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분열 에너지와 방사능

2015. 5. 18. 23:57이래서야/탈핵

 

 

 

핵분열 에너지와 방사능

이준택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

 

 

 

 

핵분열 에너지

 

1938년 베를린의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Kaiser-Wilhelm-Institut)’에서 한(Otto Hahn)과 쉬트라스만(Fritz Strassmann)이 최초로 원자핵을 분열시켰다(라틴어로 fissio=분열, 영어로 Nuclear fission). 당시 그들은 중성자를 이용해 우라늄보다 질량이 큰 원소인 초우라늄(Trans Uranium)을 만들려고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우라늄 절반 정도의 질량을 갖는 바리움(139Ba)과 크립톤(95Kr)을 확인했다(그림 1). 질량수 235(혹은 238)의 우라늄이 그 절반 남짓한 크기의 두 개의 파쇄핵과 2~3개의 중성자로 분열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분열 전과 후에 약간의 질량 결손(△m)이 생기는데 이것이 에너지(E=△mc2)로 전환된다.


핵분열(Nuclear Fission)이란 중성자에 의해 우라늄 원자핵(235U)이 분열되면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미 지난 번에 설명했듯이(울산저널 4월 30일자 참조) 상암 월드컵 구장을 포함하는 크기(직경 약 300m)의 구를 원자라고 했을 때 그(원자) 한가운데에 위치한 직경 1.6cm의 구가 원자핵이다. 원자력이라는 용어는 처음부터 잘못된 표현이다. 원자가 작고 원자핵도 작으니 그냥 그대로 쓰자는 건 과학을 하는 입장이 아닌, 흔히 정치판에서 잘 사용하는 물타기 수법이다. 과학은 자연의 현상을 이해하는 한 분야로서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적절히 바꿔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의도적으로 핵과 원자를 적절히 섞어서 국민들로 하여금 모호한 관념을 갖도록 하는 것은 조작과 같다. 한 예로 ‘물리학 및 실험’을 수강하는 대학 1학년 학생들에게 적절한 시료와 측정 장치(버니어캘리퍼 혹은 마이크로미터)를 주고 통상 20회 길이를 측정하도록 하는데 개중에 영악한 친구가 4~5회 측정하고서 그 중 적당한 값들을 몇 번 더 사용해 20회 측정한 것처럼 측정값을 조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조작행위는 자연의 본질에 대한 범죄행위다.(아마, 과거 학생시절에 그런 조작을 했던 사람들이 한수원 관련 시험서와 검증서 위조 등 비리 범죄에 연루된 것이 아닌지…)

 

 

우라늄 원자핵이 중성자에 의해 분열, 바리움(Ba)과 크립톤(Kr)으로 되면서 몇 개의 중성자가 나온다.

 

 

핵분열에서 에너지는 어떻게 나오게 되는 걸까?

 

양성자들과 중성자들이 결합돼 핵을 형성한다. 핵을 구성하는 전하를 띤 양성자들과 전하가 없는 중성자들을 핵자(Nucleon)라고 부른다. 핵을 형성하기 전 핵자들의 질량의 합과 핵의 질량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어디로 갔을까? 핵자들이 모여 핵을 구성하면서 작아진 부분이 바로 결합에너지다. 일상생활 언어로 비유해 보자. 남녀 한 쌍이 각각 5000만원씩(합이 1억원) 준비해 가정을 차렸다. 두 사람은 살림에 필요한 가재도구들을 사느라 얼마간 돈을 썼다. 두 사람이 가정을 꾸렸을 때 1억원보다 돈이 줄었다. 줄어든 부분이 결합해 살림살이를 사는 데 사용된 셈이다.


 

 

핵자당 평균결합에너지(MeV)


우주에는 다양한 핵(종)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소는 약 100여 종이지만 핵종들은 훨씬 많다. 12C,13C등 탄소임에는 틀림없지만 중성자가 각각 6, 7개인 동위원소 핵종들을 모두 감안하면 무려 2000여개의 핵종들이 있다. 질량수(양성자와 중성자를 합한 핵자들의 수) 60 부근, 대략 철, 코발트, 니켈 등이 안정된 핵들로 핵자당 평균결합에너지가 가장 높다


질량수가 작은 핵종들은 결합해 질량수가 큰 핵으로 전환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핵융합 Nuclear Fusion)하고, 질량수가 큰 핵종들은 질량수가 작은 쪽으로 전환되면서 에너지를 방출(핵분열 Nuclear Fission)하는 경향이 있다. 우라늄 235의 핵자당 결합에너지는 약 7.5 MeV이고 총 235개의 핵자가 있으므로 우라늄 235의 결합에너지는 7.5 MeV x 235다. 반면에 분열된 질량수 90과 140의 결합에너지는 (8.5 MeV x 90)+(8.3 MeV x 140)으로 그 차이는 약 170 MeV이다. 여기서 170 MeV의 에너지는 중성자에 의해서 붕괴돼 즉각적으로 나오는 두 파쇄핵(질량수 90, 140)들의 운동에너지다. 그밖에 핵분열 때 나오는 중성자들의 에너지와 후속으로 일어나는 방사성 붕괴 열을 모두 감안하면 대략 200MeV의 에너지가 단 한번의 핵분열에서 나온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흔히 말하는 원자력(엄밀히 말해서 핵분열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우리는 우라늄을 폭탄으로 사용할 때와 전기를 만들 때를 다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두 과정은 같다. 폭탄의 경우 짧은 시간에 중성자에 의해서 분열을 일으키는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우라늄 235의 농도를 크게(80% 이상) 하고, 전기를 얻는 과정에서는 연료봉의 우라늄 농도가 작고(4~5%) 감속제와 제어봉을 이용해 너무 많은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폭탄과 핵분열을 이용한 발전

 

 

 



전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2중 3중 아니 더 많은 안전성을 강조했음에도 핵발전소 사고는 계속 일어났다. 1952년부터 2013년까지 민간과 군용 핵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고는 세계적으로 136건이었고 이 사고로 25조원(205억불)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재산 피해 비용은 재산상 파괴, 비상 대응, 환경 복구 비용, 대피, 생산품 손실, 벌금, 그리고 법정소송비용 등을 포함한다.


프랑스 원자력에너지위원회(Atomic Energy Commission, CEA)는 “기술적인 혁신이 핵발전소 작동에서 사람의 실수로 인한 위험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MIT의 합동연구팀은 2005년부터 2055년까지 최소한 4건의 심각한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고리 1, 2호기는 고장으로 지금까지 모두 1만9436시간9분 동안 가동을 멈췄다. 날수로는 809일, 햇수로 2년2개월 동안 발전이 정지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핵발전소 고장으로 총 578회 발전이 정지됐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130여 건 이상의 핵 관련 사고에서 34건은 국제사고등급(INES) 4 이상의 사고였다. 사고가 난 당사자 국가들의 과학기술이 부족하거나 안전에 대해 무관심해서 생긴 사고는 결코 없었다.


더 큰 중대사고가 아직 안 일어났을 때 빨리 손을 떼야 한다. 노후 원전을 비롯해 핵에너지에 대한 여러 결정들이 실로 국민을 위한 결정인지 아니면 그 분야에 종사하면서 이윤을 챙기는 사람들을 위한 결정인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몇몇 위원들의 찬반으로 월성1호기 수명 연장 같은 중대한 사안을 결정할 수는 없다. 최소한 그 지역사회의 주민과 더 나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어서 결정해야만 한다.

 


 

원전이 온실가스 배출 적다는 건 터무니없는 주장

 

핵에너지(원전)가 화석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CO2)배출이 적다고 하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1000메가와트(혹은 1기가와트급) 핵발전소의 경우 1000메가와트의 전기를 만드는 동시에 2000메가와트의 에너지는 바닷물을 덥히는 데 사용된다(효율 33% 정도?). 매초 70톤의 온배수가 바다로 배출된다. 핵발전소에서 나온 뜨거운 물은 인근 해수 온도를 섭씨 7도 상승시킨다.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바닷물에 녹아 있다. 바닷물을 데우면 이산화탄소가 바로 공기 중에 나오게 된다. 마치 맥주나 콜라 같은 탄산음료의 온도를 높이면 가스가 끓어오르는 것처럼.


핵에너지는 직접 검은 연기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직접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바닷물에서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나오도록 한다. 액체의 온도가 증가하면 기체의 용해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바닷물 속 산소의 양도 줄어들 것이고 인근 어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이 바다를 데우는 일은 없으니, 이 바다 데우기 효과만 고려해도 핵에너지는 그 어떤 자연에너지에 비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게 된다.

 

울산저널 http://www.usjournal.kr/News/7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