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 야경, 광안대교를 중심으로..
2018. 11. 4. 16:24ㆍPhotograph/photograph
세상에 고통만큼 환한 게 있을까
짙은 어둠 속에서 고통만큼 선명한 게 있을까
엑스레이 필름 위에 하얗게 모습을 드러낸 내 몸의 통증
몸 밖으로 꺼내진 고통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본래 어두워야 할 부분이 하얗게 빛나는 것이었다
캄캄한 몸을 뚫고 들어와 아아, 소리 지르는
수만의 별들, 수천의 꽃송이들
그러고 보면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 어둠 한 귀퉁이를 밝히고 싶다는 것
내 고통의 일부가 되겠다는 것
하지만 수만의 별과 수천의 꽃송이 속에 뜬 너는
너무 막막해져서 내 안의 너를 찾아 헤매다보면
어느내 나도 울고 있다
울음마저 너무 깊어져
목구멍 속에 달라붙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창밖으로 환하게 자취를 드러낸 또 다른 창문들
서로가 서로의 고통으로 소리 지르는 풍경
건너편 유흥가 골목에서 뒤엉킨 고통들이 깔깔거리며 손짓하는 풍경,
춤과 음악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풍경
이곳의 풍경은 누구의 가슴을 찍은 필름일까
지구의 야경은 황홀하다고 어느 우주인이 그랬던가
하물며 전쟁으로 반짝이는 빛조차도 그러하다고
너와 나의 사이는 별과 별 사이만큼이나 멀어
깜깜하게 저물어 다시 어둠에 묻힐 때까지 소리를 질러 불러볼 뿐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이었는지 깜깜하게 잊혀질 때까지
수많은 창에 갇혀 소리 지르는 환한 고통들
몸 밖으로 나온 것들을 우두커니 창틀에 턱을 괴고 바라보는 순간,
황홀한.
고통 / 배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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