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4. 22:55ㆍ시,좋은글/詩
그땐 왜 몰랐을까 / 정채봉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내 세상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절대 보낼 수 없다고
붙들었어야 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기도 / 정채봉
쫓기는 듯이 살고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 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 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와장의 이끼 한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정채봉 (1946.11. 3 ~ 2001. 1. 9)
전남 순천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 아동문학가.
1973년 〈동아일보〉 동화 부분에 〈꽃다발〉이 당선되면서 등단
1978~2001년까지 월간 《샘터》 편집부 기자와 주간·편집이사 역임
1980년 광주민중항쟁이 독재정권에 의해 잔혹하게 진압된 이후,
정신적인 방황에 시달리면서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됨.
방정환·윤석중·이원수 이후 침체된 한국의
아동문학을 부흥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한 작가.
간결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생각하는 동화' 샘터에 연재
한국에서 성인동화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초등학교 교과서 집필위원 및 공연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계간 〈문학아카데미> 편집위원,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겸임교수 역임 등
2001년 간암으로 향년 5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남
2011년 “정채봉 문학상” 제정 됨.
> 주요 작품 <
[오세암] 1990, 창작과 비평
[물에서 나온 새] 2006, 샘터사
[초승달과 밤배] 2006, 샘터사
[스무 살 어머니] 2006, 샘터사
[생각하는 동화 1,2,3,4,5] 샘터사
[저 산 너머] 2019, 리온북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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