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26. 01:27ㆍ이래서야/탈핵
<핵 에너지> 핵분열과 방사능
이준택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
방사능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방사능, 방사성 그리고 방사선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하나씩 살펴보자. 우리가 통상 얘기하는 원자에서 전자구름의 형태로 원자핵 주변을 도는 전자의 에너지는 수십 eV(에너지의 단위) 정도지만 불안정한 핵이 스스로 전환(베타붕괴)하면서 나오는 전자는 그 에너지가 수십만~수백만배 크다. 사람이 이 전자 에너지를 다량으로 접하게 된다면 치명적이다.
이처럼 어떤 특정한 핵에서 나오는 강한 에너지 입자와 전자기파를 방사선(Radiation)이라고 한다. 통상 이 입자들은 전하를 띠고 있다. 양의 전하를 갖는 알파선(Alpha Ray)은 헬륨의 원자핵으로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돼 있다. 핵의 알파붕괴(Alpha Decay)와 함께 방출되는 알파선은 강한 전리작용(원자핵으로부터 전자를 분리)을 갖는다. 다량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우리 몸의 조직세포나 DNA의 기본단위인 원자에서 전자가 분리돼 유전정보가 변형되거나 세포가 재생능력을 잃게 된다. [1999년 일본 도카이무라 JCO임계사고로 방사선에 16~20Sv 피폭이 된 두명의 기술자는 피폭 후 수 개월 만에 목숨을 잃은 바 있다.] 베타선(Beta Ray)은 베타붕괴로 나오는 전자이고 전하를 갖고 있으니 전리작용도 있다. 알파입자보다 물질을 통과하는 투과력이 크다. 감마선(Gamma Ray)은 엑스레이보다 파장이 짧고 에너지는 더 큰 전자기파로 투과력이 크다. 1 MeV의 감마선은 2.54 cm 두께의 납이라도 50% 통과한다.
방사능(Radio activity)이란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변환(붕괴)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한 핵의 능력을 말한다. 방사능의 세기는 흔히 단위시간당 얼마나 방사선을 내면서 붕괴하는가로 가늠한다. 베크렐(Bq)이나 큐리(Ci)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1 Ci는 라듐 1g의 방사능의 세기(1초에 37억개의 알파입자 방출)를 나타낸다. 1 Ci는 1초에 37억 회의 방사성붕괴를 일으키는(즉 방사선을 방출하는) 능력을 말하고 오늘날의 국제(SI) 단위인 Bq로 말하면 37억 Bq이 된다.
방사성은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붕괴할 수 있는 성질을 말한다. 방사성 동위원소란 방사선을 내면서 붕괴하는 원소로 삼중수소는 반감기 12.7년의 베타붕괴를 하는 불안정한 핵종이다. 반감기(Half-life)란 방사성 물질이 방사선을 내면서 붕괴할 때 처음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우라늄-238의 반감기는 약 45억년이고 우라늄-235의 반감기는 약 7억년이다.
핵분열이 일어날 때 방사능(방사성 붕괴)은 왜 생기나?
자연은 늘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된 상태로, 포괄적으로 에너지가 큰 상태에서 에너지가 낮은 상태로 전환한다. 중력에 대한 위치에너지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물체가 이동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원자핵도 마찬가지다. 원자핵이 불안정한 경우 핵은 스스로 안정된 상태로 전환한다. 에너지가 큰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에너지가 낮은 상태의 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알파선은 질량수가 충분히 큰 원자핵에서 나오고 작은 핵들에서는 베타선이 방출된다. 감마선은 질량과는 무관하게 핵의 상태에 따라서 방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사성 붕괴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질량수가 작은 핵종들은 거의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가 같고 안정이 되어있지만, 질량수가 큰 핵종들에서는 양성자보다 중성자가 많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핵분열에 의해서 생성된 핵종들처럼 질량수도 많지 않으면서 중성자가 양성자보다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는 핵이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자발적으로 중성자를 양성자로(간혹 양성자가 많은 경우에 따라선 양성자를 중성자로) 변환한다. 이 변환과정에서 전자나 양전자가 방출되는데 이 전자들은 핵에서 나오기 때문에 일반 전자보다 매우 큰 에너지를 갖는 전자(베타선)를 방출한다.
핵분열이 일어나기 전 우라늄 핵과 핵분열이 일어난 뒤 만들어지는 핵분열생성물질들(Fission Products)을 비교해 보자. 우라늄(235U) 핵은 양성자 92개와 중성자 143개로 중성자가 양성자에 비해 약 1.5배 많지만 자체 핵의 결합력 때문에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쪼개진 두 개의 핵분열 생성물질들도 중성자가 양성자에 비해 1.5 배 정도 많지만 우라늄 핵과는 달리 이들은 남는 중성자들을 양성자들로 급격하게 전환시키면서 베타선을 방출하는 과정을 3~4회 거친다
표1에서 보는 것처럼 235U, 238U, 232Th 각 1g이면 방사능의 세기가 각각 2.16 μCi, 0.34 μCi와 0.11 μCi가 된다. 핵연료 1g이 내는 방사능의 세기가 고작 백만분의 1 Ci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핵이 쪼개질 경우 텔루륨(133Te), 요드(133I), 지르코늄(101Zr) 등 세가지 핵분열생성물질의 방사능 세기는 113 MCi(1억1300만 Ci), 1.13 MCi(113만 Ci) 와 48.5 GCi(485억 Ci)가 된다. 백만분의 1 Ci의 방사능이 조~경 배로 커진 것이다.
1000 메가와트(1000 MW=1 GW)급의 핵발전소에서는 얼마나 많은 방사능을 만들어 낼까?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 선생의 강연을 지난해 국회도서관에서 들었다. 그의 발표는 실로 경이적이었다. 1000 메가와트급(1초에 십억 줄의 전기를 생산해 내는) 원전에서 필요로 하는 우라늄의 양이 히로시마 원폭 1000발 분이라는 것이었다. 설마 싶었지만 그의 말은 옳았다.
히로시마 원폭의 폭발력(TNT 1만3000톤)을 우라늄-235(235U)의 양으로 계산하면 약 700~800g으로 1kg이 채 안된다. 1000 메가와트급 원전이라면 1초마다 0.012g의 우라늄-235가 없어진다. 1년이면 약 380kg이다. 하지만 원전의 효율은 겨우 30% 선이다. 1/3이 전기를 만드는 데 쓰이면 동시에 2/3는 바닷물을 덥히는 데 사용된다. 결국 1년 동안 원전에서 필요로 하는 우라늄의 양은 380kg x 3 = 1140kg으로 1톤이 넘는다. 히로시마 원폭 1000발 분의 우라늄을 핵분열시키는 것이다.
히로시마 원폭으로 발생한 세슘-137(137Cs)의 양이 8.9x1013(89조) Bq이었다고 한다. 1000 메가와트급 원전이라면 1년간 발생한 세슘-137의 양이 히로시마 원폭의 1000 배인 8.9x1016(약 9경) Bq이 될 것이다. 실로 경이적이다! 그 많은 방사능을 과연 100% 제어할 수 있을까?
울산 저널 http://www.usjournal.kr/News/7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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