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오월 / 노천명
2010. 5. 8. 23:45ㆍ시,좋은글/詩
푸른 오월 / 노천명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생각은 무지개로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홋잎나물, 젓갈나물, 참나물, 고사리를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맘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 시집 : 산호림(珊瑚林), 1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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