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돌아오시니 / 정지용

2026. 8. 9. 16:14시,좋은글/詩

그대들 돌아오시니

 - 재외(在外) 혁명동지(革命同志)에게

 

鄭芝溶 (정지용)

 

 

백성과 나라가

이협(夷狹)에 팔리우고

국사(國祠)에 사신(邪神)

오연(傲然)히 앉은지

죽엄보다 어두은

오호 삼십육년!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찬란(燦爛)히 돌아오시니!

 

허울 벗기우고

외오 돌아섰던

()! 이제 바로 돌아지라.

자휘 잃었던 물

옛 자리로 새소리 흘리어라

어제 하늘이 아니어니

새론 해가 오르라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찬란(燦爛)히 돌아오시니!

 

밭이랑 문희우고

곡식 앗어가고

이바지 하올 가음마자 없어

금의(錦衣)는 커니와

전진(戰塵) 떨리지 않은

융의(戎衣) 그대로 뵈일밖에!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찬란(燦爛)히 돌아오시니!

 

사오나온 말굽에

일가친척 흐터지고

늙으신 어버이, 어린 오누이

낯 서라 흙에 이름 없이 굴으는 백골(白骨)!

 

상긔 불현듯 기달리는 마을마다

그대 어이 꽃을 밟으시리

가시덤불, 눈물로 헤치시라.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찬란(燦爛)히 돌아오시니!

 

 

<解放記念詩集, 中央文化協會 86~90p>

(檀紀 四二七八年 十二月 十二日 1945.12) 

 

 

 

<그대들 돌아오시니> 원문

 

 

 

 

정지용(鄭芝溶 1902.6.20~1950.9.25)

충청북도 옥천군 읍내면 향청리
옥천공립보통학교 졸업
휘문고등보통학교 졸업)
도시샤대학 문학부 영문학 / 학사

섬세한 감각적 시어로 한국 현대시의 지평을 넓힌 
거장이자, 뛰어난 안목으로 후학을 양성한 문단의 스승.
1926년 『학조』 창간호에 「카페·프란스」를 발표, 등단했고, 
1933년 문학 단체 구인회의 창립 멤버로 활약.
일제의 탄압이 심화하자 이미지즘 기풍의 절제된 절경을 담은 
시집 《백록담》(1941)을 간행.
일제와 미국의 전쟁이 본격화된 1942년 이후, 
일제 협력을 거부하며 붓을 꺾고 글을 쓰지 않았다.
한국 시단 3천재라 불린 오장환의 스승이었으며, 
《가톨릭 청년》 편집 고문 시절 이상의 시를 게재해 등단시켰다.
1939년 『문장』의 추천위원으로서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김종한, 이한직, 박남수 등을 등단시켜 청록파 형성의 기반을 다졌고, 
이후 윤동주의 유고 시집에 추천사를 쓰며 그를 세상에 알렸다.

주요 대표작으로 
〈카페·프란스〉(1926년),향수 (1927년), <유리창 1〉(1930년), 
〈바다〉연작 (1930년대),〈백록담〉(1941년) 등 

한국 문학에 남긴 거대한 업적을 인정받아 
2018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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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정지용의 〈그대들 돌아오시니〉는 해방 후 환국한 재외 혁명 동지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해방의 기쁨을 직설적 어조와 내면화된 서정성으로 담아낸 대표적 찬가이다.

 

이 시는 “죽엄보다 어두운 삼십육 년”의 참혹했던 식민 지배와 민족의 고통을 고발하는 한편, “외오 돌아섰던 산하”가 제자리를 찾고 새로운 해가 오르는 조국의 희망찬 환희를 노래합니다. 특히 “그대들 돌아오시니 / 피 흘리신 보람 찬란히 돌아오시니!”라는 후렴구를 반복하여 독립투사들의 헌신과 귀환에 대한 벅찬 감격을 극대화한다.

 

동시에 시인은 독립투사들의 귀환이 단순한 금의환향에 그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의 깊은 상흔이 남아있기에 “꽃을 밟을 수 없고 가시덤불을 눈물로 헤쳐야” 하는 현실을 제시하며, 향후 새로운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엄중한 역사적 과제와 책무를 다해야 함을 역설적으로 일깨워 준다.

 

 

 

『해방기념시집』(1945)이 가지는 문학사적 의의

 

1945년 12월 중앙문인협회(우익 계열) 주관으로 발간된 『해방기념시집』은 해방 후 가장 먼저 세상에 나온 최초의 해방 기념 공동 합동시집이다.

 

좌·우익 문인의 초이념적 결집 / 본격적인 문단 분열이 가속화되기 직전, 좌·우익 계파 구별 없이 전 문단을 망라한 24인의 시인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정지용, 김광균, 이용악, 오장환, 박종화, 정인보 등 당대 대표 시인들이 이념을 뛰어넘어 오직 '해방'이라는 민족적 대사건 앞에 한목소리를 낸 역사적 시집입니다.

 

해방 감격의 '현장성'과 역사적 기록성 / 단순한 문학 작품집을 넘어, 해방 직후 당시 민족 전체가 느낀 벅찬 흥분, 환국하는 재외 혁명 동지(독립투사)들에 대한 환영과 순국선열에 대한 추도 정서를 가장 생생하게 담아낸 사료적·역사적 기록물입니다.

 

서정성과 시대의식의 조화 / 수록된 상당수 시들이 직설적인 찬가나 헌사 양식을 띠고 있으면서도, 정지용의 「그대들 돌아오시니」처럼 지나간 36년의 고초를 고발함과 동시에 새 국가 건설의 책무와 내면화된 서정성을 조화시킨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