커진 것이다.

1000 메가와트(1000MW=1GW)급 핵발전소에서는 얼마나 많은 방사능을 만들어 낼까? 1000 MW급(1초에 십억 줄의 전기를 생산해 내는) 원전에서 필요로 하는 우라늄의 양은 히로시마 원폭 1000발 분이다.

히로시마 원폭의 폭발력(TNT 1만3000톤)을 우라늄-235(235U)의 양으로 계산하면 약 700~800g으로 1kg이 채 안된다. 1000MW급 원전이라면 1초마다 0.012g의 우라늄-235가 없어진다. 1년이면 약 380kg이다. 하지만 원전의 효율은 겨우 30% 선이다. 1/3이 전기를 만드는 데 쓰이면 동시에 2/3는 바닷물을 데우는 데 사용된다. 결국 1년 동안 원전에서 필요로 하는 우라늄의 양은 380kg x 3 = 1140kg으로 1톤이 넘는다. 히로시마 원폭 1000발 분의 우라늄을 ‘핵분열’시키는 것이다. 히로시마 원폭으로 발생한 세슘-137(137Cs)의 양이 8.9x1013(89조) 베크렐(Bq)이었다고 한다. 1000MW(GW, 기가와트)급 원전이라면 1년간 발생한 세슘-137의 양이 히로시마 원폭의 1000배인 8.9 x 1016(약 9경)Bq이 될 것이다. 실로 경이적이다!

핵을 쪼개 에너지를 얻는 경제성보다 더 비싼 위험: 방사능 사고 부담의 대차대조표

 

 

1950년대 이래 미국 쓰리마일 아일랜드 핵발전소 사고, 구 소련 당시 체르노빌 핵발전소 대참사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외에도 130여건 이상의 크고 작은 핵발전소 관련 사고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30여건 이상은 국제 핵 사고 등급(INES, 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 4 이상의 사고들이었다. 사고가 난 당사자 국가들의 과학기술이 부족하거나 안전에 대해 무관심해서 생긴 사고는 결코 없었다. 수많은 사고들을 볼 때 원자력이 과연 평화적으로 안전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고리 1, 2호기는 고장으로 지금까지 모두 1만9436시간9분 동안 가동을 멈췄다. 날수로는 809일, 햇수로 2년2개월 동안 발전이 정지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핵발전소 고장으로 총 578회 발전이 정지됐다. 당국은 무조건 우리나라는 안전하다는 말 외에도, 수십 년에 걸쳐 이렇듯 많은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었음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주고 나서 “원자력은 안전한 것이다”라는 말에 대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프랑스 원자력에너지위원회(Atomic Energy Commission, CEA)는 “기술적인 혁신이 핵발전소 작동에서 사람의 실수로 인한 위험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욱이 MIT의 합동연구팀은 2005년부터 2055년까지 최소한 4건의 심각한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올해 2015년, 이미 후쿠시마 대참사가 있었으니 그들의 추정이 터무니 없을 것이라고 반증하기보다는 앞으로 40년 사이에 일어날 것으로 예견되는 3건의 사고 중에 한국의 차례가 오지 않기를 바란다. 아니, 바라기만 해서는 안 되고, 당장 노후 원전부터 가동을 멈춰야만 할 것이다. 핵분열이 일어나는 노심부를 비롯한 근처의 각종 배관과 밸브들, 격납고 등등 제반 금속, 고체 구조물들은 장기간 중성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사선에 피폭돼 처음과 같은 상태가 아니다. 원자와 원자핵의 공간 비율이 6조 대 1 정도이고, 또 원자와 원자 사이의 거리 또한 빈 공간이 많다.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은 아예 헐고 새로이 짓지 않는 이상 안전성은 당연히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핵발전소가 다행스럽게 사고 없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고 해도 핵분열로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을 100% 통제할 수 없다. 핵폐기물이나 사용후 핵연료 같은 다양한 핵분열 생성물질들도 마찬가지다.

화석연료를 포함한 다른 발전에 비해 핵에너지(원전)가 이산화탄소(CO2)배출이 적다고 하는 주장도 믿을 수가 없다. 1000MW(혹은 1GW급) 핵발전소의 경우 1000MW의 전기를 만드는 동시에 2000MW의 에너지는 바닷물을 데우는 데 사용된다. 매초 70톤의 온배수가 바다로 배출된다. 핵발전소에서 나온 뜨거운 물은 인근 해수 온도를 섭씨 7도 상승시킨다.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바닷물에 녹아 있다. 바닷물을 데우면 이산화탄소가 바로 공기 중에 나오게 된다. 마치 맥주나 콜라 같은 탄산음료의 온도를 높이면 가스가 끓어오르는 것처럼. 핵에너지는 직접 검은 연기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직접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바닷물에서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나오도록 한다. 액체의 온도가 증가하면 기체의 용해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바닷물 속 산소의 양도 줄어들 것이고 인근 어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이 바다를 데우는 일은 없으니, 이 바다 데우기 효과만 고려해도 핵에너지는 그 어떤 자연에너지에 비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게 된다.

 

울산저널 http://www.usjournal.kr/News/73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