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핵 쪼개 얻은 열은 파괴적 에너지일 뿐

2015. 5. 7. 10:04이래서야/탈핵

 


원자핵 쪼개 얻은 열은 파괴적 에너지일 뿐

 

2015-04-30
이준태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 

 

 

 

 

원자와 원자핵


20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막스 플랑크(M. Planck)의 양자론(Quantum Theory)과 알버트 아인쉬타인(A. Einstein)의 상대론(Relativity)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십억분의 1미터(Nano meter, nm) 즉 나노미터 스케일(nanometer scale) 이하의 원자 구조와 그 실체에 대한 물리적인 부분을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 양자론이라면 원자 이하의 구조를 갖는 원자핵 또한 많은 부분이 양자론적인 접근방법에 의해 이해가 가능했고, 핵의 구조와 그 역학적인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위해선 상대론적인 고찰 특히 질량과 에너지 등가원리(E=mc²)를 도입해야 한다.


물질의 기본이 되는 구조로 원자를 말한다. 원자는 그 중심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에 전자가 있다. 원자를 구성하고 있는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 있고 그 양성자와 중성자는 다시 세 개의 쿼크(quark)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와 원자핵(줄여서 핵)을 비교해 보자. 원자는 작아서 육안으로 볼 수 없고 핵 또한 원자에 비해서 1조분의 일 이상이나 작지만 작다고 둘을 같이 혼용할 수 없고 그 둘은 엄연히 구분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에서도 특히 에너지 준위에 관해서는 핵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원자에서보다 십만 배~백만 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정된 공간에서의 에너지와 관련된 현상은 통상 대학 물리학과 3~4학년에서 배우게 되는 양자역학을 통해 간단히 규명되는 사실이다.

 


 

그림으로 묘사한 원자(실제 축적 아님,

그렇게 되면 아래 화살의 길이는 약 50m 정도로 길어짐)

 

 

좀 더 실제적인 비유를 해 보자. 우라늄 원자와 원자핵의 부피의 비를 계산해 보면 원자가 원자핵의 약 6조5000억배나 크다. 상암월드컵 구장을 집어넣을 정도의 구(반지름 약 150m)를 우라늄 원자라고 한다면 우라늄 원자핵은 어느 정도가 될까? 약 6조5000억분의 1의 부피를 갖는다면 계산상 약 8mm의 반경 즉 지름 1.6cm(16mm)의 구가 원자핵에 견줄 수 있다. 무려 6조분의 1보다 작은 공간이 원자핵이지만 원자의 99.9%의 질량은 이 작은 공간에 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돼 있는데 전자의 질량이 양성자 혹은 중성자의 2000분의 1인데다 일반적인 원자의 경우 전자의 개수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다. 즉 원자핵은 전자의 4000~5000배 이상의 질량을 갖는다.)

 

 


원자력이 아니라 핵분열 에너지


질량이 큰 핵을 쪼개서(핵분열) 에너지를 얻는 것이 핵분열 에너지이고 역으로 질량이 작은 핵을 융합시켜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 핵융합에너지이다.

 

반면에 우리가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방법은 탄소원자와 원자(산소분자)의 결합과정을 통해서 열을 얻는 것이다. \

 

 

식 (1)은 우라늄(U)의 원자핵이 중성자(n)에 의해서 바리움(Ba) 핵, 크립톤(Kr) 핵과 두 개의 중성자(n)로 핵변환(분열)이 일어나는 것을 나타낸다. 중성자를 포함한 이 두 핵은 우라늄 핵으로 돌려놓을 수 없다. 반면 식 (2)에서 탄소 원자와 산소분자의 결합은 인류가 일찍이 열(에너지)을 얻는 방법으로, 불이 붙는 과정을 나타낸다. 화학적으로는 산화과정으로 결합되면서 탄산가스(CO2) 분자가 만들어지고 열이 발생한다. 핵분열은 핵에서 다른 핵으로 변환하는 것이지만 산화과정은 원자와 분자가 각각 원자들의 고유 형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두 과정은 차이가 있다.


원자력 에너지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핵분열 에너지를 원자력이라고 부르는 것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꿰는 것이다. 원자력(원자 사이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오히려 산화과정 아닌가? 수백kg 혹은 수십톤의 거대한 물체를 들어 올리는 데 강철 케이블을 사용한다면 그 강철, 즉 철(Fe) 원자들 사이의 강력한 결합력을 이용하는 것을 원자력(원자 사이의 힘)이라고 해야 한다.


핵에너지를 원자력 에너지라고 부를 수는 없다. 원자력이라는 말은 일본이 ‘핵분열(폭탄)=무기’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어린이 만화 ‘아톰’을 끌어들여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이미지로 포장해 만든 용어다.


원자가 아닌 원자핵을 분열시켜서 얻는 에너지는 원자력이 아니라 핵에너지라고 말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원자력발전소도 잘못된 표현이다. 원전의 영어 표기는 핵발전소(Nuclear power plant)다. 독일도 원자력발전소를 핵발전소(Kernkraftwerk)라고 부른다.

 


핵을 쪼개 에너지를 얻는 것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를 읽었다. 하루키는 일본에서 자동차 사고로 연간 5000명 가까이 숨지는데 원전은 그렇지 않다는 원전 옹호론자들을 비판했다. 그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고향을 떠나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숫자는 15만명이라며 단위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원전이 효율이 좋은 발전 시스템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2010~11 세계핵산업실태보고서>(WNISR)에 따르면 2010년을 기점으로 태양광에너지 전기발전 비용이 핵에너지의 전기발전 비용보다 싸진다.

 

 

태양광에너지와 핵에너지의 전기 생산 가격: 역사적인 크로스오버

 


미국 쓰리마일 아일랜드 핵발전소 사고, 구 소련 당시 체르노빌 핵발전소 대참사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외에도 130여건 이상의 크고 작은 핵발전소 관련 사고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30여건 이상은 국제 핵 사고 등급(INES, 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 4 이상의 사고들이었다.


이런 수많은 사고들을 볼 때 원자력이 과연 평화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수십년에 걸쳐 이렇듯 많은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었음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주고 나서 “원자력은 안전한 것이다”라는 말에 대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더구나 핵발전소가 정상적으로 가동된다고 해도 핵분열로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을 100% 통제할 수 없다. 핵폐기물이나 사용후 핵연료 같은 다양한 핵분열 생성물질들도 마찬가지다.


크고 작고를 떠나서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들에 대한 정보는 언제나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공개하지 않고서 숨기는 구석에는 무언가 구린 데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일본에서 사용해온 ‘원전신화’, “우리의 원자력은 안전한 것이다” 같은 허위문구를 우리나라에서 따라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핵에너지를 원자력이라고 부르면서 핵에 관한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출처 : 울산저널 13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