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석학 5인 "4대강 사업은 무익할 뿐 아니라 유해"

2011. 10. 25. 12:54이래서야/4대강 난도질

 

 

외국인 석학 5인 "4대강 사업은 무익할 뿐 아니라 유해"

운하반대 교수모임도 "녹색성장 포장… 당장 폐기하라" 성명서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2011.10.25 11:34:31

 

 

 

 

 

한 환경운동단체 회원이 경기 여주군 북내면 금당천에서 무너진 세월교를 가르키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자연하천 복원사업"이라고 주장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외국 석학들이 "하천의 생명을 죽이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마모토 히로다케 일본 교토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 한스 베른하르트 독일 칼스루에대 토목공학과 교수 등 5명의 외국인 석학들은 24일 "4대강 사업이 홍수 위험 증가, 수질 악화, 토지 침수 등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은 무익할 뿐 아니라 유해하다"고 밝혔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대표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은 이날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09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4대강 사업 현장을 조사한 외국인 석학들의 이 같은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히로다케 교수는 "4대강 사업은 한국의 수해 상황조차 반영하지 못한 불필요한 사업"이라며 "현실을 고려하면 비교적 정비가 된 4대강 본류가 아닌 지천이나 중소 하천을 우선 정비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베른하르트 교수는 "정부가 강을 고인 물로 만들고 경관과 식생을 파괴한 공사를 환경 보호 조치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독단적 사업 진행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랜돌프 헤스터 미국 버클리대 생태학과 교수는 "100년 전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강 정비 사업피해복구하기 위해 지금 수조 달러가 들어가고 있다"며 한국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을 비판했다. 히로다케 교수는 "일본에서였다면 국민을 납득시키느라 수십 년이 필요했을 사업이 한국에서는 불과 3년 만에 완성됐다"며 "적절한 시공이 이루어졌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친환경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을 멈추고 당장 폐기하라"며 "앞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상조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남한강 흙탕물… 만든지 석달된 제방도 붕괴
■ 강천보 준공식 후 주변 둘러보니

"4대강 공사로 강바닥 흙 쓸려 내려간 탓"
지천 곳곳 상처… 용머리교는 흔적도 없어
주민 "준공 축포 대신 부작용 대책 마련을"


23일 오전 경기 여주군 남한강 강천보. 보 왼쪽 끝에 세워진 소수력 발전소에서는 발전이 한창이었다. 상류의 강물이 발전소로 빨려 들어가더니 보 너머로 뿜어져 나왔다. 그 여파로 강 밑에 있는 토사와 퇴적물들이 뿌연 흙탕물을 일으키며 일어났다. 이 흙탕물은 띠를 이루며 남한강 중심부로 흘러 들었다. 주민 김모(55)씨는 "지난주는 흙탕물이 훨씬 심했는데 오늘은 (흙탕물 때문에) 발전량을 줄인 것 같다"며 "이렇게 흙탕물이 많이 생기면 물고기가 살기 힘들다"고 혀를 찼다.

22일 4대강 16개의 보가 준공식을 마쳤지만 강 인근과 지천에선 제방과 다리가 붕괴되는 등 부작용이 잇달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주요 지천인 한천(대신면). 남한강과 한천의 합수머리에서 500m 가량 상류로 올라가자 큰 돌을 쌓아 만든 제방 10여m가 무너져 있었다. 올해 7월 준공된 제방인데 3개월여 만에 무너진 것이다.

특이하게도 아래 쪽 제방은 멀쩡한데 제방 위 쪽만 무너져 있었다. 상류로 올라가니 하류보다 정도는 덜했지만 무너진 제방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곳도 제방 아래쪽이 깎여 나간 게 아니라 지반이 침하된 듯 위에서부터 무너져 내렸다. 주민 오모(50)씨는 "제방이 오래돼 낡았다면 제방 아래쪽이 침식됐을 것"이라며 "제방을 받치고 있던 강바닥 흙이 많이 깎여 나갔기 때문에 제방이 위에서부터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한강 주요 지천 중 하나인 금당천(북내면)의 세월교에는 '1.5톤 이상 차량이 교량 통행 시 주의하라'는 내용의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다리 밑을 지탱하던 흙이 깎여 내려가면서 다리 일부분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4대강 공사 이후 약 50㎝ 이상 금당천 바닥이 깎여 나갔다고 했다. 남한강 준설로 강바닥이 깊어지면서 인근 지천의 유속이 빨라져 침식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간매천 신진교와 한천 용머리교는 다리를 지탱하던 흙이 쓸려 내려가는 바람에 올해 4, 5월 아예 붕괴돼 형체조차 없어졌다. 또 천변과 강바닥에는 침식을 막기 위해 사석(파쇄석)을 깔았는데 이마저도 무너지거나 떠내려간 모습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 같은 개발 상처는 남한강 지역에만 수십여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과 지천들의 상처는 심화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준공 축포만 쏘아대고 있다"면서 "신속히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여주=글ㆍ사진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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