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파헤치며 웬 어름치 방류

2010. 8. 21. 18:33이래서야/4대강 난도질

 

4대강 파헤치며 웬 어름치 방류

국토부, 금강에 멸종위기종 치어 3천마리 풀어
환경단체 “서식지 파괴, 눈가리고 아웅식 홍보”

 

한겨레 박영률 기자 메일보내기
» 어름치.
국토해양부가 뜬금없이 멸종위기 어종 증식·복원 사업을 한다며 어름치 치어 3000마리를 방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4대강 사업의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환경단체들은 “4대강에서 생태계를 궤멸시키고 어류의 서식지를 파괴하면서 치어를 방류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식 생색내기 홍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20일 ‘금강에 천연기념물 어름치가 돌아온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멸종위기 어종 증식·복원 사업의 하나로 이날 금강 수계인 남대천에 4~6㎝ 크기의 천연기념물인 어름치 치어 3000마리를 방류했다”고 밝혔다. 방류 장소인 전북 무주군 무주읍 금강 상류의 남대천은 어류의 서식환경이 좋아 그동안 환경부(2003~2005년)와 국립수산과학원(2001~2009년)이 지속적으로 치어를 풀어놓은 곳이다.

 

4대강추진본부는 “그동안 순천향대,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연구소와 공동으로 4대강 수계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어류 5종과 천연기념물인 어름치 등을 증식·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해왔다”며 9월에는 북한강 수계에도 어름치 3000마리를 풀어주고, 10월에는 금강 수계 지천에 미호종개 5000마리를 방류할 계획도 밝혔다. 또 흰수마자, 꾸구리, 가는돌고기, 돌상어 같은 멸종위기 어종도 4대강 수계에 지속적으로 풀어놓을 계획이다.

 

4대강추진본부 관계자는 “환경단체에서 4대강 사업 때문에 전통어류가 멸종된다고 주장하는 등 생태계 파괴 논란이 있어 올 3월부터 환경부 사업에 동참했다”며 “4대강 사업이 근본적으로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사업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멸종위기 어종 서식여건을 파괴하면서 치어만 방류하는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염우 사무처장은 “예를 들어 4대강본부가 복원한다는 미호종개는 수심 20~40㎝에 물 흐름이 느리고 잔모래가 있는 하천에서만 서식하는데 거의 유일한 서식처인 금강수계 백곡천(미호천 지류) 상류에 4대강 사업으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예정돼 있어 서식처 자체가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도 “어름치 복원을 위해서는 남대천의 쓸모없는 보를 철거하고 어류들의 이동통로를 확보하는 등 서식환경 복원이 급선무”라며 “4대강 사업으로 하천생태계가 궤멸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개선조치 없는 어류방류행사는 정치적인 제스처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