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 못한' 캐논의 반전? 시야율 100%는 '뻥!'

2009. 11. 16. 07:54Photograph/자료

 

 

'누구도 예상 못한' 캐논의 반전? 시야율 100%는 '뻥!'

[제보취재] 캐논 디카 'EOS 7D' 시야율 허위·과장 광고 논란

9.11.15 14:26 ㅣ최종 업데이트 09.11.15 21:34    최경준 (235jun)

 

 

  

 
  
지난 9월 캐논에서 '2009년 최고의 반전'이라는 광고와 함께 야심차게 출시한 DSLR 카메라 'EOS 7D'
ⓒ 캐논 홈페이지
캐논 'EOS 7D'

 

"2009년 최고의 반전!"

 

세계 최대 디지털카메라 생산업체인 캐논이 지난 9월 DSLR(일안 반사식 디지털) 카메라 'EOS 7D' 모델을 출시하면서 내건 광고 문구다. 그러나 'EOS 7D'가 가져올 올해 '최고의 반전'은 다름 아닌 허위·과장 광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논이 'EOS 7D'의 핵심 성능 중 하나로 내세운 '시야율 100%'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광고 문구에 현혹돼 해당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카메라 동호회를 중심으로 집단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캐논이 광고 문구를 '약 100%'로 급히 수정만 한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DSLR 카메라 시장의 50% 이상을 잠식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시야율 100%'는 허위·과장 광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랬다. 캐논의 광고 문구대로 'EOS 7D'가 출시됐을 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60프레임 HD동영상 촬영, 1800만 화소, 초당 약 8프레임의 고속 연사, 19포인트 크로스 AF센서, 시야율 100% 등 동급 최고 사양이면서도 가격은 220만 원 대에 불과했다.

 

특히 DSLR 카메라에 있어 '시야율 100%'는 최고 등급 카메라의 상징으로 통한다. 시야율이란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피사체가 보이는 비율을 말한다. 즉, 시야율이 100%면 뷰파인더에 보이는 그대로가 사진에 촬영된다. 반면 시야율이 100%보다 작으면 실제 사진에는 뷰파인더로 본 영상보다 더 많이 담기기 때문에 원치 않은 피사체나 배경이 사진에 들어가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야 한다.

 

'시야율 10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부품인 펜타프리즘이 더 커져야 하고 카메라의 구조도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당연히 카메라 값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카메라 제조업체들도 고가의 최고급 카메라에서만 '시야율 100%'를 구현했다. 캐논의 대표 기종인 1:1 FF카메라 'EOS 5D'도 시야율이 96%에 불과했고, 그 후속 기종인 'EOS 5D mark2'도 98%의 시야율에 그쳤다.

 

물론 아마추어 사진사들에게 시야율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이면서도 전문가 수준의 촬영 실력과 그에 준하는 고성능 카메라를 원하는 '하이 아마추어(High Amateur)' 고객들에게 '시야율 100%'는 지갑을 열게 하기에 충분한 요소(스펙)였다. 캐논이 홈페이지와 인터넷, 신문 등에 게재한 광고에서 '시야율 100%'를 유난히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발매가 이뤄진 뒤 카메라를 받아든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일본, 유럽, 미국 등의 소비자들도 캐논 관련 사이트에 글을 올려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진을 찍어보니, 뷰파인더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넓게 사진이 찍혔기 때문이다. '시야율 100%'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후 일본 DSLR 카메라 잡지인 'DCM'과 누리꾼들이 실측을 실시했고, 'EOS 7D'의 시야율이 100%가 아니라 97% 전후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그리고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심지어 DSLR 카메라 동호회 게시판에는 "캐논 본사에서도 실측을 해 본 결과 시야율이 96~97%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글이 올라왔다. 캐논이 시야율과 관련 대대적인 허위·과장 광고를 한 것이다.

 

'EOS 7D'의 시야율이 거짓으로 밝혀진 뒤, 캐논 홈페이지 등에 올려진 상품 제원표를 다시 확인하던 누리꾼들은 또 한 번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시야율 100%'라는 큰 광고 문구 바로 아래 사진과 함께 쓰여 있는 작은 문구에는 '약 100%', '거의 일치'라고 쓰여 있었던 것. 누리꾼들은 "(캐논측에) 완전히 농락을 당했다"며 반발했다.

 

  
캐논은 '시야율 100%'가 거짓으로 밝혀지자, 홈페이지 등에 있는 상품 설명을 '시야율 약 100%'로 급히 수정했다. 사진은 하루 만에 뒤바뀐 홈페이지 상품 설명서. (위는 10월 28일. 아래는 10월 29일 홈페이지 모습)
ⓒ 캐논
'EOS 7D'

소비자 항의에 '시야율 100%' → '시야율 약 100%' 급히 수정

 

더 큰 문제는 시야율 논란이 확산되자, 캐논은 지난 10월 말 '시야율 100%'라는 큰 문구조차 '약 100%'라고 급히 수정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캐논은 소비자들에게 시야율과 관련 단 한 줄의 해명도 하지 않았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용자들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EOS 7D'의 시야율이 100%가 아니라는 사실보다 캐논의 처신에 대해 더 분노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시야율을 '약 100%'라고 광고 문구만 수정한 것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앞서 'EOS 7D' 이전에 출시된 'EOS 5D mark2'의 경우 시야율에 대해 정확하게 98%라고 기재하고 있다. 일본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 규정상 ±1%는 허용한다 하더라도, 96~97%의 시야율을 '약 100%'라고 할 수는 없다.

 

한 누리꾼은 "만약 96~97%도 약 100%로 광고하는 게 인정된다면 카메라 업계에는 대혼란이 올 것"이라며 "100%라고 광고할 때는 허위광고일 것 같은데, 약 100%라고 바뀌니까 이건 과대 과장 광고라고 해야겠다"고 꼬집었다.

 

누리꾼 'MIRiyA'는 "시야율 100%와 97%의 차이는 금의 24K와 18K 차이만큼  크다"며 "소니 'a850'이랑 'a900'은 시야율 차이 때문에 급이 달라지고, 가격 차이가 100만 원이나 난다"고 지적했다.

 

  
캐논이 '시야율 100%'라는 것을 강조한 신문 광고.
ⓒ 오마이뉴스
 'EOS 7D'

누리꾼 '마루토스'도 "(카메라의 기계적인) 결함은 기업인의 양심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런 식의 마케팅은 다르다"며 "기업 스스로 자신의 양심과 도덕, 기본적인 신뢰를 깨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단순히 뷰파인더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캐논의 상술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건"이라며 "캐논은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카메라하면 캐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에 문제가 있어도 살 사람은 다 산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DSLR 카메라 동호회 등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은 캐논의 행태를 소비자원에 신고하는 한편, 캐논에 대해서는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캐논코리아는 다음 주 초께 공식 방침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캐논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 있는 본사로부터 방침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캐논은 올해 초 출시한 EOS 1Ds/1D Mark III 등 전문가용 DSLR 카메라에서도 촬영한 이미지에 작은 얼룩무늬가 남는 등의 결함이 발견돼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