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15. 01:08ㆍ시,좋은글/詩
사과 없어요 / 김이듬
아 어쩐다,
다른 게 나왔으니,
주문한 음식보다 비싼 게 나왔으니.
아 어쩐다,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짜장면이 나왔으니.
이봐요,
그냥 짜장면 시켰는데요.
아뇨,
손님이 삼선짜장면이라고 말했잖아요.
아 어쩐다,
주인을 불러 바꿔 달라고 할까.
아 어쩐다,
그러면 이 종업원이 꾸지람 듣겠지.
어쩌면
급료에서 삼선짜장면 값만큼 깎이겠지.
급기야
쫓겨날지도 몰라.
아아 어쩐다,
미안하다고 하면
이대로 먹을 텐데.
단무지도
갖다 주지 않고,
아아 사과하면
괜찮다고 할 텐데.
아아 미안하다 말해서
용서받기는커녕
몽땅 뒤집어쓴
적 있는 나로서는,
아아, 아아,
싸우기 귀찮아서
잘못했다고 말하고는
제거되고 추방된 나로서는.
아아 어쩐다,
쟤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고,
그래 내가 잘못 발음했을지 몰라.
아아 어쩐다,
전복도 다진 야채도 싫은데.
김이듬
1969년 경남 진주, 부산대학교 독문과 졸업,
경상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2001년 『포에지』로 등단하여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베를린 달렘의 노래』.『히스테리아』와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 발간
***
제1회 시와세계작품상(2010),
제7회 김달진창원문학상(2011) ,
제7회 시인광장 올해의좋은시상(2014),
통영시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2015) ,
제1회 22세기시인작품상(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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