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잎 속으로, 가을 속으로
2017. 11. 2. 20:58ㆍPhotograph/photograph
나는 이 가을을 성큼 건너갈 수가 없습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과 물속에 떠있는 물방개와
길섶의 앉은뱅이 꽃에 눈 맞추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버린 지푸라기 같은 세상사들,
그것들을 토닥여 잠재우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망 없이 피었다 진 들국화는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갈잎 스치는 소리 그리운 날 나는 문득 신던 신발 벗어놓고
지고 온 세상사 던지고 가겠습니다
흔들림이 아름다운 잎새들은 흔들리면서 생을 이룩합니다
그 잎새들 속으로 나는 추운 발 옮깁니다
지는 잎 속으로, 가을 속으로
지는 잎 / 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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