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을 꿈꾸며 / 이수익
추락을 꿈꾸며 / 이수익 최고봉이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를 이룸으로써 하늘의 뜻과 가까워지려는 듯. 만년설 덮인 해발 4,487미터의 마터호른 산은 오늘도 은빛 낭떠러지 빙벽에 매달린 알피니스트들을 조용히 거부하듯 밀어내지만 저 죽음의 향기에 마취된 이들은 벼랑이 뿜는 현란한 추락의 상상력에 몸을 떨며 천형(天刑)처럼 암벽을 기어오른다. 세상의 때를 묻히고 싶지 않은 고고한 산이 날카롭게 세우는 죽음이 벼랑 아래로 아득하게, 죽음에 취한 이들이 걷는 길이 있다. 출처 : 시집 『푸른 추억의 빵빛』(고려원, 2007) 이수익(李秀翼, 1942년 11월 28일 ~ ) 경상남도 함안에서 출생하였다. 196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 가 당선되어 등단. 이후, 시 동인지 《현대시》에서 본격적으로활동하였다. 이..
2019.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