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9. 20:22ㆍ이래서야/4대강 난도질
[기고] ‘남쪽의 핵’ 4대강 / 박호성 | |
이순신 장군은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 외쳤다. 그러나 이 충무공이 지금 살아 계신다면, ‘4대강 살리고자 하면 결국 죽일 것’이라고 절규하실 것만 같다. 엠비(MB)정부가 정신없이 몰아가는 이른바 ‘4대강 살리기’가 ‘4대강 죽이기’로 끝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남북한은 굳세게 뭉치고 있다. 양쪽은 지금 온갖 정성을 다해 전세계에 보란듯이 핵무장과 4대강 문제로 ‘죽이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중이다. 북핵과 4대강은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무엇보다 둘 다 생명을 파괴하기 위한 준비태세라는 공통성을 지닌다.
우선 4대강 사업은 ‘3중 말살 행위’에 해당한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조상 대대로 자랑해오던 천혜의 생태계를 무참히 짓밟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주 석장리 선사유적에서도 드러났듯이, 저 머나먼 구석기 시대부터 이 땅에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귀중한 문화유산도 짓이긴다. 나아가서는 현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후손들을 위한 건강한 삶의 터전까지 박살낼 것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삼중으로 몰살시킬 각오를 다지고 있다는 말이다. 극소수의 특혜 계층을 위해 선조와 당대인과 후손들을 포함한 우리 민족 절대다수의 ‘환경정의’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밖에 없음은 불 보듯 뻔한 노릇이다. 이런 의미에서 4대강은 ‘남핵’이라 할 수 있다.
북핵도 마찬가지다. 정치의 최우선 책무는 최소한 백성을 굶어죽지 않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정작 북쪽에는 정치가 없다. 핵을 위해서라면 한푼을 아끼려 들지 않으면서도, 인민은 아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의 오래된 전통과 고결한 정신적 기품을 세계만방의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오로지 동족의 살상과 세계평화의 교란만을 노리고 있을 따름이다.
자연스러운 귀결이긴 하지만, 현재 무엇보다 탄복할 만한 것은 우리 정부의 자세다. 4대강이든 북핵이든, 골치 아프게 따지고들 필요조차 없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밀어붙이기’ 전략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뿐이다. 엄연히 상대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정치세계임에도, 막무가내로 떼쓰기 하나로 버틸 따름이다. 대화도 없고 소통도 없다. 숭고한 초지일관이다. 이처럼 남쪽에도 정치가 없다.
여당의 완패로 끝난 6·2 지방선거 결과는 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이기도 했다. 민심은 특히 4대강 사업 강행에 명백히 등을 돌렸다. 여기저기서 정책 전환과 쇄신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하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국민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소한 공사 진행 속도를 조절한다거나 사업 방향을 재검토하려는 노력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것이다. 오로지 밀어붙이기만 할 뿐이다. 한 때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용어를 빌린다면, 오직 ‘중단 없는 전진’만이 있을 따름이다.
다른 한편 북핵 문제가 우리 안보의 핵심 주제이며 우리의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반 이의가 없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대북정책의 초점을 오로지 북핵 폐기에만 정조준하면서, 선비핵화론만을 고수할 뿐이다. 현 정부의 머릿속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구상은 아예 들어설 여지가 없다.
모든 국민이 11월에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일단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진정으로 어떤 방식이 강과 나라와 국민 모두를 살리는 올바른 길인지 다시 한번 냉철하게 검토하고 연구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4대강 개선, 대외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획기적으로 촉진함으로써 역사적인 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 의의를 한껏 드높여야 할 것이다.
박호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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