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댐·보 걷어내는데 거대한 인공호수 조성 충격

2010. 4. 19. 07:58이래서야/4대강 난도질

 

“선진국은 댐·보 걷어내는데 거대한 인공호수 조성 충격”

2010. 4.18 / 대구 |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4대강 둘러본 세계적 생태신학자 맥도나휴 신부

“거대한 인공호수를 만들겠다는 거네요. 생태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17일 오전 대구 달성군 논공읍 낙동강 22공구 달성보 건설 현장.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 생태신학자인 숀 맥도나휴 신부(65)가 강변을 순례하면서 착잡한 심정으로 공사현장을 계속 응시했다.
 

 

지난 17일 숀 맥도나휴 신부(오른쪽)가 정홍규 신부와 함께 낙동강

달성보 현장을 거닐며 4대강 토목공사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 박태우 기자


 

(사)푸른평화운동(대표 정홍규 신부) 초청으로 입국한 그는 이날 달성보 현장을 순례하고 생명평화미사에도 참가했다. 4대강 주변에서 환경·종교단체의 4대강 반대 집회는 꾸준히 열렸지만, 세계적 생태신학자가 항의차 현장을 찾은 건 처음이다. 그의 달성보 현장 방문에는 대구대교구 소속 신부 12명과 수녀 5명이 동행했다. 또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회원과 학생 등 30여명이 신부를 따르며 순례길에 동참했다.

“선진국에서는 생태계 교란을 들어 댐이나 보를 걷어내고 있는 데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어요. 무분별한 자연파괴는 결국 인간에게 자연재앙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는 “검증도 되지 않은 수질개선, 홍수방지라는 미명 아래 자연 하천을 훼손하는 건 창조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날 달성보 현장사무소에서 상영한 4대강 홍보 동영상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길이 570m, 높이 10.5m의 보를 만들면 수질도 개선되고 홍수도 막을 수 있다고 자랑하더군요.” 차분하던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그러나 생태계 피해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어요. 모래가 사라지고 습지가 훼손되면 당연히 물고기와 새들이 사라지고 수중식물이 신음하게 되는데….”

그는 생태신학자답게 공사현장 관계자에게 생태분야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

“제3의 독립기관으로부터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습니까. 보 건설 기술은 객관적 검증과 국제 공인은 받았는지….”

이날 공사장 근처에서 정홍규 신부가 집전한 생명평화미사에서 강론을 맡은 그는 “인간이 자연 위에 군림하거나 지배하려 해서는 안되며 자연을 ‘존중(Respect)’하며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물과 나무, 흙 등 자연과 생태계에 관심을 갖는 건 하느님이 우리에게 내린 명령이자 인간의 보편적 의무”라고 덧붙였다.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사제인 그는 25년간 세계 곳곳을 순회하며 생태학과 종교에 대한 폭넓은 강의를 해 왔다. 1970년대 필리핀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민다나오 섬 원시림의 불법 벌목을 저지하기 위해 20년간 환경보전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실천하는 생태 신학자로 꼽히는 그는 「지구 돌보기」 「지구에 대한 열정」 「교회의 녹화」 등 다수의 저서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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