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1 / 이기철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1 / 이기철 어떤 노래를 부르면 내 한번도 바라보지 못한 짐승들이 즐거워질까 어떤 노래를 부르면 내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도, 까치도 즐거워질까 급히 달려와 내 등뒤에 連座한 시간들과 노동으로 부은 소의 발등을 위해 이 세상 가장 청정한 언어를 빌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날(日)을 노래하고 싶다 나이 먹기 전에 늙어버린 단풍잎들은 내 가슴팍을 한 번 때리고 곧 땅속으로 묻힌다 죽기 전에 나무둥치를 감고 타오르는 저녁놀은 地上의 죽음이 저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가르치는 걸까 살이 연한 능금과 배들은 태어나 첫번째 베어무는 어린 아이의 갓 돋은 치아의 기쁨을 위해 제 살을 바치고 群集으로 몰려오는 어둠은 제 깊은 속에다 아직 밤길에 서툰 아기 짐승을 위해 군데군데 별들을 박아 ..
2019.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