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 곽재구

2010. 2. 3. 23:12시,좋은글/詩

 

  
    바람소리...곽재구 새미골 이 첨지는 올 겨울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가 자꾸만 서러웁다네 댓잎 속에 깃을 친 겨울새들 살 부비며 함박눈 날리는 하늘로 촤 솟아오를 때 아랫집 길주할멈 스무 살 청상이 된 눈빛 참 맑은 가시내 쇠죽 쑤는 이 첨지 곁 다가와 아궁이에 마른 솔잎 한줌 던져주기도 하다가 혜산선 기차 타고 삼수갑산 원족가던 여학교 때 이야기도 하다가 콜록콜록 눈 속에 파묻힌 고향집들 그날의 그리움들 불빛 속에 떠올리기도 하다가 기침소리 끝나면 눈벙거지 쓴 장독대 곁에 서서 오래오래 북녘 땅 바라봅니다 내일 모레가 설날인데 눈이 펑펑 곱게도 오는데 그리운 사람들의 기척도 들리지 않고 오십 년 기다림의 바람소리만 서러운 댓잎을 스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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