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을 꿈꾸며 / 이수익

2019. 4. 15. 01:20시,좋은글/詩

 


     추락을 꿈꾸며 / 이수익

        최고봉이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를 이룸으로써
        하늘의 뜻과 가까워지려는 듯.

        만년설 덮인
        해발 4,487미터의 마터호른 산은
        오늘도
        은빛 낭떠러지 빙벽에 매달린
        알피니스트들을 조용히 거부하듯 밀어내지만

        저 죽음의 향기에 마취된 이들은
        벼랑이 뿜는 현란한 추락의 상상력에
        몸을 떨며
        천형(天刑)처럼 암벽을 기어오른다.

        세상의 때를 묻히고 싶지 않은
        고고한 산이 날카롭게 세우는 죽음이 벼랑 아래로
        아득하게,

        죽음에 취한 이들이 걷는 길이 있다.
     
          출처 : 시집 『푸른 추억의 빵빛』(고려원, 2007)

 

이수익(李秀翼, 1942년 11월 28일 ~ )


경상남도 함안에서 출생하였다.

196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고별>, <편지>가

당선되어 등단. 이후, 시 동인지 《현대시》에서 본격적으로활동하였다.

이수익의 시에서는 구조적인 완결미와 우수 어린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방법적인면에서는 이미지즘의 영향을, 내용적인 면에서는 주로 심미주의적

시를 썼는데, 그의 시에서 두드러진 것은 이미지의 선명성과 아름다움이다.

 

1965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였다.

1968년 부산 MBC에 프로듀서로 입사,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작품활동도

왕성하게 병행, 1969년에는 첫 시집 《우울한 샹송》을 출간하였다.

1981년 KBS 라디오 차장, 1990년 KBS 편성운영국 부주간 등을 거쳐
1993년 KBS TV 편성주간, 1996년 KBS 라디오본부 편성주간,
1998년 라디오2국 국장, 1999년 라디오센터제작위원을 역임하였다.
이후 협성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 수상 - 

1965년 제4회 <신인 예술상>,

1980년 <부산시 문화상>,

1987년 제32회 <현대문학상>,
1988년 <대한민국문학상>,

1995년 <정지용 문학상>

2001년 제1회 <지훈상> 문학부분,

2001년 <한국시인협회상>,

2007년 <공초 문학상>,

2001년 <육사 시문학상>,

2008년 <이형기 문학상>

- 시집 -
《야간열차》 고려원 1978.
《슬픔의 핵》 고려원 1983.
《단순한 기쁨》 고려원 1987.
《그리고 너를 위하여》 문학과비평사 1988.
《우울한 샹송》 청하 1990.
《아득한 봄》 미학사 1991.

《푸른 추억의 빵》 고려원 1995.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시와시학사 2000.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천년의 시작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