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30. 23:19ㆍ이래서야/탈핵
‘원전과 거리 고작 9㎞’ 지진이 다가왔다
입력 2019.04.27 (14:05) / 수정 2019.04.29 (09:31) 데이터룸
월성 원전 반경 9~10㎞ 지진 ‘6건’
원전 반경 30㎞ 내 지진의 76.3% ‘최근 4년 새 발생’
원전 내진설계 웃도는 “규모 7.0 지진도 가능”
지진의 불안이 다시 한반도를 덮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강원 동해시 인근 바다에서 규모 4.3 지진이 발생한 지 사흘 만에 경북 울진군 바다에서 규모 3.8의 지진이 또 났습니다.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지만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높습니다. 22일 울진 지진이 발생한 곳과 원전 6기가 모여 있는 한울 원전 간 거리는 45㎞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지진은 강원·경북을 넘어 충북 지역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올해 발생한 규모 3.0(실내 사람 일부가 진동을 느낌) 이상 지진 5건의 위치를 보면 4건이 모두 동해상에서 발생했습니다. 특히 동해 남부에서 3건의 지진이 났습니다.
경북 지역 동해안에는 원자력발전소(원전) 26기(정지·시운전 원전 포함) 가운데 20기가 모여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동해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공포로 다가옵니다. 여기에 지진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합니다.
2016년 이후 지진 발생 크게 증가…“경주·포항 지진 등의 영향”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기상청의 지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6년 이후 우리나라 지진 발생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기상청이 집계한 지진(규모 2.0 이상) 자료에 따르면, 1978년부터 올해 4월26일까지 우리나라에선 총 1825건(위치 정보 없는 지진 23건 포함), 연평균 43.5건의 지진이 포착됐습니다. 산술적으로 보면 8.4일마다 한 번꼴로 지진이 일어난 겁니다.
그런데 2016년 지진이 252건 발생한 데 이어 2017년 223건, 2018년에는 115건의 지진이 났습니다. 이 3년 동안 발생한 지진은 연평균 196.6건으로, 전체 기간과 비교할 때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한반도나 그 주변 땅이 흔들린 겁니다.
이렇게 지진이 잦아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에 따른 여진이 오랫동안 이어졌다”며 “기존에 발생하던 지역에서 지진이 났으며 새롭게 드러난 곳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규모 9.0) 역시 아직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해에서 발달하는 지진들은 위치를 바꿔가며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며 "특히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해상 지진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전 위치와 같이보니 ‘9㎞ 거리서 지진’
문제는 다시 지진 발생 위치입니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2016년 9월, 기상청이 1978년부터 집계한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 정보와 원전 위치 정보를 묶은 '한반도 지진 발생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지진 정보와 원전 현황, 그리고 지진과 원전 간 거리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연관기사] ‘원전 반경 30km 이내 지진 202번’ ‘10Km 미만 지진 0번’
이 지도를 통해 1978년부터 올해 4월26일까지 원전 반경 30㎞ 이내에서 발생한 지진을 분석해봤습니다.
총 274건(15.2%)의 지진이 원전 반경 30㎞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가운데 76.3%인 209건이 2016년 이후에 포착됐습니다. 2016년 170건, 2017년에 30건, 2018년 8건, 그리고 올해 1건입니다.
원전 30㎞ 내 지진 가운데 약 50%인 136건이 2016년 경주 지진이 발생한 9월 한 달 동안 발생했다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지진의 빈도와 위치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원전과 상당히 근접한 거리라고 볼 수 있는 반경 10㎞ 내에서의 지진이 2014년부터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6건이 발생했는데 모두 경북 경주시에 건설된 월성 원전 근처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월성 원전과 불과 9㎞ 떨어진 울산 북구 동북동쪽 해역에서 2017년 5월28일 규모 2.7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약 7개월 뒤인 12월19일, 역시 원전과 9㎞ 거리인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지역에서 규모 2.1의 지진이 났습니다.
이보다 1㎞ 더 떨어진 반경 10㎞ 이내에서는 2014년부터 4건의 지진이 포착됐습니다. 다행히 모두 규모 2.2~2.9 사이의 비교적 작은 지진이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현재 월성·신월성 원전 6기가 건설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1기는 노후화로 가동을 멈췄고 나머지 5기는 정상 가동되고 있습니다. 가동을 멈춘 원전이라도 그 저장고에는 핵폐기물이 들어있습니다.
“최대 규모 7.0 지진도 가능” 원전 설계 기준 웃돌아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바로 아래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원전은 손상 없이 안전 기능을 유지해 정상 작동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학계에서는 규모 7.0의 대형 지진 가능성도 언급하기 때문입니다.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을 웃도는 위험입니다.
홍태경 교수는 “한반도 최대 지진 규모는 현재까지 7.0 내외로 파악되고 있다”며 “동해상에서도 이같이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반도와 동해의 경계부에 새로운 지각 활동이 발견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해 김기범 경상대 기초과학연구소 교수와 소병달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팀은 한반도와 동해의 경계부에 발견된 새로운 지각 활동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김 교수는 “한반도와 동해 경계부에서 일어나는 구조변형 특성을 연구했다”며 “동해의 얇은 지각이 한반도 아래로 섭입(한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들어가는 현상)을 시작하려는 형태로 구조 변형이 일어나고 있고 그것이 현재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지진에 안전한) 판의 내부 환경이라 믿어 왔었다”며 “이번에 발견된 한반도와 동해 경계부가 초기 섭입 환경이 맞다면 이를 한 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일본 지진과 경주, 포항 지진을 겪으면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지진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동시에 동해안에 원전 4기(신한울 1·2, 신고리 5·6)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지각 활동이 빈번해진 만큼 예민하게 상황을 볼 필요성이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 정보와 원전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연결한 '한반도 지진 발생 지도'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분석 : 윤지희
데이터 시각화 : 임유나
인터랙티브 개발 : 정한진, 김명윤, 공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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