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3. 06:31ㆍ여백/살아가는이야기
대면식
팽팽하게 당겨진 활 시위
막 튕겨나오는 화살 같은
은하를 흐르는 별무리 같은
막 봉우리를 여는 수줍은 목련같은
아침바다 반짝이는 금물결 같은
눈빛, 눈빛들
키 순서대로 줄을 세우고 자리를 정하고 출석을 부르는데
이름도 없는 애들이 자리에 앉아 있고 몇 녀석은 보이질 아니한다.
제 반을 잘못 찾은 것이다.
반반마다 똑같은 사정이다.
정도가 심한 녀석은 결국 제 반을 찾지 못하고 집에 가버린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리 순서대로 이름을 외는 일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중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외는 것이 어찌 이 의미뿐이랴!
"책 나왔는데..
주소 좀 날려 주시요 권수도 500권"
서울사는 셋째 동생한테서 문자가 왔다.
지난 봄에 만났을 때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더니
드디어 책이 나온 모양이다. 바쁜 가운데서도 또 큰 일을 해냈구나!
어릴 때 부터 넌 생각잖은 일을 잘 저질렀지.. 그래 장하다!
몸이 성치않으면서도 시간 쪼개어 "빈터동인" 으로 활동하면서
"시집(지독한 사랑/2005/문학의전당)" 까지 출간하고 시인으로,
틈틈이 그림공부도 하더니 수채화를 전시회도 가지고,
교사로 가정주부로, 두 아이의 엄마로 조카들도 잘 키우고
이번에는 또 그렇게 써 보고 싶다던 "교단일기"를 내었구나.
정말 장하다! 축하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왔듯
앞으로도 늘 건강한 모습으로 열정을 가지고 정진하길..
인생에서 사랑과 열정을 빼면 남을 것이 무었이겠니!
마음 속으로나마 응원하며 큰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축하한다! 스무권 정도.. 애썼지?"
상기되었을 목소리도 듣고 싶지만
지금은 수업중일 것 같아서.. 문자만 날리고는.
전화한다는걸 깜빡잊고.. 하루를 넘겼는데
"이명숙님이 보낸 택배 641160 106oo41를
15:00~18:00경 배달예정 남울산우체국 박OO"
택배기사의 문자가 왔다.
.
.
.
화산재에 파묻힌 고대도시의 유물 같기만 하던
10여 년 전의 일기 속 활자가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나뭇가지에서 꼼지락 꼼지락하던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더니
날개를 내며 내게 날아들어 무릎 위로 손등 위로 얼굴을 간지럽혔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결코 무의미한 헛된 수고로 채워진 삶이 아니었다.
"노을쓸기"는 꿈꾸는 내가 지쳐 주저앉은 나에게 건네는 꽃다발이다.
...
저자의 '서문' 中
<노을쓸기>는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이명숙 선생님의 교단일기로
계속 이어 나올 그 첫번째 책,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아이들의 엉뚱함과 그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지독한 사랑 / 홍솔 시집, 2005.10. 30 문학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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