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2. 22:33ㆍ시,좋은글/좋은글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압니다. 하지만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은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중
(1)
물 한방울이라도
다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처럼
오늘, 내가 살아있는 이것이
그대를 사랑하고
주님을 사랑하는 가운데
속해있는 영역이라면 거기서 행하는 어떤 일도
결코 보잘것 없어 보이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대의 사랑은 내 안에 있고
나의 사랑은 그분 안에 있어
그대와 나는 둘 다 그분의 부분집합인 셈입니다.
이슬이 그러하고 눈송이가 그러하고
눈물이 다 그러합니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것 모두가
그분의 영역 속에 포함되어 있는
부분집합에 불과합니다.
그 분은 내 전체를 사랑하시지만
나 그분 전체를 사랑하지 못함이 늘 죄송합니다.
그대에게도 그러하여 늘 모자라는 사랑,
늘 부족한 사랑...
만나야 할 때 만나고
헤어져야 할 때 헤어지는
"우리는" 얼마나 좋은 사이랍니까.
진정한 만남이란
꼭 많은 말을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듯이
진정한 사랑이란 그저 주고도
행복해지는 마음입니다.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중
(2)
그대 돌아서 가고 가는
뒷모습이 그리도 가슴 저린 것은
마음의 고독을 이길 수 없을거라는 절망감 때문입니다.
때로 이렇게 마주앉아 한마디의 기도를 교환하고
한 잔의 차를 마실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서 누리는 가장 기쁜 추억입니다.
당신의 눈빛을 보노라면
내가 살아있다는
존재의 기쁨을 느낍니다.
당신의 음성을 듣노라면
세상 어느 소리보다 완벽한
화음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당신 하나로
온 우주를 대신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그대 눈빛 속에 여러마리의 잠자리를 그려놓고
고즈넉한 그 눈빛 속에서
포근히 잠들고 싶은 생각.
그대는,
이 세상에서 내게 주신
그 분의 고귀한 선물입니다.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중
(3)
우리의 만남은
어떤 종류의 것이었을까요?
혼자서는 그저 외로웠으므로
그러한 고독을 이기기 위한 방편이나 수단은 아니었는지?
이따금 나는 그대 눈빛을 바라보며
그러한 생각에 잠깁니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이랑 무엇이며
이 세상에서 가치있는 것이란 무엇인가?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중
(4)
그렇군요
우리는
서로 다른 악기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리의 만남은 하나의 화음과 같아서
두 개의 바이올린을 가지고
아름다운 협주곡을 연주해야 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바하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베토벤이나 샤브리에 같은
위대한 작곡자를 만나기도 할 것입니다.
아니, 그러한 것들은 연습곡에 불과하고
정작 우리가 무대에 나서서 연주할 곡은
당신도 나도 모르는 비밀 교향곡 이라는 것을...
연주복을 입고 악기를 들고 바른 자세를 하고 서서
드디어 그분이 들고 나오시는 악보를 받아들게 되었을 때,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은
장엄하게 울려퍼질 것입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분.
우리에게 참 소망과 기쁨을 주신 분.
우리를 거듭나게 하시고
무엇보다 그의 사랑 안에서 만나게 해주신 분이
우리에게 가장 알맞는 악보를 주실 것을 믿습니다.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중
(5)
그저 숨쉬고 있으므로 산다고 말하며
그저 같이 있으므로 사랑한다고 하는건
얼마나 속되고 천한 것이랍니까?
죽으므로 살 수 있고
버리므로 얻으며
떠나므로 신실한 사랑을 체험하는 것,
그것이 거듭난 자의 소망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저쯤에서 나는 이쯤에서,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세상에
당신이 밝히는 불빛이 신호가 되고
내가 밝히는 불빛이 약속이 된다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있다 한들
거리가 무슨 문제가 된단 말입니까?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중
(6)
나는 압니다.
왜 나의 젊은날 수많은 아픔으로
밤을 지새야 했는지를.
어느 때까지 이런 아픔들이 계속될 것이며
아픔의 정도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당신이 있었으므로
내 젊은 날의 한 부분이 환하게 빛을 내었으며
거기서 한 그루 사랑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만났듯이
어찌하여 우리가
다시 헤어지지 않으면
안되는가 하는 점이며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또다른 하나는
이 땅에서의 이별이 아주 끝나는 것은
결단코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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