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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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 도종환
겨울나기 / 도종환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 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
2010.02.10 -
세월 / 도종환
세월 / 도종환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
2009.11.27 -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일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
2009.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